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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중국법률] 계약통제모델에 관하여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유) 태평양)

'계약통제모델'이 최근 중국기업 한국상장과 관련하여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계약통제모델'은 VIE Model 혹은 Sina Model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이미 중국에서는 10년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계약통제모델'은 두 가지 면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한편으로 중국국내기업이 해외상장하는데 효과적이고, 다른 한편으로 외국기업이 중국내 제한업종에 우회투자하는데 유용하다.

기본적인 형태는 '내자기업'과 '외자기업'의 두 회사를 쌍두마차로 설립하여, 내자기업은 중국내에서 당해 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보유하고, 외자기업은 일련의 계약을 통하여 내자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중국정부가 외자기업에게는 라이선스를 법률상, 사실상 부여하지 않는 업종 즉, 제한업종 내지 금지업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인터넷사업, 온라인게임사업, 부가통신사업, 홈쇼핑사업, 교육사업, 온라인쇼핑몰, 방판사업 등이 그것이다.

외자기업이 내자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데 사용되는 일련의 계약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외자기업'과 '내자기업의 중국인주주(갑, 을)'와의 사이에 대출계약(회사설립자금을 외자기업이 중국인 개인에게 빌려준다), 질권설정계약(외자기업이 주주가 보유한 내자기업지분에 대하여 질권을 설정한다. 질권이 설정되면 지분을 매각할 수 없다), 콜옵션계약(외자기업은 언제든지 주주가 보유한 내자기업지분을 본인이 직접 혹은 제3자를 지정하여 매입할 수 있다. 매입대금은 대출금과 상계처리한다), 의결권위임계약(내자기업 지분권자로서의 의결권도 포괄적으로 외자기업에 위임한다)을 체결하고, '외자기업'과 '내자기업'은 다시 용역계약, 독점적기술계약, 임대계약등을 체결하여 내자기업의 업무와 수익을 외자기업에 전부 이전한다.

가장 먼저 이 방식을 사용한 것은 중국의 유명한 포탈사이트 시나닷컴(sina.com)이다. 시나닷컴이 해외자금조달을 위하여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이와 같은 모델을 만들어 상장에 성공하고 그후 많은 기업들이 이 모델을 활용하였는데, 이러한 모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배경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회계상의 문제로, VIE(Variable Interest Entity) 개념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엔론사태 이후, 지분은 보유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를 통하여 분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VIE, 즉, 지분관계는 없지만 지배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자회사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있게 된다. 즉, 상장주체인 외자기업의 해외모회사는 중국내 자회사인 외자기업 외에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분관계 없는 내자기업의 실적까지도 재무제표에 반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해외상장주체는 내자기업을 지분상으로 지배하지는 않지만, 회계를 통합시킬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정부의 인허가이다. 당시 중국정부는 민영기업의 간접해외상장에 대하여는 국유기업과 같이 '비준'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무이의함(無異議函)'을 발급하는 방식을 취했다. 개략적인 절차는 이러했다. 해외상장하고자 하는 중국국내의 민영기업이 구조조정 후 상장할 때, 중국 국내로펌이 법률의견서를 작성한 후 증감회에 제출하면, 증감회는 법률의견서를 검토한 후 일정한 절차를 거쳐 "우리는 XXX회사가 국외에서 주식을 발행하고 상장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회신을 보낸다. 이것을 통상적으로 '무이의함'이라고 부르는데, 영어로는 No Objection Letter, No Action Letter, No Comment Letter등으로 부른다. 당시 시나닷컴은 중국의 신식산업부, 증감회 등 정부기관과 긴밀하게 의견교환을 하여 이러한 '무이의함'을 받아낼 수 있었다. 중국정부가 해외상장에 관한 법률의견서를 검토한 후 이의가 없다는 회신을 준다는 것은 그 구조를 인정한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이리하여, 무이의함을 받고 해외에 상장하는 민영기업의 사례는 급증한다. 그런데, 무이의함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만 발급되고, 그 이후에는 중국증감회가 '무이의함'을 발급해주지 않는다.

