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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홀인원이 된 이글

배기훈 법무사(충북회)

드높은 하늘 아래 우거진 숲과 그림 같이 펼쳐진 푸른잔디 위에서 다정한 친구들과 라운딩을 하는 즐거움은 이것이 바로 옛 선현들이 말하는 신선 놀음이 아니런가. 골프는 스코틀랜드의 목동들이 지팡이로 작은 돌멩이를 쳐 토끼굴 속으로 넣는 놀이에서 유래 되었다니 금석지감이 든다. 한나절 나이스 샷을 외치며 삼삼오오 짝을지어 덕담과 우스개를 나누며 코스를 돌면 벌써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만끽 하게된다. 원래 나는 점수에 대한 관심보다 필드의 정취에 취하여 그저 하루를 유쾌히 즐기려는 부류이므로 내기를 하며 한타 두타를 집요하게 따지는 이들을 보면 딱한 생각이 든다.

초가을 어느날 모처럼 필드에 나갔다. 초반을 부진 속에 그늘집에 이르러 예의 맥주캔을 땄다. 약간 활력을 느끼며 다음 세컨드샷을 힘껏 휘둘렀더니 제법 큰 포물선을 긋는다. 공의 행방을 두리번대고 있는데 이게 왠 변괴인가. 그린에 있던 캐디가 공이 홀에 바로 들어갔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이글을 다 하다니 옆에서 이글턱을 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그 후 안 일이지만 골프의 홀이 18개가 된것은 최초의 센트 앤드류스 골프 클럽에서 홀의 수를 논의하던 중 한 원로 회원이, 나는 한 홀을 돌 때마다 위스키를 한잔씩 마시는데 18잔을 들고 나니 한병이 모두 비워졌다면서 18홀을 제의 하여 이를 채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날 함께한 동료들에게 이글턱을 독톡히 내었으나 너무 기분이 좋았던지 헤어질때도 전혀 취하지 않은것 같아 차를 몰고 숙소로 향하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목이 말라 눈을 떠보니 나의 숙소가 아닌가. 어떻게 찾아왔는지 기억이 가물한데 사지를 살펴보니 멀쩡하다. 됐다 싶어 가만히 현관으로 나가보니 이 무슨 조화냐. 나의 차가 현관을 정면으로 어느 한쪽으로 쏠림도 없이 정확히 중앙에 서있다. 순간 나는 평소 잘 찾지도 않는 하나님께 염치 불구하고 거듭 거듭 감사 하였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자동차는 나의 찬탄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듯이 다정히 인사를 보내온다. 나는 그때 분명히 자동차의 목소리를 들었다. "주인님 잘 주무셨어요, 나는 아무 일 없어요, 어제 너무 기분이 좋았던가 봐요."

나는 그때의 감격을 잊을수 없어 '말하는 자동차' 라는 제하의 글을 썼다. 공교롭게도 그 글이 문단에 천료되어 수필가로 등단 하게 되었으니 그날 나는 이글이 아니라 아무래도 홀인원을 한 것 같아서 남다른 감회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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