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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중국법률] 무질서 속의 질서의 나라 중국

최병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나라"

내가 중국에 도착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서 횡단보도를 지나면서 중국에 대하여 붙인 이름이다.

한국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어린이 등 보행자로 하여금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면 운전자가 양보하여 준다고 가르치지만, 중국에서는 운전자와 눈을 마주치니 운전자는 오히려 약자인 보행자가 훨씬 덩치가 큰 자동차를 보았으니 보행자가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횡단보도를 그냥 운전하여 통과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이다. 만에 하나 운전자에게 항의하였다가는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는커녕 본전도 못 찾게 되기 일쑤이고 주위의 어느 누구도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되는 것도 없지만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나라, 소송을 제기하면 법리에 관계 없이 불쌍한 사람이라면서 자국민을 보호하는 내용으로 판결을 하거나 집행한다는 나라, 모든 것이 (관계 : 關係)로 해결된다는 나라, 어머니만 빼고 모두 가짜인 짝퉁 천국… 등등 중국의 법률환경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중국의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모든 상황들이 어디에서 나올까? 과연 나의 표현은 맞는 것일까? 어느 한 가지 단순한 이유를 들어서 이러한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중국의 법원(法源)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중국의 법원으로서 가장 근본적이고 최고의 법적 지위와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느 나라와도 마찬가지로 '헌법'이다. 헌법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정 및 개정된다.

그 다음의 것이 법률이다. 법률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정하는 기본법률 및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상무위원회에서 제정하는 기타 법률이 있다. 명칭상 "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무위원회가 제정한 규범성인 법규는 법률과 효력이 같다.

국가의 최고행정기관인 국무원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행정법규를 제정하며 그 효력은 법률의 다음으로서 헌법과 법률에 저촉하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국무원 소속의 각 부 및 위원회는 그 권한 범위 내에서 '부문규장'을 제정할 수 있다. 그 효력은 행정법규의 하위에 있으며 그 명칭은 통지, 실시세칙, 잠행규정 등 다양하다.

그 이외에도 각 지방 인민정부가 제정하는 하위법규들이 많으며, 특별행정구 등이 제정하는 특수한 법규도 있다.

중국이 워낙 큰 나라이고 이렇게 다양한 기관들이 다양한 법규를 만들어 시행하다 보니 이러한 법규들, 특히 하위법규는 그 수도 많거니와 그 내용도 상당히 난삽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상위 법규와 조화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규범 간에 충돌이 있는 경우는 각 규범을 만든 상위 기관이 재결하여 처리하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법원(法院)에서 또 하나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최고인민법원은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중국의 최고 재판기관이다. 그리고 하급법원을 관리한다.

고급인민법원은 최고인민법원과 아래에서 보는 중급인민법원 사이에 위치하여 중대한 형사사건이나 비교적 중요한 민사사건 등의 1심 및 하급인민법원 판결에 대한 상소사건 등의 2심을 담당한다.

중급인민법원은 성, 자치구, 직할시 등에 설치된 것으로 섭외사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민사사건, 중대한 형사사건 등을 담당한다.

기층인민법원은 현, 자치현, 시 등에 설치된 법원으로서 원칙적으로 민사, 형사 등 사건의 1심을 담당한다. 그 이외에도 전문인민법원 등이 있어서 전문분야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단계의 법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심급제도는 한국과는 달리 민사사건, 형사사건을 불문하고 2심으로 처리된다(이른바 ). 한편, 중국은 "삼권분립"의 개념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즉, 우리가 의미하는 "사법부 독립"은 인정되지 않는다. 각급 법원마다 당위원회가 조직되어 이론적으로는 당의 정책과 방침의 반영을 지도할 수 있다고 하나 실제로는 재판업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된다.

나아가 법원은 국가권력기관인 인민대표대회의 감독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인민검찰원도 민사재판활동에 대하여 법률감독을 실시할 권한이 있음을 보면 우리가 의미하는 사법부 독립은 확립되어 있다고 하기 어렵다. 한편, 변호사시험이 시행된 것이 크게 오래되지 아니하여 아직 법관들 가운데 법학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부터 법원 송사를 피하고자 하는 경향 및 인간관계를 이용하여 처리하는 관행 등이 있어서 법원에 대한 신뢰는 크게 높다고 하기 어렵다.

위의 법원(法源)과 법원(法院)에 관하여 본 바와 같이, 모든 사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어떠한 법률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법규상 명쾌하게 해석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법률상 정하여진 문언내용의 직접적인 해석보다 실무적인 해석이 더 유용한 경우도 많다. 그리고 모든 면에서 법규를 집행하는 행정부문 또는 사법부문 담당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도 있고 매번 담당자와 협의를 거쳐 담당자를 설득하지 아니하면 업무의 진행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라고 불리고 있는 면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부정적인 면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할 수는 없는 듯하다. 이미 수천년에 걸친 역사를 거쳐오면서 나름대로 문제의 해결에 대한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 교통상황에서 보듯이 이미 강자와 약자 등 통행할 때의 선후의 순서가 정하여져 있으며 이미 중국인들은 그러한 것에 익숙하여 있고, 중국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에 따라서 생활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누군가는 가짜 물건을 만들 것이니 가짜 물건이 시장에 있음은 어느 면에서 당연한 것이고, 자신들이 알아서 속지 않고 안 사면 된다는 것이 중국인들의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립된 원칙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약육강식의 나라"라고 부르기보다는 "'무질서 속의 질서'가 있는 나라"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