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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책(冊)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책(冊)은 대쪽에다가 글을 써서 가죽 끈으로 묶은 모양을 본뜬 글자입니다. 종이가 나오기 전의 모습입니다. 책을 묶은 끈이 가죽이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실이나 다른 것은 쉽게 끊어집니다. 그래서 가죽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죽으로 된 질긴 것도 세 번이나 닳아 끊어지도록 책을 읽은 분이 있습니다. 이를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 합니다 위편(韋編)이 가죽 끈이고, 삼절(三絶)이 세 번 끊어지다 입니다. 공자님이 주역을 읽을 때의 일입니다.

예전에는 책이 대단히 귀했습니다. 책 한 권이 생기면 온 마을이 돌려 읽었습니다. 또 저녁에는 안방에 모여 앉아 책 읽는 것을 듣기도 했습니다. 글이 넉넉한 분이 고저장단과 감정을 넣어 읽으면 모두 탄식도 하고 눈물도 흘리며 호흡을 맞췄습니다. 더러는 책을 베껴서 읽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필사본이지요. 베끼다가 실수로 틀리게 적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의도적으로 줄거리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이본(異本)이라 합니다. 책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책 관리에 신경을 썼습니다. 그것이 폭서(曝書)라는 행사입니다.

이 당시의 책은 한지로 된 고서입니다. 고서는 활자본이 귀한데 이 활자도 목활자와 동활자가 있습니다. 구리로 만든 동활자로 찍은 계미자(1403)가 현재 남아 전하는 최고의 활자입니다. 이 계미자 활자본은 국보가 될만큼 귀합니다. 고서의 문집은 대체로 10행에 20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이 200자 원고지의 기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고서는 한지로 되어 있어서 습기에 약했습니다. 그래서 일 년에 한두 차례씩 습기를 제거해 줘야 합니다.

어느 선비가 술이 거나해져서 맨 배를 드러내고 맨바닥에 드러누웠습니다. 선비로서 체통을 잃은 거지요. 사람들이 웅성거렸습니다. 그러자 선비가 "나는 지금 폭쇄 중이네. 내 배 속에 시(詩)가 수천 수 들었는데 이를 말려야 해"라고 했다고 합니다.

책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실록이었습니다.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기술한 실록은 그 역사적 가치로도 매우 귀한 것입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잘 보존하기 위하여 사고(史庫)를 짓고 이를 관리하는 당상관을 두었습니다. 이 폭쇄는 고려 공민왕 때부터인데 본격적으로는 조선 중기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책은 이처럼 귀하게 다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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