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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이야기

[골프이야기] 'EIGHTY하게' 즐기기

박승문 변호사(법무법인 다래 대표)

골프채를 잡은 지 햇수로 27년. 인생의 반 이상을 골프와 함께 했음에도 아직 싱글패가 없는 나는 분명 골프 지진아다. 세컨드 샷 오너, 우달(우드의 달인) 자칭 타칭 단타의 서러움을 점잖게 표현한 말인데 그저 씁쓸할 뿐이다. 골프 시작 1년도 안돼 소질있다, 조금만 더 하면 싱글이 될 것이라는 말을 26년째 수없이 들었으니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되었다.

그런데도 나는 골프약속이 있으면 아직도 설렌다. 점수와 관계없이 나만의 즐거움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18홀 라운딩 내내 나는 걷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체력을 단련하기 위하여 선택한 2시간 가까이 걷는 시간동안 나는 참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결정을 한다. 가장 여유롭고 상쾌한 상태에서 인생사 해법을 찾아내곤 한다. 점수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점수에 관하여는 누구보다 엄격하기 때문에 스코어 카드에 적힌 점수가 아닌 내 마음속의 점수를 항상 되새긴다. 동반자의 샷을 주시하며 누구보다도 크게 '굿 샷'을 외치고, 러프에 빠진 동반자의 공을 찾아주려 애쓰며, 벙커정리도 내 발자국 뿐 아니라 남의 발자국까지 하려 한다. 골프는 에티켓이 중요하다. 하지만 에티켓은 반복된 실천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올해 초 나는 마음에 맞는 친구 5커플을 초대하여 우리 커플까지 6커플이 The Club Eighty를 결성하였다. 80세까지 부부가 건강하게 여행하고 골프치자며 만든 클럽이다. Eighty는 Elegance(우아하게), Interest(재밌게), Gratitude(감사하며), Health(건강하게), Travel(여행하며), Youth(젊게) 살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몸이 아파보아야 건강의 소중함을 안다고 이런 저런 병치레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나는 건강을 인생의 제1 덕목으로 삼고 무척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 그 운동에는 골프연습장도 포함되어 일주일에 2, 3일 정도는 골프연습장을 찾아 80분간 연습을 하고 프로의 지도도 가끔 받으며, 지난 27년간 깨닫지 못한 골프의 요령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다. 시간이 남을 때면 연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폼을 보면서 그 사람들의 핸디를 상상하곤 한다. 폼은 중요하지 않고 어떻게 스코어를 내느냐가 중요하다는 나의 신념이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일정한 궤적과 임팩 스피드만이 방향과 거리를 일정하게 해줄 수 있다는 골프의 진리 말이다.

엊그제 곤지암cc에서 LG 구자경 전회장님이 84세에 84타를 치신 기념수를 보았다. 나에게는 큰 자극제가 되었다. 내년 봄 내 마음속의 점수가 70대가 되도록 올 겨울 비장한 각오로 연습을 해야겠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