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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인류의 의회, 유엔총회가 막을 열다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매년 9월 셋째 주 화요일이면 유엔총회(General Assembly)의 새로운 회기가 시작된다. 1년간의 유엔총회 활동이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다. 총회가 시작되면 9월 하순부터 약 2주간 일반토의가 진행되는데, 각 회원국들을 대표하여 대통령 내지 수상 등의 정부수반이 중요한 이슈에 대한 연설을 하게 된다. 유엔총회장에 100여명이 넘는 전 세계 최고 정치지도자들이 모인 광경을 보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 예일대 석좌교수인 세계적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유엔을 '인류의 의회'로 지칭한 것이 새삼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그 이후 회원국들은 통상 12월 셋째 주까지 다양한 의제로 정기회의를 가지며, 다시 겨울을 난 후 2월부터 속개회의를 개최하여 상반기 동안 나머지 논의를 계속하게 된다. 언론에 조명을 받는 유엔총회 개막은 매년 9월이지만, 실질적인 총회의 회기는 연중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각 회원국들은 이처럼 계속되는 회의 일정을 고려하여 자국의 유엔대사(UN Ambassador)를 유엔에 고정적으로 상주시키고 있는데, 이를 유엔 내에서는 '상주 대표(PR, Permanent Representative)'라고 부르고 있다. 이러한 유엔대사의 외교활동을 보좌하는 역할이 유엔대표부의 외교관들에게 주어져 있다. 국제안보, 군축, 인권, 개발, 환경 등의 다양한 문제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논의되기 때문에 공사, 참사관, 서기관급 등의 외교관들이 팀을 구성하여 각 해당 분야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먼저, 유엔총회 기간이 시작되자 유엔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은 '유엔 저널'을 들고 분주하게 자신들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를 챙긴다. 유엔 저널은 매일 발간되는데, 주로 뉴욕 유엔본부를 중심으로 당일의 모든 공식, 비공식 회의 및 행사를 알려주고 공지사항을 게재하고 있으며 1~2주 내의 회의 및 행사계획들도 소개하고 있다. 요즘에는 환경 등의 문제를 감안하여 인쇄본을 줄이고 인터넷을 활용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누구나 유엔 인터넷사이트(www.un.org)에 접속하여 왼편 아래쪽의 항목을 누르면 곧바로 유엔의 하루하루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 총회의 본회의는 각국이 5인 이내의 대표와 5인 이내의 교체대표, 필요한 수의 고문 및 전문가로 대표단을 구성할 수 있는데, 실제 가장 큰 총회장의 좌석도 국가별로 6석밖에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이를 넘는 대표단의 구성원은 동시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총회는 의장 1명, 부의장 21명, 주요위원회(Main Committee) 위원장 6명을 선출하여 운영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은 지역별 그룹에서 맡는 의장에 진출하지 못하는 대신, 항시 부의장 5명을 배출하게 된다. 매회기를 시작하기 3개월 전에 미리 선출하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총회 의장을 맡고 있을 당시 의사규칙을 개정하여 2001년부터 시행된 것이다.

유엔총회는 당초 개별 국가의 의회를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 유엔 회원국 대표로 구성되는 유엔의 최고 중심기관이다.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국제협력의 촉진, 신탁통치 등 유엔헌장의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심의하거나 권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10개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15명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관을 비롯하여 유엔의 주요기관의 구성원들을 선출하기도 한다. 또한 유엔 예산의 심의 및 승인, 회원국간의 경비 할당 등을 통해 재정을 통제하는 기능을 맡는다.

유엔총회에서는 모든 회원국이 하나의 투표권을 가진다. 안보리와 같이 특정 국가가 비토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엔헌장 제9조는 "총회는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로 구성된다"고 하여, 총회가 192개 전 회원국들의 토론과 의사결정의 장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엔총회에서의 표결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먼저, 회원국의 신규 가입이나 유엔의 예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 등의 중요문제는 출석하고 투표한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의 다수로 결정된다. 그 이외에 중요문제에 대한 추가 지정을 비롯하여 다른 사항들은 단순 과반수로 정하게 된다. 물론 상당수의 선거는 지역그룹 등의 협의에 의하여 사전에 조율되어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러한 유엔총회 결의는 기본적으로 유엔 내부의 분야에 대하여만 구속력(binding)을 갖는다는 한계가 있다. 그런 면에서 실제 국제사회에 대한 권한과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2003년 제58차 유엔총회에 참석한 브라질 대통령 룰라 다실바는 "총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책임을 맡았지만 지속적인 영향이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캐나다의 전 유엔대사 데이비드 맬론은 "총회는 불행히도 상당히 무용한 기구가 되었다. 단지 상징적인 수준에서 총회는 유엔의 보편성(universality)을 대표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유엔총회가 전 회원국들의 '의견일치(consensus)'를 도출하여 국제사회의 다양한 의제를 다루려고 하다보니 효율성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200여개에 가까운 나라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유엔 내에 존재하는 지역그룹 외에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다양한 국가간 그룹이 복잡한 국제관계를 대변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G77'과 '비동맹(NAM)'이다. G77은 최초 탈식민지 시대에 개발도상국들이 무역과 개발 등의 이슈에 관하여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매우 제한된 목적을 가지고 유엔에서 만들어졌으나, 점차 그 일체성을 가지게 된다.

특히 당초 77개국에서 시작되어 현재 회원국이 130개까지 늘어났는데, 이는 총회에서 표결 등을 좌우할 있는 규모인 것이다. 이러한 그룹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표결에 나서게 되면, 실제로 유엔의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역할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 2010년 9월 14일, 제65차 유엔총회의 막이 오른다. 새천년개발계획(MDGs, Millenium Development Goals) 정상회의 등 인류를 위한 굵직한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유엔총회가 '인류의 의회'로서 안보, 군축, 인권, 경제, 환경 등 다양한 의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와 해결의 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