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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터치플레이'의 유혹

임안식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티샷을 하여 멋지게 날아간 공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걸어가 보니 조그마한 공은 속살을 드러낸 디보트에 빠졌거나 벙커 속에서도 정리되지 않은 깊숙한 발자국 속에 묻혀 있다. 이때 실력보다는 불운을 탓하며 공을 살짝 움직이고픈 유혹을 느낀 적은 없는가?

10년 전쯤 보기 플레이어에 불과한 나는 싱글골퍼인 친구와 스트로크 내기를 했다. 물론 실력차이가 많이 나 그로부터 18홀에 핸디를 10점이나 받았다. 그러나 나는 전반에 오비만 두번 내고, 9번 홀에서는 벙커에서 3타 만에 탈출, 트리플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전반을 마치자 핸디로 미리 받아 놓은 돈은 물론이고 이미 원금의 상당액을 잃은 데다가 스킨은 하나도 얻지 못했다.

나는 씩씩대며, 얼굴을 붉혔지만 후반부터는 잘 치자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후반 첫홀, 그가 친 볼은 또 얄밉게도 기계가 친 것처럼 어웨이 정중앙으로 저 멀리 날아갔고, 내가 공들여 티샷한 볼은 야속하게 엉뚱한 데로 방향을 틀더니 좌측에 있는 깊은 벙커 속으로. 게다가 그 홀은 더블판! 가서 보니 내 공은 벙커 속에서도 하필이면 하나 뿐이었던 깊은 발자국 구멍에 있었다.

뒷정리도 하지 않은 이름 모를 골퍼에게 마음 속으로 온갖 욕을 하고, 그날의 운세를 탓하며 모래밭 속으로 들어가 치려고 했으나 도저히 탈출에 자신이 없었다. 한창 잃고 있는 나에게 그녀석은 내 공을 보고도 옮겨 치라는 호의는 베풀지 않을 터! 그때 나는 그 친구 몰래 벙커의 볼을 살짝 옮겨 놓았다. 그리고나서 치려는 순간 저 옆에서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 "야! 왜 볼을 옮기냐!" 나는 또다시 애꿎은 모래만 퍼올리고 볼은 불랙홀 같은 벙커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 후 후반 9홀은 골프규칙을 어겼다는 스스로의 부끄러움에다 내 부정행위가 한껏 그 친구의 조롱감이 돼 그날의 골프는 엉망으로 끝났다.

볼을 건드리면 안된다는 규칙은 골퍼라면 모두 알고 있음에도 상습적으로 떳떳하게 옮기는 사람이 있다. 이들의 항변은 다음과 같다. "PGA 시합처럼 잘 관리되고 정비된 골프장을 주라! 그러면 나도 룰대로 치겠다. 우리가 치는 골프장은 관리가 안돼 여기 저기 디보트 자국이 널려 있지 않느냐? 그러니 나도 내 룰대로 치겠다."는 것이다.

언젠가 골프를 칠 때 디보트에 들어간 내 볼을 본 너그러운 동반자가 자기가 직접 내 공을 옮겨 좋은 라이에 놓아주었다. 아니 웬걸 쪼로가 나는 것이 아닌가? 디보트가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이 문제로다.

어쨌든 "Play the ball as it lies!" 이것이 골프의 기본 룰(rule)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