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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스마트

간이 증인신문

김상순 변호사(서울종합법무법인)

"범죄사실 전부 인정하며 증거는 전부 동의합니다."

양형의 경중에 변호의 포인트를 맞추었던 자백사건은 그렇게 간이공판절차로 회부된다. 어쨌든 형사재판이 끝나면서 오전 일정도 끝났다.

오후 일정은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손해배상청구사건. 증인진술서의 제출로 족한 사안으로 보이는데 굳이 증인신문을 하겠다는 상대방 대리인의 신청에 슬픈 미소로 동의를 하니 다음 증인신문기일이 잡힌다. '이 사건 한 두 달은 더 걸리겠군.' 변론종결을 예상하며 출석했다가 조금 답답한 상태로 법정을 나선다. 재판을 마치고 서초동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해 질 무렵이다. 건물 앞 전봇대 아래에서 휴대폰을 바라보며 어느 아가씨가 열심히 말을 하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고 있는 듯.

하나 둘씩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하는 세상이다. 법원도 전자소송이라는 테마로 소송기록을 PDF파일로 대체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원격재판, 사이버법정 이야기도 들린다. 이를 위한 설비들을 갖추기 전이라도 간단한 내용의 증인신문이라면 영상통화로 대체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굳이 아이폰의 페이스타임(Facetime) 기능이 아니래도 웬만한 전화기에 영상통화 기능이 탑재되어 있지 않은가.

증인신청 측 대리인이 휴대폰을 꺼내 진술을 할 증인에게 영상통화를 시도한다. 재판장이 증언거부권을 고지한 후 인정신문과 함께 몇 가지 질문을 한다. 휴대폰 화면 속의 증인은 '사실이다. 맞는 말이다' 라며 재판장의 질문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한다.

쌍방 대리인 신속한 간이증인신문에 절약된 시간을 계산하며 흡족해한다. 형사사건의 증거기록에 편철되는 수사보고서도 이렇게 바뀌지 않을까. '본직이 참고인 권모씨와 영상통화를 하였던바, 온화한 인상의 참고인은 어쩌고 저쩌고.' 아뿔싸. 이런 저런 장면을 머리속에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아까운 야근시간이 벌써 반이나 날아갔다.

@bizzazzy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