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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이야기

(4) 추사의 스승 옹방강 詩集 ‘복초재시집’

김영복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

어느 날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추사 김정희 도장이 많이 찍혀있는 옹방강(翁方綱 1733~1818)의 시집인 「복초재시집(復初齋詩集)」 6책이 나왔는데 보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즉시 찾아갔다. 살펴보니 「세한도(歲寒圖)」를 일본에서 찾아온 서예가이자 추사연구가인 손재형(孫在馨)이 소장했던 책으로, 일본인 후지츠카 치카시(藤塚 1879~1918)의 추사연구서 「청조문화동전의 연구」에서 언급한 3종의 「복초재집」 중의 하나인 바로 그 책이었다. 약간 흥분이 됐다.

이 책은 곧바로 나의 소개로 B씨에게로 옮겨졌다. 한데 이 책을 살펴보고 손재형이 소장하기 이전에는 추사에게서 어디로 흘러갔을까 궁금해졌다. 이리저리 추적해보니 이 책은 추사가 대흥사에 보관하게 한 책으로, 그 해답은 바로 대흥사에 걸려있는 추사가 써준 「소영은(小靈隱)」현판글씨에 있었다.



"옹담계 선생께서 「복초재집」을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동림고사(東林故事)를 모방해서 항주(杭州)의 영은사(靈隱寺)에 소장케 하였다. 나 또한 「복초재집」을 해남 대둔사(대흥사)에 보내 소장케 하고 소영은 3자를 써서 자홍(慈弘), 색성(性) 두 스님께 보낸다. 소봉래학인(小蓬萊學人) "

이 글을 보는 순간 이 책이 소영은 발문에서 언급한 바로 그 책인 것을 알았다. 순간 물각유주(物各有主)란 단어가 생각났다. 내가 조금만 더 연구했더라면 이 책의 가치를 더 많이 알 수 있었을 텐데….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나 되는 많은 곳을 유람하여 경험을 넓혀야 된다.(讀萬卷書 行萬里路)" 명나라 최고의 서화가 동기창(董其昌)은 이 말을 꽤 좋아했다. 추사의 예술을 생각하면 항상 이 말이 떠오른다. 추사의 예술이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올라가게 되는 동기는 중국여행과, 두 사람의 중국인 스승 옹방강과 완원(阮元)의 영향이 지대하였기 때문이다.

조그만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사신으로 가는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가서(1809년 겨울~1810년 봄) 좋은 스승을 만나고 돌아온 후에 영민한 추사는 일취월장, 새로운 학문과 예술세계를 당신 것으로 만들어냈다.

특히 옹방강의 글씨, 서화를 보는 방법을 추사는 일생을 통해 끊임없이 되풀이하며 연마하였다. 추사는 옹방강을 겨우 한달 여 만났고, 7~8년 동안 편지 왕래 5~6번 정도 했지만 일생동안 존경했다. 그러한 일생의 스승 옹방강의 시집이 복초재시집이다. 이 복초재시집을 추사가 중국에서 직접 받아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옹방강의 아들 옹수곤이 가지고 있던 책을 1810~1815년 사이, 추사의 서재에 들여왔고, 이 책에 자신이 그 동안 썼던 40여방의 도장을 6권에 골고루 찍은 다음 대흥사에 보낸다. 1820년 전후의 일이다. 「소영은」현판글씨는 중국에서 돌아온 추사가 스승 옹방강의 필체를 그대로 닮아 쓸 때이며, 초의(草衣)스님과 사귀기 이전의 글씨이다. 이 책과 소영은 현액은 이란성 쌍둥이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