'계약통제모델'은 초기에 제한업종의 민영기업이 해외상장하는데 사용되었다. 포탈사이트인 시나닷컴, 소후닷컴, 넷이즈, 온라인게임회사인 샨다, 검색회사인 바이두, 온라인발권사업의 씨트립, QQ를 운영하는 텐센트, 교육업종의 신동방, 홈쇼핑의 아콘인터내셔널 등이 그런 경우이다. 계약통제모델은 순수한 중국국내기업이 해외상장하는데 이용되는 툴로 시작하였지만, 그 이후 아래와 같이 몇 가지 방향으로 발전을 거듭한다.

그 하나는 순수외국기업이 이를 활용하여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다. 즉, 외국기업도 중국내에 외자기업과 내자기업을 설립하여 중국법규상의 제한업종에 진출하여 사업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도 이런 사례는 많다. 홈쇼핑분야에서 CJ오쇼핑의 동방CJ가 있고, 롯데가 인수한 럭키파이도 있다. NHN은 중국게임회사 렌종을 인수했다가 다시 매각하였고, SK도 계약통제모델로 사이월드 및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였다.

다른 하나는 2006년에 시행된 10호문건(M&A규정)을 회피하는데 이용되는 것이다. 10호문건에 따르면, 중국기업이 해외상장을 위하여 해외에 Paper Company를 설립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상무부, 증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정부는 아직까지 이에 대하여 승인을 해준 사례가 단 1건도 없다. 그러다 보니, 민영기업이 10호문건에 따라 중앙정부승인을 받아 해외상장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이 여러가지 강구되었는데, 그 중의 한 방안이 계약통제모델을 활용하는 것이다. 즉, 예전의 계약통제모델은 중국정부가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는 분야에 라이선스를 보유한 내자기업과 실제사업운영을 하는 외자기업으로 나누어 사업을 수행하였다면, 이제는 10호문건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중국인이 해외에 회사를 설립한 후, 그 해외회사가 다시 중국내에 100%자회사를 설립만 하고 내자기업이나 자산을 인수하지는 않는다. 그저 계약관계로 외자기업이 내자기업을 지배하도록 할 뿐이다. 단순히 중국인이 설립한 외국기업이 국내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10호문건의 적용을 회피할 수 있다. 왜냐하면 10호문건은 중국인이 설립한 외국회사가 국내기업을 M&A하는 경우에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중국내에 내자기업과 외자기업을 두지만, 종전처럼 내자기업이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외자기업은 라이선스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내자기업과 외자기업이 모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경영범위도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기존 사업은 내자기업이 그대로 수행하면서, 외자기업과 일련의 지배관계를 설정하는 계약을 맺을 뿐이고, 신규사업은 외자기업이 수행하며, 점차로 사업의 중심을 외자기업으로 옮겨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나스닥에 상장하는 기업중에는 이런 유형이 늘어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중국정부의 제한업종 이외에 금지업종에까지 이러한 계약통제모델을 활용하는 경우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계약통제모델이 제한업종에 한정되었지, 금지업종에까지 사용하지는 않았고, 기본적으로 스타TV가 청해위성TV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제지당한 후, 금지업종에 대하여는 계약통제모델방식의 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나스닥에 폴리보나(保利博納)라는 '영화제작'업체가 계약통제모델로 상장하였는데, 영화제작은 현재 중국법규상 금지업종이다.

외국의 증권거래소를 보면, 나스닥과 NYSE는 계약통제모델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홍콩연합거래소에도 계약통제모델로 상장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일본의 동경거래소에 최초로 상장한 중국기업인 Asia Media도 계약통제모델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선택의 순간에 있다. 중국기업의 '계약통제방식'에 의한 상장을 허용할 것인가? 허용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가? 즉, 제한업종에 대한 계약통제모델만을 허용할 것인가? 10호문건 회피목적의 계약통제모델도 허용할 것인가? 금지업종에 대한 계약통제모델도 허용할 것인가?

