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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이야기

[한자이야기] 권(權)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의 '漢字 이야기'를 주1회 연재합니다. 漢字 하나 하나에 담긴 뜻을 재미있게 풀이한 '漢字이야기'는 漢字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김 명예교수는 중앙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과 교수 및 인문과학연구소장을 역임하셨습니다.


권(權)은 저울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권세니, 권도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이기는 합니다. 저울이라는 것은 물건의 무게를 다는 기구입니다. 이 기구는 내용의 시비와 사물의 경중을 헤아려, 정도에 맞게 하는 것이라야 합니다. 권(權)이라는 글자가 이런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서초동 대법원에 저울로 물건을 다는 모습을 크게 그려 놓았습니다. 이 그림은 법원이 저울로 물건을 달듯이 치우침 없이 판단하는 곳이란 뜻을 나타낸 듯합니다.

이 권(權) 자는 나무 목(木)에 황새 관(관:권의 오른 편 부분)이 합하여 이루어졌습니다. 나무 목(木)은 저울대이고 여기엔 눈금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눈금을 황새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모양이 권(權)자입니다. 조금이라도 잘못되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울대를 만든 나무도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많은 나무들 중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골라 저울대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모든 일의 경중을 가늠하는 역할을 하는 저울대니까 말입니다. 이 나무가 바로 황화목(黃花木)입니다. 매우 귀한 나무입니다. 노란 꽃이 탐스럽게 피고 키가 5미터가 넘는 나무입니다. 그리고 곧고 반듯하게 자라는 나무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구하기 어려운 나무로 저울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황새 관(관)도 그렇습니다 부리 위의 장식이 艸이고 두 개의 口는 눈을, 추()는 새를 뜻하는 형상입니다. 이 셋이 모여 황새 관(관)이 된 것입니다. 황새는 예로부터 인간에게 신령함을 전하는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새의 습성이 무리지어 골짜기나 마을 부근의 숲에 깃들이곤 하는데, 그 곳은 반드시 상서롭다고 합니다. 아마 저울 눈금을 잘 살피는 새는 이런 새라야 한다고 판단했던 듯합니다. 어쨌든 권(權)의 글자됨이 이러합니다.

이를 보면 권(權)에는 어떤 일을 저울에 달듯이 공평하게 처리한다는 의미가 큽니다. 일이 공정하려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어야 합니다. 이를 흔히 중도(中道)라고 합니다. 다만 중도는 항상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수시처중(隨時處中)이 그런 뜻입니다. 저울에 다는 물건의 무게가 한결같지 않듯이 말입니다. 장소나 시간에 따라 처리되는 일의 잣대도 달라야 합니다. 경우마다 상황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이것이 권도(權度)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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