검색
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남(男)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남(男)은 '사내, 아들' 등의 뜻으로 사용되는 한자입니다. 밭 전(田)과 힘 력(力)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대체로 사내들이 밭에 나가 일을 한다 하여 남자라는 뜻이 되었습니다. 일설에는 힘 력(力)을 쟁기 뢰()의 상형이라고도 하나, 힘 력(力)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옛날은 농경시대라 농사일이 주된 업무였습니다. 이 농사일은 들판에서 이루어지고 남자들이 주로 했습니다. 대신에 집안 일은 여자들이 했지요. 그래서 바깥 주인, 안 주인이라는 말도 생겼습니다. 바깥 일은 비교적 노동의 강도가 높은 일이므로, 육체적 힘이 필요했습니다.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유리했지요. 그래서 민간에서는 득남(得男)을 하면 더 좋아했습니다. 남아(男兒)선호 사상의 한 요인이 여기에도 있었을 듯싶습니다.

득남(得男)을 축하하는 말로 농장지경(弄璋之慶)이 있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아들을 낳아 손에 구슬을 쥐어주는 즐거움이 농장지경(弄璋之慶)입니다. 장(璋)은 사실은 홀(笏)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구슬입니다. 홀(笏)은 사대부들이 손에 쥐던 패를 말합니다. 벼슬을 상징하지요. 아들을 낳아 벼슬 살이를 시키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담은 것이 농장지경(弄璋之慶)입니다.

득남 이야기가 나왔으니 산속(産俗) 이야기를 좀 더 보탤까 합니다. 요즈음은 산부인과가 있어 아기를 병원에서 낳지만 농경시대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아기를 받는 산파(産婆)도 근자에 생겼습니다. 겨우 정화수 떠 놓고 순산해 달라고 삼신할미께 비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금줄을 쳤습니다. 금줄은 금기(禁忌)를 표시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신성 공간인 산후(産後) 장소에 사람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붉은 황토를 뿌리고, 금줄을 치며, 잡인의 출입을 금지했습니다. 잡인(雜人)이 범하지 못하게 하는 금줄은 민간신앙(民間信仰)의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금줄은 지방에 따라 형태나 명칭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형식이나 의미 등은 같으며, 짚으로 꼰 왼새끼를 두릅니다. 왼새끼는 귀신이 싫어하는 줄이라는 뜻이며, 출입구인 대문에 칩니다.

아들을 낳았을 경우는 붉은 고추, 솔잎, 숯 등을 매답니다.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간장독에 고추나 숯을 띄워 냄새나 잡균을 제거하는 것도 같은 의미입니다. 왕릉의 홍살문, 궁궐 대문의 잡상도 이들 잡귀를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내 남(男) 하나의 태어남이 큰 일임을 알아야 합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