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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性, 그리고 이란의 石刑

김민조 변호사(서울지방변회 사무차장)

간통죄 위헌 논란이 있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지난 8월4일, 동성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주법이 헌법이 정하는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하여 뉴욕주변호사회는 '동성결혼이 캘리포니아 뿐만 아니라 뉴욕을 포함한 전미 모든 주에서 인정됨으로써 모든 국민이 헌법이 정하는 평등권, 행복추구권, 가족을 구성하고 유지시켜 갈 수 있는 권리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성에 대한 법적 규제가 완화되어 가고 있는 요즈음, 지구 어디에선가는 결혼한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15세의 소녀가 돌에 맞아 사형당하는 비극이 여전하다. 그동안 소수 인권운동가를 중심으로 폐지가 주장되어 왔던 석형제도는 간통 및 살인교사로 투석형을 선고받은 이란의 사키네(Sakine, 43세)와 그녀의 변호사 모하마드 모스타페이(Mohammad Mostafaei)가 석형의 잔혹함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림으로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키네는 2006년, 남편과 사별 후에 2명의 남자와 간통한 이유로 99대의 채찍형을 선고 받은 후, 또다시 간통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후 간통 뿐 아니라 내연남을 사주하여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까지 추가로 드러나면서 지난 7월 이란 법원은 그녀에게 석형에 의한 사형을 선고했다. 판결 선고 전, 사키네 측은 간통 등을 자백한 것은 이틀에 걸친 고문수사에 의한 거짓 자백이었다며 이란 내 TV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바 있었지만 선고에는 영향이 없었다. 이와 관련하여 석형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여론이 커지고, 브라질의 대통령까지 적극 나서서 사키네를 후진적 법제의 희생양으로 칭하며 브라질로의 망명을 공식 제안하기에 이르자 외교적 수세에 몰린 이란 정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편, 모스타페이 변호사는 사키네에 대한 공개변호 건으로 체포되어 악명 높은 에빈 감옥에서 수시간 문책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인 7월24일부터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관계당국은 볼모로 그의 아내와 처형, 장인을 연이어 체포·감금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톡톡히 받았다. 이후 그의 행방은 8월2일 터키 앙카라 공항 입국심사대에서 추적되었고, 현재 UN난민기구의 보호 하에 터키 시내 모처에서 체류 중이라고 한다. UN난민기구의 터키대변인 Metin Corabatir는 사안이 민감한 만큼 그의 소재나 향후 거처에 대하여는 답변하지 않되, 다만 그가 안전한 상태에서 터키, 미국, 노르웨이 등 상당 국가로부터 망명신청을 제안 받고 있음을 알렸다.

이란의 석형제도는 1983년, 이슬람계 정권이 혁명에 성공하여 집권을 이룬 후 형법에 정식으로 편입되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이란 내에서만 3건 이상의 석형이 집행된 바 있고, 2008년을 기준으로 9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이 석형을 선고 받은 후 집행의 공포 속에서 투옥 중이라고 한다. 처벌규정은 과연 이것이 21세기에 현존하는 형법규정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끔찍하기 이를 데 없다. "남자는 서있는 채로 허리까지, 여자는 가슴 위까지 묻어 고정시킨 후 돌을 던진다. 던지는 돌은 죄인이 한 두 차례 맞아 사망에 이를 만큼 커서도 안 되며, 단순히 돌멩이로 여겨질 만큼 작아서도 안 된다. 간통을 자백한 경우에는 담당 판사가 첫 돌을 던지고, 목격자에 의해 발각된 때에는 당해 증인이 첫 돌을 던진다."

현재 석형제도가 존치되고 있는 국가로는 이란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이슬람계 국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슬람법 전문가, 노스웨스턴 대학의 스틸트 교수는 관련 논문을 통해 석형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고대 부족사회의 공동체적 특성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 간통이란 개인적 쾌락과 배우자에 대한 배신의 측면에서 접근되기 때문에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남을 수 있다. 이에 반해 고대 부족사회에서 간통이란 공동체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사회적 중범죄였다. 즉, 부족사회에서는 적자와 서자의 차별이 분명하고, 누가 적자로서 순혈을 계승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피임이나 낙태가 흔치않던 시절에 혼인한 남녀, 특히 유부녀가 제3자와 간통을 저지른다는 것은 곧 누구의 자식인지 불분명한 자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단 개인적인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간통이란 공동체 전체의 순혈과 정체성을 뒤흔드는 공공적 범죄였고, 그에 대한 처벌에는 공동체의 소속원 모두가 동참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결국, 간통을 저지른 자를 광장 가운데 세워두고 전체 부족 사람들이 돌을 던지는 석형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는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아버지가 닉에게 들려주는 다음의 충고가 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너와 같이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매우 유명한 구절이고, 참 좋아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그렇다 할지라도, 처해있는 문화와 종교와 사회적 합의가 아무리 다르다 할지라도, 타의에 의해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이에게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기대한다는 것이 결코 'none of your business' 일 수는 없겠다. 참고로 지난 2008년에는 이란 사법부의 주도 하에 석형을 폐지하도록 하는 형법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현재 심의 중에 있다고 하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만간 이란 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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