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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운칠복삼(運七福三)

변동걸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대표)

나는 골프를 좋아했었다. 왜 과거형이냐고 반문하실 분이 있을 것도 같지만, 지난 겨울 채를 놓은 이후 두달이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까지 골프생각이 나지 않으니 과거형을 쓴다고 잘못이랄 것도 없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한참 빠져있을때는 이것 없이는 무슨 재미로 살겠나 싶어도 막상 손을 놓고 다른 것을 하게되면 언제 그랬던가 싶은 게 다반사다. 테니스치다가 골프로 바꾼 게 그렇고, 잠시 옆길로 새는 이야기지만 판사하다가 변호사하는 것도 또 그렇다. 아무튼 나는 골프를 좋아했었다. 골프의 장점은 '아주' 재미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것이라고들 하던데, 나는 그 장점과 단점을 다 실감하였으니 좋아한 것은 틀림없다. 그동안 골프에 바친 시간을 공부하는데 썼더라면 진작 박사학위 한두개는 얻었을 터이고, 들어간 돈을 펀드에 넣었더라면 손자놈 학비걱정은 덜었을 터지만, 어찌 인생의 즐거움이나 가치를 박사학위나 펀드에서만 찾을수 있겠는가?

그런데 골프는 왜 이렇게 재미있을까? 흔히 골프 자체를 즐기라고들 하지만, 골프의 재미는 승부를 가리는데 있다. 물론 동반자와의 승부가 먼저 떠오르겠지만 반드시 그것만이 아니다. 내 골프사상 최고의 라운딩은 몇해 전 설악 대명골프장에서 가졌던 라운딩이다. 쾌청하였으나 바람이 몹시도 불어서 동반자들이 모두 포기하여 나혼자 가졌던 라운딩. 푸른 동해바다와 울산바위가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의 도움도 있었지만, 그날의 즐거움은 잊을 수가 없다. 그때 나는 바람과 골프장, 그리고 내 스코어에도 승부를 걸었었다.

골프를 더 재미있게 하는 것은 그 승부에 운이라는 요소가 강하게 개입되어있기 때문이다. 흔히 골프를 두고 운칠기삼이라고 했는데, 근래에는 아예 운칠복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세월가면서 슬슬 꼬리를 내리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도 이제는 운칠복삼설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지난해 열렸던 법률신문사 주최의 자선골프대회에서 기라성같은 싱글들의 양보를 받아 우승한 것도 실은 신페리오방식이라는 운수떼기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 운이 좋다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 않겠는가? 젊은 시절 운이 좋아서 시험합격한 것 가지고 평생 먹고 살게된 나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나이들면서 거리는 줄고 스코어는 늘고 하니, 이제는 기댈 곳이 운밖에 없다.

이제 3월 어느날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필드에 나가게 된다면 나는 다시 현재형으로 골프를 좋아하면서 한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운만을 믿고 다시 시작하려니 이는 운이나 골프에 대한 모독이 될 것 같아서 좀은 마음이 캥긴다. 그러면 어디 골프채를 바꾸는 '노력'이라도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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