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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이야기

(1) 추사對聯에 대한 추억

김영복 KBS 진품명품 감정위원

1970년대 말쯤 일이다. 어느 표구사에 갔더니 추사(秋史, 金正喜; 1786~1856 젊어서는 추사를, 노년에는 阮堂이란 호를 주로 썼다) 글씨 대련 한 쌍을 누가 팔아 달라 가져왔다. 통문관에 근무한지 5년쯤, 그때 내 나이 스물이 조금 넘을 때다.

지금 생각하면 어슴푸레 글씨를 알까, 말까한 사이비한 때이지만, 그 때는 꽤나 자신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

나한테 소개해 달라하고 인사동에서 추사글씨에 가장 권위가 있다는 어떤 원로 분께 자문을 구해 급히 샀다. 그때나 지금이나 싼 게 비지떡이라고 너무 싸게 산 것이 마음에 꺼림칙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로는 내가 처음으로 거액의 돈을 주고 산 것이다.



얼마 후 군대에 가게 되어 자취하던 집을 비워야 했다. 액자가 되어있던 추사 글씨 대련을 시골집에 갔다두기도 어렵고하여 인사동에 다시 가지고 갔다. 산 곳에 가지고가서 산값만 받아달라며 맡기고 왔다. 이틀 후 연락이 왔다. 살 사람 몇 사람에게 보였더니 모두 진짜가 아니라하여 내가 살 때 자문을 받았던 인사동 원로 두 분을 찾아갔다. 그 분이 하신 말씀 "그 때는 진짜 같았는데…" 이 한마디 말에 나는 3·4년 동안 모아놓은 돈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이후 추사글씨를 연구하게 되었고, 지금은 추사글씨에 어느 정도는 자신도 생겼다. 어떤 이는 수업료 많이 냈다고 하지만, 그 때 그 쓰라린 심정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미술품을 구입할 때 아무리 전문가라 할지라도 남의 말은 참고로 할뿐 마지막 결정은 내 스스로 한다. 그 스스로 결정하는 때가 가장 미술품을 정확하게 읽게 된다. 이 공부가 반복되면 다음에는 이런 실수는 쉽게 하지 않는다. 설사 잘못 샀더라도 그만큼 연구했기에 후회하지 않게 된다. 그 때나 지금이나 추사글씨는 가장 알기 어렵다. 추사글씨를 제대로 알게 되면 다른 글씨는 보기가 매우 수월하다. 지금처럼 우리 글씨를 보는 안목이 높아진 것은 바로 그 추사글씨 때문일 것이다.

이 일이 있고난 후 나는 글씨나 고미술품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한다. 고미술품을 제대로 수집하고자 하면, 첫 번째는 사람을 믿어라.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안목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선배에게 어느 정도 배운 후, 두 번째는 공부를 해라. 사려는 미술품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연구하여 자문도하고 하여 스스로 선택하라. 세 번째는 미술품을 믿어라. 옆에서 권하는 사람을 믿지 말고, 그 미술품이 갖고 있는 미적 형태, 그 인물, 그 내용 등등. 내가 이런 말은 해도 이 경지에 오르려면 아마도 중국 당나라 때 초서의 대가인 손과정(孫過庭)이 서보(書譜)에서 말한 인서구로(人書俱老), 즉 사람과 글씨가 모두 늙는 때에 이를 것이다.

그때 샀던 추사대련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추사 제자인 우봉(又峯) 조희룡(趙熙龍; 1789~1866)의 대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