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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이화(梨花)에 월백(越百)하고

서창희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서울 인근 골프장 중 클럽하우스 샤워부스에 "오늘 파 못하신 분"과 "100돌이 전용"이라는 표시를 한 곳이 있다. "梨花에 越百"한 날, 자격지심에 전용 부스 쪽을 지켜 보았지만, 실력자들만 라운딩 하였기 때문인지 아님 캐디들의 셈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인지 혼잡한 목욕탕 안에서도 100돌이 전용부스는 늘 비어 있다.

미국 골프협회에서 추정하는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타수는 98 내지 99타이고 20% 이상이 평생 100파를 못해 본다고 한다. 일파만파 같은 좋은 제도가 없는 나라의 통계임을 감안하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보면 百돌이도 최소한 "중하" 내지 "하상" 정도는 되는가 보다.

나라고 잘치고 싶은 욕심이 없었으랴. 작년 겨울, 시즌에 대비해 특별 레슨도 받아보고, 번쩍번쩍하는 신무기로 병기도 바꾸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 보았지만, 과욕의 결과는 부상으로 인한 시즌마감이었다. 유명 국가대표 선수들의 인터뷰 기사에나 나오는 전방십자인대 부상을 다시 입고, 미루고 미루다 결국 두번째 무릎 수술을 하고 지금 재활 중이다.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지만 곧 배꽃도 피고 페어웨이도 파랗게 변할 것이다. 카트에 앉아 다음 샷 구상보다 스코어카드 숫자와 싸움을 하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과욕이 가져온 쓰라린 경험에 비추어 (15년 전에도 큰 맘 먹고 유명 코치에게 레슨 받기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십자인대 수술을 하였다) 올해부터는 실력도 없지만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홀인원과 함께 골프인들의 희망사항 중 하나가 자기 나이보다 적거나 같은 타수를 기록하는 '에이지 슛(age shoot)'이라 한다. 몇년 전 모 그룹 회장께서 에이지 슛을 하셔서 그 분의 건강관리와 골프실력에 대해 칭송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연말연시 유행하는 건배사의 순위를 만든다면 "9988234"도 상위 랭킹에 자리할 것이다. 준비 안된 초고령 사회에 대한 걱정이 많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99세까지 팔팔하게 백돌이 실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백돌이에게도 에이지슛을 할 기회가 올 수 있다는 공상에 가까운 상상을 해본다.

미국 유학시절 동네 퍼블릭 골프장에서 조인했던 70대 노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떠올리며 오래오래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건강과 기분 좋은 파트너로 기억될 수 있는 매너를 갖출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며칠 미루었던 무릎펴기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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