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만(萬)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만(萬)은 숫자 `일 만`을 표시하는 한자입니다. 천이 열 개가 있어야 만이 되니 일 만은 매우 많은 숫자입니다. 그래서 이 만(萬)자를 벌통의 벌을 상형한 글자로 보기도 합니다. 근자에는 전갈의 상형이라는 설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전갈은 거미류에 딸린 동물로 가제처럼 생긴 꼬리에 독침이 있는 독충입니다. 풀 초(?)로 보이는 앞 부분은 먹이를 잡을 때 쓰는 집게이며, 밭 전(田)인 가운데 부분은 몸통이고, 아랫부분은 꼬리에 달린 독침입니다. 이것이 숫자 표기에 전이되어 만(萬)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빈번이 쓰는 말에 만수무강(萬壽無疆)이 있습니다. 만년을 살아도 끝이 없으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어른의 생일이나 회갑연에서 쓰는 덕담입니다. 그럴 때 쓰는 이 강(疆)은 끝이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경계니 지역이니의 뜻으로 많이 쓰이지만 만수무강에서는 끝이 없으라는 뜻의 끝입니다. 이 글자를 강(彊)으로 잘못 쓰면 큰 낭패가 됩니다. 이 강(彊)이라는 글자는 굳세다 힘세다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이 만수무강은 시경 빈풍에 나오는 것으로 백성들이 임금님께 술을 드리면서 한 노래입니다.

비슷한 뜻으로 만사형통(萬事亨通)도 있습니다. 만사는 모든 일이고 형통(亨通)은 형(亨)하게 통(通)하는 것을 말합니다. 형(亨)은 여름의 무성함을 상징하는 말로 만물을 성장시키는 의미가 있습니다. 통(通)은 막힘이 없이 확 뚫림이지요. 이 말은 어떤 일을 하든지 뜻대로 이루어져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 형(亨)을 조금 더 설명하면 원형이정(元亨利貞)의 형(亨)입니다. 이는 주역의 건괘(乾卦)에 나오는 원리의 하나입니다. 건(乾)괘는 굳세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 만(萬)에 어울리는 말은 나쁜 의미보다 좋은 의미의 말이 많은 듯합니다. 전갈의 상형에서 생기긴 했지만 그 쓰임은 좋은 것이 많습니다. 건강을 위해 권장하는 만보(萬步)걷기도 그렇고 만석(萬石)도 그렇습니다. 부자를 만석꾼이라고 하는데 한 고을에 만석꾼이 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만석꾼이 인심이 넉넉하여 가난한 이웃을 돌보았다는 기사를 보면 흐믓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어도 주변으로부터 보호를 받았습니다. 물질보다는 마음입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