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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이 지켜낸 코트디브아르의 민주주의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지난 3월 하순 주말 오후, 중동 출장을 다녀오신 반기문 사무총장을 관저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헤이그에서 뉴욕을 방문했던 구유고전범재판소 권오곤 부소장과 함께 한 자리였다. 응접실에 앉자 반 총장께서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서아프리카의 작은 국가 베넹의 대통령선거였다. 방금 전까지 베넹의 현 대통령과 야당 지도자와 전화통화를 하느라 분주했다는 설명이었다.

베넹이라는 나라의 대선 소식은 필자에게도 생소했다. 추후 확인해 보니, 지난 3월13일 베넹에서 수차례 연기 끝에 대통령선거가 있었다. 현 대통령이 선거에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 지도자의 반발과 국가적 분열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자칫하면 코트디브와르에 이어 대선 불복에 따른 내전의 사태가 확대될 수도 있어 보였다. 4월에만 나이지리아, 차드, 지부티에서 대선이 예정되어 있는 등, 금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오르는 해다. 그런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이다. 반 총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말에도 국제전화를 들고 아프리카 정치 지도자들을 상대로 개별적인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고 정파간에 유혈 폭력사태를 막기 위한 숨은 노력인 것이다. 이집트, 튀니지 사태로 중동과 파리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임에도 숨 돌릴 틈 없는 일정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재자로서 소통과 화합의 리더쉽을 발휘하고 있었다.

최근 코트디브와르 내전이 사실상 종결 단계에 이르면서,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를 위한 유엔의 노력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이 바로 코트디브와르 최영진 유엔 특별대표다. 그는 작년 12월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과를 발표하여 현 대통령 그바그보의 선거패배를 공식 선언했다. 유엔의 코트디부아르 선거인증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그러나 그바그보는 자신이 유엔에 선거인증을 요청하고서도 그 결과를 불복한 채 권력욕에 무력으로 정권 연장을 꾀하게 된다. 그러나 코트디브와르에서 이것이 가능해지면 아프리카의 많은 집권자는 선거에서 이기면 좋고, 지면 무력으로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유엔이 선거불복사태를 방관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영진 특별대표는 국제사회와 함께 내전을 이끄는 그바그보 세력을 압박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민간인을 포함하여 수천 명이 사망하는 등 멀고 험난한 상황이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선결과에 따른 민주적 정권이양의 임무를 완수해 냈다. 그 역할을 도운 것이 바로 코트디브와르 유엔평화유지군(UNOCI)이다.

현재 유엔은 전 세계 4개 대륙 총 16개 지역에서 12만 명의 군인과 경찰이 이러한 평화유지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9~2010년의 연간 예산이 7조 7천억 불에 달한다. 유엔헌장상에 규정된 집단 안보보장조치가 현실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워짐에 따라 그 대체수단으로 평화유지활동이 도입, 발전되었다. 유엔 안보리의 파견승인과 총회의 예산심의를 거쳐 활동이 개시되지만, 사무총장이 사령관을 임명하고 평화유지활동국(DPKO)을 통해 인원을 배치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등의 운영을 총괄하게 된다.

유엔의 평화유지활동도 그 성격이 변화하고 있다 지역분쟁의 성격이 다양해지고 유엔의 개입 범위가 확대되면서, 1990년대까지는 정전 감시, 병력철수 감시 등에 중점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선거 감시, 민주화지원, 법제도 정착, 난민 귀환 등의 임무가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르완다, 수단 등과 같은 국경 내의 분쟁의 경우 대부분 군사병력과 함께 경찰과 민간인이 함께 파견되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평화유지활동 참여는 어떠할까? 우리는 현재 640명 정도를 유엔 평화유지활동에 파견하고 있다. 레바논에 360명, 하이티에 240명 등인데, 이는 유엔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우리 분담금은 1억8천만 달러로 전체 분담금의 2.26%에 해당하여 상위 10위권에 속하는 것에 비하면 인력의 참여는 매우 적은 편이다. 2010년 기준으로 이태리 2,497명, 스페인 1,121명, 브라질 1,344명 등으로 우리보다 많다. 앞으로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의 측면에서 파견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 취지에서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여 1,000명 규모의 상비군을 설치하고 필요에 따라 신속하게 유엔에 파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좀 더 안전하게 만들고 그 곳에서 정의와 평화의 가치가 소중히 새겨지길 희망해 본다. 유엔본부에서 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주의를 위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바라보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유엔의 역할을 새삼 되새긴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7월 이곳을 방문했던 영국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연설이 가슴에 남아있다. "오늘날 12만 명의 남녀가 전 세계 16개 지역에 파견되어 활약하고 있는 유엔의 평화유지활동은 놀라운 것입니다. 우리는 분쟁을 줄이는데 힘을 모아야 하고, 자연재해와 응급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인도적 지원을 다해야 하며, 세계 곳곳에서 가난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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