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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골프장의 소나무

김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창 대표)

1985년 유학 시절 시애틀에서 골프에 입문하였다. 공무원으로 연수오신 선배님이 기회를 주신 것인데 아무 준비 없이 나갔으므로 공을 수없이 분실하고 이리저리 뛰는데 땀은 왜 그리 나는지 정말 혼비백산하였다. 지금도 그 선배님에게 감사하고 있다. 여태까지 네 사람에게 머리를 얹어주었는데 좀 더 분발해서 열 사람까지는 골프입문을 시키고 싶다. 번거롭지만 보람있는 일이다.

워싱턴 법대시절 권남혁, 박국수, 하철용, 차철순 선배님들이 필자에게 골프를 가르치려 애쓰셨지만 박사과정에 있던 필자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 그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였다. 그때 골프를 제대로 배웠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인생은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것이 아닐까.

예나 지금이나 필자의 실력은 90대 전반이다. 다른 일은 모두 잘하고 싶은데 골프는 굳이 잘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니 이상한 일이다. 다정한 벗들과 담소하며 자연을 즐기는 기쁨이 워낙 크니 스코어가 무어 그리 중요하랴 생각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가 실제로 있어서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골프장에 우뚝 서있는 멋지고 굵은 소나무가 되고 싶다. 페어웨이 옆은 공에 얻어맞기 쉬우니 홀 컵 근처가 좋겠지. 골프장에서 멋진 소나무를 보면 가볍게 쓰다듬어주곤 한다. 그리고 실수로 나무를 호되게 맞힌 경우에는 미안한 마음에 달래듯 안아주기도 한다.

아내와 하는 라운딩을 즐기는 편이다. 이때 필자의 원칙은 칭찬만 할 뿐 아내의 샷에 대해 일체의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부부끼리 라운딩을 해보면 자신의 실력도 크게 뛰어나지 않으면서 배우자의 샷에 대하여 잔소리하는 남편들을 많이 보기 때문이다. 남의 허물은 보면서도 자기 눈의 대들보는 못본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골프의 장점은 칭찬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날아가면 나이스샷이고, 굴러가면 굿샷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동반자에게 인심쓸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오비 냈는데 멀리건을 주었을 때, 공이 디봇 자국에 떨어졌거나 벙커 깊숙이 박혔는데 공을 움직이도록 허용해 줄 때, 러프에 숨어버린 분실구를 열심히 찾아줄 때 동반자가 어찌나 기뻐하는지, 필자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처음 가는 골프장에 갈 때면 전날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가본 골프장 중에 화산과 나인브리지, 중문CC가 인상깊었는데 특히 호수와 갈대밭 그리고 단풍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홀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난다. 매너있는 좋은 벗들과 아름다운 골프장에서 우정을 더욱 깊게 하고 싶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