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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배려의 즐거움

황의인 대표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그 동안의 많은 라운드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퍼팅의 순간은 홀컵을 살짝 벗어난 어느 마지막 홀에서의 퍼팅이었다. 그날은 가까운 어르신을 모시고 스킨스게임을 하였는데 마지막 홀까지 어르신은 한 홀도 못 드셨고, 1미터 정도 거리의 내 퍼팅이 실패해야 비로소 어르신께서 몇 홀 비겨온 스킨을 다 드실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는 표 나지 않게 홀컵 우측 1센티미터 지점을 겨냥하였다. 실수로라도 홀컵으로 딸려 들어갈까 봐 마음 졸이며 공을 밀었는데, 다행히 공은 홀컵을 살짝 건드리고 돌아나갔다. 그 후 정말로 환호하시던 그 어르신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나 역시 눈에 보이게 미숙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는 안도감에 마음껏 아쉬워하는 몸짓을 하였고. 참 잘 미스한 훌륭한 퍼팅으로 내 맘에 남아 있다.

골프경기 자체는 사실 전적으로 자기책임 하에 자기와 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누구나 실수를 피할 수 없다. 나의 경우 마음 졸이며 치나 자신 있게 치나 실수하는 빈도는 비슷했다. 그래서 나는 정신건강에도 좋고 보기에도 멋지라고 미스샷도 자신 있게 하기로 마음 먹었다.

프로가 아닌 바에야 골프는 혼자서 하면 무미건조하다. 역시 동반자와 함께 담소하며 가벼운 내기도 하면서 여유 있게 진행해야 제 맛이 난다. 그 중에서도 동반자와 캐디까지 모두 즐겁고 상쾌한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날 하루 행복한 동행을 한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각자가 자신의 경기를 진정으로 즐기면서도 동반자를 배려하고 성원하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20년 전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는 나도 승부와 스코어에 집착했다. 그러던 중 차츰 위계질서가 잡혀 가고 나 스스로 분수를 깨닫게 될 무렵 전투의 장(필드)과 주변 경치에 더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골프장은 한결같이 수려한 자연 속에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다. 그런데 경기만 좇아가다보니 그 풍광을 감상할 여유가 없어 심지어는 바다가 보이는 홀이 여러 군데 있다는 것도 한참 후에야 발견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편력을 하고 경험과 세월이 쌓여 가면서 이것도 시들해진 걸까, 이제는 누구와 라운드 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라운드 후 남는 것은 스코어도 골프장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결국 함께 한 사람이요 함께 나눈 대화, 배려, 즐거움이었다. 그 어르신께 큰 기쁨을 드린 퍼팅이 오래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도 하루 내내 후배들을 배려하신 어르신에 대한 공경심과 남모르는 내 공작이 일궈 낸 감흥 때문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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