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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중국법률] 샘플계약서, 그 깊은 함정

나승복 변호사(법무법인(유) 화우)

우리 기업이 중국투자와 관련된 양해각서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 먼저 샘플자료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샘플자료는 양해각서나 투자계약서의 통상적인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 상당한 참고가 될 수 있다. 양해각서나 투자계약서를 작성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것인데, 이와 유사한 샘플자료를 구하면 반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참고에 그쳐야 할 샘플자료를 금과옥조로 여겨 그 내용을 대충대충 보고 덜컥 자신의 양해각서나 투자계약서로 쓰는 데 있다. 그나마 양해각서의 내용은 당사자에게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투자계약서는 당사자간에 투자에 관한 권리의무관계를 작성한 중요 서류이다. 따라서 투자계약서 샘플을 대충 살펴본 후 그대로 썼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쉽다. 이미 투자계약이 체결된 후 다음 절차를 진행하던 중 문제점을 발견하고 중국파트너에게 합작계약서의 중요 조항을 수정하거나 추가하여 달라고 요구한들 쉽게 받아들여지겠는가?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중국의 사상가이자 교육자인 후스(胡適, 1891~1962)가 이처럼 대충대충(差不多) 일을 처리하는 당시의 중국인들에게 일침을 가한 일화의 한 대목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대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이 사람을 말하면 누구든지 다 알고 어디에서도 유명하다. 성은 차(差)이고, 이름은 부뚜오(不多)로서 어느 마을에도 있다. 그대는 틀림없이 그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날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차부뚜오(差不多) 선생의 모습이 그대와 나랑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는 두 눈이 있으나 보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두 귀가 있으나 듣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 코와 입이 있으나 냄새와 맛을 정확하게 따지지 않으며, 그의 두뇌가 작지 않으나 기억이 뛰어나지 못하고 생각도 세밀하지 못하다.

그는 학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허베이(河北)성의 서쪽에는 어느 성이 있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샨-시(陝西, Shaanxi)성이라고 대답하였다. 선생님은 "틀렸다. 샨시(山西, Shanxi)지, 샨-시(陝西)가 아니다"라고 바로 잡아주자, 그는 "샨-시와 샨시는 비슷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어느 날 그에게 갑자기 중병이 생겼다. 다급히 가족 중 한 사람에게 동쪽 거리에 있는 왕(汪)씨 의사를 불러오게 하였다. 그 사람은 황급히 뛰어갔으나 동쪽 거리의 왕(汪)씨 의사를 찾을 수 없어서, 서쪽 거리에 있는 수의사인 왕(王)씨를 불러왔다. 차부뚜오(差不多) 선생은 그 가족이 의사를 잘못 데려온 것을 알았다. 하지만, 병이 위중하고 통증이 극심하여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마음 속으로 "다행히 왕(汪)씨와 왕(王)씨가 서로 비슷하니, 그냥 진찰을 받겠다"고 하였다. 수의사인 왕(王)씨가 소를 치료하는 방식으로 차부뚜오(差不多) 선생을 치료하였다. 하지만 한 시간도 못되어 곧 죽게 되었다. 그는 숨이 끊어지면서 "산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비.. 슷.. 해. 대충대충 .. 하면 되지. 너무 까다로울 필요 있나!"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후스(胡適)의 위 일화는 그 중요한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샘플계약서의 편의성만 생각하여 대충대충 넘어가는 일부 우리 기업들에게 커다란 경종을 울린다.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적법성 및 현재와 장래의 유불리(有不利)를 정확하게 분석한 후 신중하게 마무리해야지, 급박한 상황을 손쉽게 넘기거나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빠져 '대충대충(差不多)'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중국법률실무의 시각에서 보면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중국파트너와 투자 등 각종 계약을 체결할 때 그 업종의 내용과 특색을 토대로 적법성 및 유불리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여 권리의무관계를 신중하게 약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이 샘플계약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샘플계약서를 그대로 사용하였다가 중대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거나 경영상 곤경에 처한 사례들을 상정해 보자.

