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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딱 한번의 골프라운드

주광일 변호사(세종대 석좌교수)

인생살이는 결코 쉽지 않다. 좌절·실패가 부지기수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티샷이 잘되어, 짧은 아이언 샷으로 모처럼 파 온을 하여 버디나 파를 노릴 수 있을 것 같은 득의의 순간, 세컨드 샷이 간발의 차이로 파 온에 실패하고 그만 깊은 벙커나 워터 해져드에 빠지거나 오비(OB)를 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골프가 우리들 마음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골프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골프를 즐기는 분들에겐 잊지 못할 골프의 한 라운드가 있게 마련이다.

이럭저럭 골프 구력 30여년이 넘는 나에게도 영원히 잊지 못할 한 라운드가 있다. 벌써 20여년도 더 지난 일이다. 장소는 맨해튼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뉴욕주의 어느 골프장에서였다. 그때 아직 공직생활을 하고 있던 나는 미국에 출장을 갔었다. 그런데 나의 출장 소식에 접한 고교 동창생들이 나를 골프장에 초대한 것이었다. 10여명 동기생 중에는 학창시절 나와 특별히 가까웠던 의사 친구 K군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둘은 한 조가 되어 골프를 치게 되었다. 서울의대를 졸업한 다음 군의관을 마치고 잠시 의정부 시내에 소재한 양주군청 보건소장으로 근무한 후 1970년대 초에 미국 유학을 떠난 K군이었다. 그리고 불철주야 공부하여 전문의 자격을 따고, 마침내 개업의로서 성공을 거둔 그였다. 그의 골프 실력은 그때 아직 비기너 수준이었는데, 얼마 전 100을 깼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비록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으나, 골프가 곧 인생이라며 골프를 좋아하는 까닭에 거주하는 곳도 아예 골프장 안에 위치한 집으로 장만하였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 둘이 모두 은퇴하게 되면 그의 집에 와서 함께 골프를 치자는 것이었다. 모두 무료라고 하면서…. 그의 얘기를 듣느라고 18홀이 언제 끝난 지도 모르게 끝이 나 버렸다. 스코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라운드였다.

그 후 나는 짧은 일정의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하여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귀국한 지 서너 달 밖에 되지도 않았을 무렵, 나는 K군이 뜻밖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뉴욕주 어느 골프장에서의 K군과의 골프가 그와 나 사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골프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삶을 알려면 일생이 걸린다고. 또 골프는 인생과 같고, 인생은 고통의 바다(苦海)라고.

어쨌든, 우리들 인생이 딱 한번만 주어진 것이듯이 K군과 나 사이에는 딱 한번 뿐의 골프 라운드밖에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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