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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서(西)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서(西)는 "서쪽"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나뭇가지 사이에 새둥지 또는 새가 깃드는 곳을 상형하여 만들어진 글자입니다. 해가 서쪽으로 질 무렵 하여 둥지로 찾아 들므로 서쪽이란 뜻이 되었습니다. 소전(小篆)에도 새가 둥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새는 낮 동안 둥지를 떠났다가 해가 질 무렵이면 반드시 제집으로 찾아 듭니다. 이를 귀소(歸巢)본능이라 합니다.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고향 언덕으로 머리를 돌린다고 합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 그런 뜻입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도 고향으로 돌아 오는 장면이 나옵니다. 젊어 남다른 총기가 있어 뜻을 품고 벼슬살이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취향이 달랐습니다. 상전들의 간섭에 시달리고 감독기관의 감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자 미련없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향했습니다. 내 어찌 너댓 말의 봉록 때문에 내키지 않는 허리를 굽힌단 말인가.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이 그래서 좋습니다. 미련없이 떠나며 읊은 내용이 귀거래사입니다. 새도 날다가 지치면 둥지로 돌아올 줄을 안다고 했는데 어찌 외지에서 고달픈 벼슬살이에 미련을 두겠는가라고 읊은 것이 천하의 명문 귀거래사입니다. 조권비이지환(鳥倦飛而知還)이 그 말입니다. 날다가 지치는 것이 외지에서의 고달픔이고 둥지를 찾는 것이 귀향이지요. 동물도 그러하거늘 도연명(陶淵明)같은 걸출한 인물이 그를 모를 리가 없지요. AD400 년쯤입니다. 그러한 감회를 읊은 것이 귀거래사(歸去來辭)입니다. 많은 명구절이 있지만 그 중에서 조권비이지환(鳥倦飛而知還)을 압권이라 하여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고 있습니다.

동방에 대칭되는 것이 서방(西方)입니다. 서방이 오랫동안 세계를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과학이 앞서고, 기계 문명을 일찍 발달시켰기 때문입니다. 많은 자본도 가졌고, 학문도 발전하고, 문명도 발달했습니다. 그러나, 만초손(滿招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뜻이지요. 추사(秋史)의 글씨에 자주 나타나는 문구입니다. 역사에 동인(東人)도 있고 서인(西人)도 있었습니다. 동반(東班), 서반(西班)도 있었지요. 요즘 들어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하여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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