이에 관하여 답을 구하기 전에 먼저 '중국부동산'분야의 경험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투자와 무역이 모두 랭킹내에 들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한국기업이나 펀드가 중국에 보유한 부동산은 얼마 되지 않는다. 상해의 미래에셋빌딩, 북경의 현대자동차빌딩, LG트윈빌딩, SK빌딩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러나, 홍콩,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의 기업과 기금들은 중국내에서 활발하게 부동산투자를 하였다. 북경의 장안가를 가로질러가다보면, 싱가포르계, 대만계, 홍콩계의 빌딩이 즐비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이나 펀드들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당시 중국에 부동산투자를 하고자 하는 한국사람들은 중국의 부동산 관련법규에서 이상한 점을 두 가지 발견했다. 하나는 토지가 국가소유이어서 개인과 기업은 토지소유권은 가질 수 없고, 토지사용권만 가지게 된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그나마 토지사용권에 30년, 50년의 기간이 설정되어 있고 기간만료후 어떻게 될지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소유권에만 익숙한 우리 기업과 펀드, 그리고 금융기관들은 사용권만을 취득해도 법적 문제가 없을지, 그리고 30년, 50년인 사용권기간이 만료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하여 법적분석, 리스크분석에 열중했다. 그러다보니 기업이나 펀드는 과감하게 투자할 수도 없었고, 금융기관은 대출에 신중했다. 아마도 우리나라 전체가 IMF위기이후 리스크에 너무 민감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으로 대박을 터트릴 기회를 모조리 놓쳐버린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업과 펀드들이 주저하는 사이에, 홍콩, 대만, 싱가포르. 그리고 미국의 기업과 펀드들은 앞다투어 중국에서 부동산에 투자했고 많은 수익을 남겼다. 우리 기업과 펀드들이 더 이상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서 들어가려고 하자, 중국정부는 문을 걸어닫아버린다.

아마도, 중국기업해외상장분야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리스크에 대한 검토는 어떻게 해도 완벽하게 해낼 수 없고, 리스크방지조치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우리의 KRX와 감독당국은 리스크분석결과 리스크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다거나, 리스크방지조치를 충분히 마련했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 거래소들이 모두 허용하니 허용한다는 식으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계약통제모델을 허용할지 모른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부동산투자 때와 마찬가지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중국정부가 현재의 헛점까지 막아서 민간기업이 해외상장하는 통로를 더욱 좁혀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외국국적취득방식'과 '계약통제모델'을 법규로 모두 막아버린다면 민간기업이 해외상장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그때가 되면 총명한 중국인들은 또다시 관련법규에 직접 저촉되지 않는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지 모르고, 항상 앞서가는 나스닥은 아마도 그 모델을 받아들여 중국기업들을 상장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 증권당국과 KRX은 처음부터 다시 여러해 동안 그 새로운 모델에 대한 리스크분석에 골몰하면서 시간을 보내버릴지도 모른다.

얼마전 매일경제에서 다른 나라 거래소에는 코끼리가 가고, KRX에는 피라미만 왔다고 쓴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쓴 기자는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나스닥에 상장된 시가총액 1위부터 5위까지의 기업인 바이두(百度), 시트립(携程), 넷이즈(網易), 시나닷컴(新浪網), 샨다(盛大)가 모조리 계약통제모델이라는 사실을.

노자의 도덕경에는 "나에게는 세 가지 보배가 있는데…. 셋째는 천하에서 앞서가지 않는 것이다(不敢爲天下先)"라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 손문은 이를 역으로 뒤집어 주장했다. "과감하게 천하에서 앞서가야 한다(敢爲天下先)" 우리가 노자처럼 '감위천하선'하지 않고 그저 현상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손문처럼 '감위천하선'하여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해답은 역사가 잘 말해주고 있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