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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홀인원

임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누구든지 골프장에서 찍은 기념사진 한 장씩은 가지고 있다. 판사임관을 축하한다고 골프채를 선물받았으나 젊은 나이에는 테니스가 어울린다고 고집하며 처박아 두었다. 유일하게 골프 안친다고 식사 때에 맞춰 나갔다가 페어웨이가 어떻고 스푼이 어떻고 이해할 수 없는 단어를 식사 끝날 때까지 들어야 했다. 마치 외톨이가 된 듯한 소외감에, 곧바로 골프연습장에 등록하고 7번 아이언을 몇 번 흔들며 2주일이 지났는데 갑자기 골프장에 함께 가자고 하여 얼떨결에 머리를 얹게 되었다.

용인프라자CC 타이거코스. 반은 굴리며 반은 날리며 풀밭을 걸었다. 동반자들은 초보자를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다. 숲 속으로 들어간 공은 당연하고 움푹 패인 곳, 흙이 조금만 드러난 곳에 공이 있어도 집어 들고 나와 좋은 곳에 얹어 놓은 다음 치도록 해주었다.

한 번은 아이언으로 친 공이 그린 옆 넓은 모래밭으로 굴러 들어갔다. 조금만 흙이 드러난곳에 공이 들어가도 집어 들고 나와 좋은 곳으로 가서 쳤는데, 이렇게 넓은 모래밭으로 굴러들어간 공은 당연히 집어들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골프연습장에서도 이런 모래밭은 본 적이 없었다. 난 주저 없이 공을 집어 들고 나와서 "이런 데서는 못 치는 거죠?"하고 씩씩하게 말했다. 동반자 모두가 조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을 보고 아차 뭔가 잘못 되었구나 알아차렸다.

꿈같은 시간이 흘러 초저녁 어스름한 시각에 18번째 홀에 도착했다. 프라자CC에 근무하던 감사께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가 처음 머리 얹은 날을 기념하여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였다.

기념사진에 담긴 모습을 보니 클럽하우스에 걸려있는 프로골퍼의 멋진 스윙폼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제 막 스윙을 한 드라이버 헤드가 등 뒤로 멋지게 넘어가 있었다. 그때는 헤드업이 뭔지 알지도 못하던 때이므로 스윙이 끝났는데도 머리는 원위치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영락없는 프로폼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건 뭔가? 자세히 살펴보니 골프공이 티 위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연습스윙 때 사진을 찍은 것이다. 스윙이 끝났는데도 골프공이 그대로 남아 있으니 사진을 확대해 액자에 넣어 걸어놓기는 틀렸다.

20년이 흘러 싱글패도 받고, 지난 해 11월20일에는 청주 떼제베CC에서 홀인원도 했다. 올해 1월1일에는 푸켓 반얀트리호텔에 있는 라구나CC 11번홀에서 아내가 홀인원을 했다.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젊은 변호사들을 도우며 너희는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다.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운이 좋다고 했는데, 그 운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