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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골프와 소송사이

하광호 변호사(법무법인 충정)

얼마전 집에서 케이블TV채널을 통해 중계방송된 국내 어느 KLPGA선수권대회 최종일 라운드를 보게 됐다.

선두권 마지막 조에서 플레이하는 선두들 중, 초청케이스로 출전한 여고 2년생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선수보다 2타 적은 타수로 다른 선수들의 축하 세리머니를 받으며 우승을 확정지으려는 순간이었다. 스코어카드에 동반라운딩을 한 선수의 싸인을 받아 대회 주최측에 제출해 우승이 확정되려던 참에 한쪽에서 웅성거리더니 중계방송 해설자를 통해 소란의 연유가 밝혀졌다. 2타차 1위로 경기를 끝낸 위 여고생 선수가 14번 홀인가에서 온그린에 실패하고 어프로치샷을 할 때 실수로 룰을 어겼다는 것이고 여기서 만약 2벌타를 부과 받아야 하는데 2벌타를 가산치 않은 채로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경우에는 실격처리를 받게된다는 설명이었다.

잠시 후, 여고생 선수가 아버지와 함께 눈물을 훔치며 2벌타를 받아 들이게 됨으로써 2위 선수와 같은 타수가 되어 거세진 비바람 속에서 연장전 첫 홀 플레이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고생 선수는 방금전 눈물 흘리던 모습과는 달리 웃으며 다음 샷을 준비해 그 모습이 참 의연하고 아름답기도 했지만 안쓰럽기도 하였다. 경기는 연장 첫 홀에서 여고생 선수가 보기를 기록하고 2위로 끝냈던 프로선수가 파세이브를 함으로서 역전 우승을 하게됐다.

그런데, 경기를 보면서 법조인으로서 의아스러운 것은 문제의 14번 또는 15번 홀에서 함께 플레이를 했던 선수들이 곧바로 이의를 제기한 바 없음이 분명하고 18번 홀까지의 샷 순서가 이어져 경기를 끝마쳤던 것이므로 민사소송법의 관점에선 여고생 선수의 실수로 빚어진 위와 같은 상황은 치유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골프룰에서는 이의제기 시점을 스코어카드 서명제출시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역시 매 샷이 중계카메라에 포착돼 경기 후에까지 채증됐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문제의 벌타상황이 사후에 관계자 사이에서 수긍될 수 있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어찌됐던 위 대회에서는 여고생 선수가 2벌타 부과에 승복하고 연장승부에 들어간 이상 그 전에 있었던 문제와 의문점은 모두 해소·치유된 것이라고 볼 수 있고 민사소송법의 규정과 다를 바 없게 된 셈이다.

법조실무경력과 비슷한 골프경력을 가진 주말골퍼로서 재야법조의 소송현장에서 적지않은 햇수 소송실무를 해온 필자가 위 경기를 시청한 소회는 소송이나 골프나 하면 할수록 결국 매 샷 매 소송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그 최종 결과는 결국 모두 골퍼, 당사자의 '운명이 점지하는 것이다'라는 운명론을 또 다시 되뇌이게 된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