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골프와 진정한 휴식

김서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창)

나에게 골프는 휴식이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가는 길이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산도 좋지만, 골프장은 잘 가꾸어진 세련된 자연이어서 감미롭다. 아름다운 작품 자체인 클럽하우스, 이쁘고 아담한 그늘집, 이름도 모를 수많은 꽃과 나무들로 이루어진 조경, 한껏 여유를 부리며 떠도는 구름, 필드 위를 한가롭게 거니는 새들, 꼬리를 물고 쌍을 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 심지어 주의경고가 붙은 뱀마저 아우러져 우아한 오케스트라를 연출한다. 야외온천, 스파까지 갖춘 골프장이라면, 거의 완벽한 하모니다. 날씨가 변화무쌍한 제주에서의 라운드는 한편의 변주곡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 필드에서의 라운드는 한편의 시, 한편의 소설이다.

그런데 아무리 유유자적 골프를 즐긴다고 해도, 마음에는 많은 생각과 갈등이 있다. 같이 라운드를 하면 골퍼들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 성격대로 삶도 그러할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이왕이면 여유 있게 잘 치는 사람과 라운드하면 훨씬 즐겁다. 내면이 강한 사람은 겉으로 한없이 부드럽다.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골프에서도 힘이 빠지고 부드럽게 스윙할 때 제대로 된 샷이 나온다. 스윙이 공기를 가르되 노함이 없고, 바람을 거스르되 저항이 없다. 인고의 세월 끝에 이르게 되는 경지이다. 거저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노력 않고 잘치고 싶은 헛된 욕망이 나를 좌절시킨다. 마냥 유유자적할 수는 없는 마음상태가 된다.

처음 입문했을 때 장타녀라는 별명을 얻었고, 스윙할 때 에스라인이 살아나는 폼순이였다. 연습장에서 코치는 신동이라고 추켜세웠고, 나는 어김없이 "연습을 안 해도 이정도인데, 좀 하면 어떨지 아시겠죠?"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폼 나는 점수로 멋있게 치고 싶었다. 그런데 필드에 나가 그냥 쳐도 공이 날아가자 즉시 연습을 게을리 하였고, 연습없이 실전만 하니 좀처럼 점수는 나지 않는다. 젯밥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폼은 망가졌고 만년 백순이로 세월만 간다. 몇 차례의 전지훈련과 구력이 쌓이면서, 얼핏 보기엔 잘 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보이는 것과 달리 점수는 속이지 않고 나를 말해준다. 9홀을 돌고 나면 체력이 달리고, 사기는 저하된다. 아울러 휴식의 의미도 퇴색되기 시작한다.

18홀을 다 돌 때쯤 매번 다짐한다. 체력을 단련하고, 제대로 연습해서 폼을 바로잡을 때까지 다시는 필드에 나가지 않겠노라고. 그러나 연습장에 발을 딛기도 전에 또 약속이 잡힌다. 나에게 골프는 '휴식'이다. 못 치는 골프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진정 품격이 있는 휴식이 되길 원한다. 실력이 품격을 뒷받침한다는 것을 안다. 주말엔 꼭 연습장에 가야겠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