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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빈 라덴, 그 후 세계가 주목하는 공공의 적은?

김민조 변호사(유고전범재판소 파견변호사)

지난 5월 1일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 그날 빈 라덴의 사망소식은 미국 뿐 아니라 태평양 건너 우리나라에까지 지상파 3사 9시뉴스의 공통 헤드라인을 차지했다. 적어도 9시 뉴스를 시청하고 이해하는 우리 국민 중 그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있었을까.

빈 라덴은 미연방수사국 FBI가 가장 찾고자 하는 탑10 지명수배범 중 1인, 미경제전문지 포브사가 선정한 공공의 적 1위의 인물이었다. FBI의 탑10 공개수배(FBI 10 Most wanted)는 과연 범죄의 경중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수 백명의 무고한 이들을 살해한 세르비아 인종학살범과 수천억불의 화폐 위조범 중 누구의 범행이 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가를 비교형량 할 수 있는가, 철저히 미국의 입장에서 본 탑10일 뿐이라는 세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월 동안 가장 주목 받아온 각 시대적 범죄의 특성이 무엇인지, 적극적인 공개수배 및 매체의 활용을 통해 범인을 어떻게 검거해 가는지 그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FBI가 탑10 공개수배를 처음 실시한 해는 1950년으로 당시 FBI의 후버 국장이 대변인을 통해 '공공의 적(public enemy)'을 FBI와 연계된 국영 언론에 공개하면서부터였다. 그 해 명단의 첫 줄에는 아내와 형, 의붓 형제를 차례로 살해한 토마스 홀든이 소개되었고, 이후 수년에 걸쳐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용의자 제임스 레이, 희대의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 흑인해방과 인종평등을 부르짖으며 법원 등 공공기관에서 무차별 테러를 일으킨 과격 시민운동가 안젤라 데이비스 등이 명단에 올랐다.

FBI에 따르면 최다 33인이 동시에 공개 수배되었던 1968년을 정점으로 현재까지 494명의 수배범들이 탑10 명단에 올려졌고, 이 중에 464명이 검거 또는 소재확인 되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일반 시민의 제보에 의한 것이 152건에 달한다고 한다.

탑10을 통해 드러나는 희대의 범행 및 범인 검거 방법 역시 변화가 감지된다. 자본주의가 꽃피기 시작하던 1950년대에는 은행강도, 자동차 절취 등의 재산범이, 1960년대에는 당시 뒤숭숭했던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보티지, 공용물 훼손, 유괴 등이 주류를 이루었고, 1970년대에는 조직범죄,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국제 테러리스트가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아동 및 연쇄성범죄, 화이트 칼라 범죄, 갱범죄, 마약밀매, 국제테러범이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검거 방법 및 매체와의 공조방법도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처음 탑10을 게재했던 1950년대만 하더라도 신문과 잡지가 가장 강력한 공고 효과를 가져왔다. 위에서 밝힌 최초의 공개수배범 토마스 홀든도 당시 오레곤 신문에 게재되었던 용의자의 얼굴을 알아본 시민의 제보에 의해 검거되었다. 오늘날에는 변화된 시대에 맞게 ABC 라디오로 매주 FBI 탑10을 시리즈로 알리고, 폭스 티비를 통해 탑10의 범행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방영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BI 홈페이지를 통해 10인의 사진과 범행내용 역시 공개되고 있다.

한편, 탑10의 순위를 따로 정하지 않는 FBI와 달리 포브사는 공공의 적 10인의 순위를 차례로 매기는데 빈 라덴의 뒤를 이어 2위에 랭크된 인물은 멕시코 마약밀매조직의 보스 호아퀸 구즈만, 일명 '엘 차포, 땅딸보'였다. 현상금 700만 달러에 달하는 그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67명 가운데 4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즈만은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수백톤의 코카인을 밀매하고, 그 과정에서 청부살인, 인신매매, 강도강간, 뇌물, 밀입국 등을 저지른 멕시코 최대의 마약밀매조직 시날로아 카르텔(Sinaloa Cartel)의 보스로 지난 2001년 멕시코 과달라하라 교도소에서 복역 중 세탁차량에 숨어 탈옥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대대적으로 선포한 멕시코 정부는 지난해 10월 국내외 언론인을 초청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그간 압수한 마약의 공개 소각식을 거행했는데, 당시 시날로아 카르텔로부터 압수한 마리화나의 양만 134톤에 달했다고 한다. 이에 더하여 시날로아 카르텔은 이달 멕시코에서 발견된 수백구의 시신 암매장 사건 중 특히 중부지역 두랑고 주에서 일어난 범행과도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지 경찰에 따르면 동 조직에서 버스 승객을 납치한 뒤 조직원 복무를 강요하고 이에 거부한 이들을 집단 학살,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1년 5월, 빈 라덴의 뒤를 이어 그 바통을 받을 공공의 적 1위는 구즈만이라는 것이 통설인 듯하다. 그 뒤를 러시아 조직범죄의 대부 모길레비치, 이탈리아 마피아 보스 드나로, 르완다 대학살의 배후 카부가, 인도 범죄조직의 두목 이브라힘, 보스턴의 아이리쉬 갱단 수장 벌거 등이 각국을 대표하여 명단을 이루고 있다. 늘 그렇듯이 top10은 주관적이고 유동적이다. 때문에 그 순위에는 없을지라도 보스니아, 르완다, 수단의 인종학살범 믈라치, 비지마나, 알바쉬 역시 우리 시대가 절실히 찾고 있는 공공의 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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