먼저, 디지털기술을 보유한 A기업이 중국에서 중국파트너와 디지털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경우, '기술이전(technology transfer)'과 '기술사용권(technology license) 부여'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는 샘플계약서의 사용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당초에 A기업은 합작기업을 설립한 후 합작기업에게 기술사용권을 부여할 예정이었고, 중국파트너는 A기업이 설립될 합작기업에 기술을 이전할 예정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런데 A기업은 수년간 각고의 노력을 다하여 디지털기술의 개발에만 집중한 나머지 국내에서 합작계약 등 다양한 계약을 체결해 본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중국파트너와 기술사용권을 합작기업에게 부여하는 내용의 합작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생소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합작계약이 외국파트너와의 중요한 국제계약이라는 점은 알고 있어서, 자신의 합작계약과 관련 있는 샘플계약서를 찾게 될 것이다. 그래서 A기업은 주요 사항에 대한 개략적인 검토를 거친 후 중국파트너와 합작계약을 체결하고 장밋빛 희망에 들뜬 채 후속작업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후속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합작계약의 전반적인 취지가 '기술사용권의 부여'가 아니라 '기술이전'이라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 있다. 만약 A기업의 본래 취지가 '기술이전'이었다면 출자비율이나 파견이사의 수 등 여러 면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을 반영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간과하여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여 개발한 기술을 몹시 불리한 조건으로 합작법인에 넘겨주게 될 수 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샘플계약서를 주의 깊게 검토하지 않고 대충대충(差不多) 살펴본 후 합작계약을 체결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합작계약이 체결된 후, A기업이 중국파트너에게 이러한 사항을 설명하면서 바로 잡자고 한들, 중국파트너가 자신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되는 조건을 쉽게 수용해줄리 만무하다.

법불용정(法不容情)이라고 할까? 인정상 이해는 가나 중요한 법률관계의 변경을 가져오는 것이어서 쉽게 수용되기 어려운 일이다.

다음으로, 국내에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B기업이 중국에서 중국파트너와 아동용품을 생산하는 합작기업을 설립하는 경우, '경영기간'이 지나치게 짧게 정해진 샘플계약서 사용사례를 상정해 볼 수 있다. B기업은 중국파트너로부터 조속히 합작계약 체결을 요구 받는 경우 그 중국파트너가 내세우는 여러 조건들이 유리하다고 생각되어 몹시 서두를 수 있다. 그러던 중, B기업은 지인으로부터 샘플계약서를 구하여 주요 조건에 관한 검토를 대충 마친 후 중국파트너와 합작계약을 체결하게 될 수 있다. B기업을 체결 당시 '경영기간'을 주의 깊게 보지 못하였으나 나중에 이를 살펴보니 지나치게 짧은 '10년'으로 규정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위 합작기업은 경영기간이 만료되기 180일 전에 심사비준기관의 비준을 거쳐 연장할 수 있다 (<중외합작기업법 시행세칙> 제47조). 하지만, 경영기간을 '50년' 정도의 장기간으로 정했다면 합작법인 설립 후 10년이 되기도 전에 경영기간의 연장에 관한 당사자간의 합의서 체결 및 주무기관의 비준절차를 거치는 번거로움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B기업이 합작기업의 지분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 경영기간이 지나치게 짧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분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샘플계약서에 지나치게 의존하였다가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투입되고 절차상 번거로움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투자에 있어 합작계약 등을 체결할 때 다양한 샘플계약서를 구해 충분히 비교 검토한 후 필요한 내용을 취사선택한다면, 그로써 그 샘플계약서는 충분히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샘플계약서의 내용을 세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대충대충(差不多) 자신의 계약서로 사용하게 된다면, 향후 이행과정에서 중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키는 듯하나 무거운 짐을 떠안게 하는 샘플계약서의 깊은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 소개한 후스(胡適)의 경종을 깊이 새김으로써 샘플계약서만 대충 검토한 후 자신의 계약서로 쓰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