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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아덴만 작전’, 해적 그리고 유엔의 노력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아덴만에서의 대한민국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은 뉴욕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2008년 6월 유엔안보리에서 결의안 1816호를 통해 외군 군함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과 해적을 상대로 한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등 다양한 해적에 대한 조치를 취해 왔지만, 국제사회의 피해는 커져만 가고 있었다. 소말리아를 넘어 인도양 전체를 운항하는 선박들이 해적 공격의 위협에 시달리고, 해적에게 지급된 몸값이 2009년 한해만 6,000만불을 넘어설 정도로 인류 공통의 골칫거리였다. 그런 가운데 유엔본부에서 전해들은 소식은 감격 그 자체였다. 우리 정부가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성공하였고 소말리아 해적 5명을 생포하였다는 뉴스는 변화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이곳에서 다시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대륙 북동부는 소말리아 해적의 본거지였다. 그런데 그 활동범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2007년 200여마일에 불과하던 해적의 출몰 범위는 작년 1,100마일 이상으로 급속도로 넓어졌다. 더구나 이 지역은 수에즈 운하를 오가는 상선들과 아라비아해를 빠져나온 유조선들이 붐비는 해상교통의 요지인데, 결국 아시아와 유럽, 중동을 잇는 주요 항로상에 위치한 아덴만까지 위험지역이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적의 문제는 심각하다. 2010년 상반기 아프리카에서 해적행위가 발생한 건수는 114건으로 이는 2위 지역인 동남아시아의 53건에 비하여 2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지급된 인질의 몸값만도 신고된 건만 2008년 5,500만불, 약 610억원에서 2009년 6,000만불, 약 67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해적들이 모선을 사용하여 인도양 전체를 넘나들며 자동차운반선이나 유조선 같은 고속 대형선박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형편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2006년 이후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우리나라 선박 15척에 대한 공격이 발생했고, 그 중 7척이 피랍되는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유독 해적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해적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지혜는 없는 것일까? 먼저, 소말리아 정부를 비롯해 지역 정세를 살펴보자. 1991년 독재정치를 펴던 바레 정권의 붕괴 이후 소말리아는 20년간 중앙집권정부가 부재한 상태이다. 중앙정부가 없다보니 사법시스템 자체도 붕괴되어 해적 등의 범죄를 국내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장치가 부재하다. 현재 미국의 지원을 받는 과도정부가 구성되었으나,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정부의 붕괴 이후 소말리아 어민들이 자체적 해양경비대 역할을 하던 것이 해적의 시초가 되었고, 2004년 쓰나미 발생으로 4만~5만명이 사망한 이후 국민들의 생활이 극도로 피폐해져 많은 어부들이 해적에 가담하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최근 이들이 기업화, 군벌화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해적산업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 내지 브로커 등과의 국제적 연계, 자금세탁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인질의 몸값으로 무기 밀매, 마약 거래 등의 조직범죄화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내전으로 마땅한 소득원이 없는 소말리아에서 1인당 국민소득은 600불 남짓에 불과하다. 그런데 해적행위 성공에 따른 보상은 1만~1만5,000불에 달하다 보니 각 지역의 군벌들이 비호하며 조직적으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돈세탁을 통해 나이로비 등에 고가의 부동산을 구입하기도 하고 두바이 등의 보스에게 수익금을 송금하고 있다고 해외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유엔에서는 안보리 결의안을 토대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결의안 1851호를 토대로 소말리아 내에서 필요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사용할 것을 승인하는 한편, 국제협력의 매카니즘을 마련할 것을 장려함에 따라 2009년 1월부터 '소말리아 해적 퇴치 연락그룹(CGPCS)'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미국의 주도로 소말리아, 케냐 등 주변국, 우리나라, 영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요 이해국 등과 10여개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2010년 11월 뉴욕에서 개최된 제7차 회의에서는 우리나라가 의장직을 수행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위한 논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당시 체포된 해적들에 대한 불처벌(impunity)이 있어서는 안된다는데 참가국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소말리아 및 인근 정부의 사법처리를 위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더불어 해적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자금원 추적, 석방금의 추적 및 동결 등 불법자금 차단의 필요성과 국제공조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국제공조를 통한 해적행위 자체의 근절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개별국가에서 보편적 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을 토대로 해적행위 관련자에 대한 수사 및 재판절차를 진행하더라도, 각국의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국제적 공조체제를 마련하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미 국제조직화, 기업화되고 있는 해적의 문제는 국경을 넘어선 인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유엔 연락그룹에서 최근 해적의 사법처리와 관련한 각국의 상황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고 사법처리를 위한 국제신탁기금을 설립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공조체계를 통해 조직화, 기업화된 해적의 배후를 밝혀 자금원을 차단하고 인질의 몸값으로 받은 불법자금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가 마련될 수 있다. 일부에서 언급되는 것과 같이 해적의 기소 및 처벌을 위해 특별 국제재판소를 설립하거나 국제형사재판소(ICC)의 관할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시간, 비용적 측면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협약 개정 등 장기과제로 검토되어야 한다.

삼호주얼리호 사건의 수사 및 재판절차를 통해 국제사회의 해적의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갖고 기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소말리아 해적의 문제는 결코 한 국가의 단기적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해적들의 범행수법은 보다 정밀화되고 폭력은 거욱 거세지며 인질억류기간은 장기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을 해결한 것만으로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국제공조를 통한 장기적이고 일관된 해적 척결의 노력이 긴요하다. 유엔도 이러한 목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모으고 조정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믿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말리아의 지역 정세가 조속히 안정되고 그곳의 주민들도 극빈을 벗어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해적행위에 참여한 개개인의 심각한 범죄를 엄단하는 것과 별개로, 아직까지도 지구상에 이러한 범죄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모순은 인류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오지 남부 수단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의료봉사로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했던 고 이태석 신부의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의 장면이 떠오른다. 절망의 땅에서 나눔과 사랑으로 용기와 희망을 만들어낸 그의 숭고한 정신이 소말리아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내길 기원한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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