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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새천년개발목표(MDG): 아프리카로 눈을 돌려보자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지난 9월20일 세계 80여개 정상들이 뉴욕에 모였다. 2000년 유엔 새천년정상회의에서 "새천년 선언(Millennium Declaration)"을 채택한지 10년만이다. 당시 세계 기아와 빈곤을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를 토대로 코피아난 사무총장이 이행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었고, 2001년 유엔의 8대 과제인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가 구체화되었다. 지난 천년간 인류가 고통받아 온 문제들을 이제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나서 해결하기 위한 청사진이 제시되었고, 그 비전의 실현을 위해 각국의 지도자들이 최선의 노력을 선언한 것이다.

새천년 개발목표는 1990년도를 기준으로 하여 2015년도까지 전 인류가 함께 달성해야 할 분야별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하루 1달러 이하에 의존하여 살고 있는 전 세계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이다. 이것을 대표적인 빈곤퇴치의 달성 지표로 삼고 구체적으로 유엔이 나서서 재원을 마련하고 극빈국가를 돕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적어도 2015년까지 전세계 어린이들이 초등교육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 5세 이하의 유아 사망률을 2/3로 감소시키고, 산모의 사망률을 3/4으로 줄인다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이러한 목표치가 설정된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그 진전의 속도가 부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지역별, 국가별 편차가 심각한데, 역시 아프리카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최근 금융위기, 식량과 에너지의 가격 급등으로 그간의 성과마저 잃어버리는 상황에 빠지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절대빈곤층으로 전락한 인구가 5,500만명에서 9,000만명 정도 추가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초등교육의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과정에서 여성 비율을 늘려나가는 것은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지만, 빈곤퇴치와 유아사망률 감소, 산모 건강 증진 등은 그 진전이 부진하여 2015년까지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 흘러나온다.

새천년개발목표 중 가장 성과가 부진한 분야 중 하나가 여성의 임신, 출산 관련 보건이다. 매년 전 세계 50만 명의 여성이 임신 및 출산으로 사망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상에 아직도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는데, 그 중 80% 이상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 살고 있는 5세 미만의 아동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기아와 영양부족으로 시달리고, 말라리아 등 풍토병에 대한 기초의약품이 이들에게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국제사회는 처참한 상황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의 제프리삭스(Jeffrey Sachs) 교수는 '빈곤의 종말(The End of Poverty)'이라는 저서에서 저개발국 경제발전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사다리에 첫발을 올려놓는 일이다. 세계의 소득 분포에서 가장 아래, 즉 극단적 빈곤 상태에 있는 가정과 나라들은 고착되기 쉽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새천년개발계획의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발재원을 확대하는 방안, 즉 "More Aid"와 원조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 "Better Aid"가 동시에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주로 개도국에서는 전자에 관심을 갖고 있고, 재원을 부담하는 선진국은 후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엔에서는 주로 이러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다양한 재원 동원방안을 제안하고 그 이행 여부를 점검 중에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이 분야에 있어 세계 유래가 없는 특이한 경험을 갖고 있다. 불과 50년 만에 유엔에서 지원을 받던 '최빈 수혜국'에서 이제 개도국을 도와주는 '선진 공여국'으로 도약한 것이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2009년 12월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사무소가 폐쇄된 것인데, 이는 이제 더 이상 유엔의 개발지원을 받는 개도국이 아니라는 의미다. 사무소를 이끌던 중국계 양저 대표는 "한국은 유엔개발계획의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이다. 가난한 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험은 다른 개발도상국에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저개발국에 물질적 지원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험을 나누는 희망의 원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아프리카 등 어려운 나라를 돕지 않는다면, 과연 한국이 혹시 모르는 위기 국면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진정어린 도움을 기대할 수 있을까?" 유엔에서 만난 외교관이 필자에게 던진 이야기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위상이 커졌고,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유엔은 현재 새천년개발목표의 달성을 위해 주요 선진국에게 국민총소득의 0.7%를 공적개발원조로 제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08년 기준, 잠정치로 약 8억 300만 달러 정도이고 국민총소득 대비로 0.09%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와 비슷한 경제규모를 가진 캐나다 47억 2,500만 달러, 스페인 66억 8,600만 달러, 호주 31억 6,600만 달러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다. 다행히도 2015년까지 공적개발원조의 규모를 3배로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되고, 작년 11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국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는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기여에 인색한 것 같다. 우리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잠재적 시장인 개도국에 대한 투자로 성장동력을 마련하여 장기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중요하다. 이제는 국제사회와 인류에 대한 기여라는 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반기문 사무총장이 2008년9월 새천년개발목표 고위급회담 연설 중에서 한 연설의 한 구절이 유엔 발간의 보고서 말미에 적혀 있다.

"우리는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재원과 지식, 그리고 기술을 보유하게 된 첫 세대입니다. 강력한 정치적 결단이 있는 곳에 발전이, 그리고 협력이 있는 곳에 성과가 있음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빈곤에 처해 있는 사람들은 각국 정부와 유엔으로부터 원조와 연대의 손길을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이들에 대한 책임이 있습니다. 이제 이러한 우리의 책임을 실천해야 합니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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