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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2010 남아공 월드컵법원과 엠부시 마케팅

김민조 변호사(서울지방변회 사무차장)

누가 축구를 예술이라 했던가. 숨 막힐 듯 내리쬐는 햇살, 부부거리는 부부젤라, 청록의 잔디, 그 위를 누비는 선수들의 힘찬 에너지…. 그야말로 계절의, 색채의, 젊음의 정점이 빚어내는 최고의 행위예술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예술의 뒤켠에는 모두 짐작하는 바와 같이 막대한 자본과 비즈니스, 범죄가 어우러진 깜짝 특수가 자리 잡고 있다. 아프리카대륙 최초의 월드컵 개최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받은 남아공 정부 역시 월드컵 특수를 통한 국가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다름 아닌 월드컵법원을 통해서다.

남아공 "국가 이미지 쇄신" · 월드컵법원 설치… 치안 강화

알려진 바와 같이 남아공은 범죄로 악명 높은 국가이다. 통계에 따르면 남아공 내 살인사건 발생건수는 하루 평균 50건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주거침입강도는 하루 48건, 차량탈취는 41건에 달한다. 이와 같은 남아공의 치안문제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로모션 단계에서부터 개최지 확정이 된 후 행사진행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으로 꼽혀왔다.

남아공 정부는 이에 대한 특단의 조치로서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9개 도시에 56개의 월드컵법원을 설치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남아공이 이번 월드컵법원을 설치하는 데 든 예산은 600만 불에 달한다고 한다. 월드컵법원은 기존의 남아공 지방법원의 법정을 사용하되, 월드컵법원에 특별 배치된 치안판사들이 7월25일까지 월드컵과 관련되어 지역 내에서 기소된 모든 형사사건을 배타적으로 처리하게 된다. 사건의 대부분은 폭행, 게임 결과에 따른 난동, 관광객을 상대로 한 소매치기, 강도 등이 주류이며 이들은 월드컵법원의 캐치프레이즈인 '신속한 재판'에 맞추어 놀랄만한 속도로 처리되고 있다. 범행 당일 기소되고, 기소 당일 판결이 내려지는 케이스도 다수이다. 실제로 지난 6월13일, 훔친 30장의 티켓을 불법 소지한 혐의로 체포된 나이지리아인은 3일 후인 16일에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으며, 스페인 기자의 호텔방을 침입한 무장강도 2인은 범행 다음날 검거되어 그 다음날 월드컵법원에서 최장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남아공 현지에서 얼마나 빠른 속도로 형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 형량은 얼마나 높은지를 짐작케 하는 케이스들이다.

형사사건 재판 신속 진행 · 범죄당일 기소, 당일 판결

다만 신속성 뒤에 가려진 피의자 및 피고인의 인권문제와 지나치게 무거운 형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남아공 법무부 대변인 틀라리(Tlali Tlali)는 "월드컵 관련 범죄의 경우, 목격자와 증인, 범죄피해자 모두 경기가 끝난 후 본국으로 귀환하는 경우가 많아 증거수집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신속한 검거와 적시 기소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고, 범죄에 대한 남아공 정부의 강력한 처단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남아공 국가경쟁력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월드컵법원에 계류되어 있는 사건 중 이른바 돈이 몰리는 사건으로 현지 변호사들과 FIFA 측에서 특히 신경을 쓰는 것은 상표권 침해 등 지재권 관련 사건이다. 천문학적인 후원금을 FIFA에 지불하는 세계적 기업들은 남아공월드컵 공식후원업체로서 월드컵을 이용한 독점적 광고효과를 최대한 유지하고 싶어한다.

관련법인 남아공의 상품상표법(Merchandise Marks Act 1941) 제15조에 따르면 어떤 행사가 전시, 스포츠 등의 오락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써 상업적 후원에 의해 자금이 조달되어 대중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보도의 가치가 있는 경우 이를 보호행사로 공표하고, 이러한 보호행사에서는 행사종료 후 그 다음달을 넘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한 누구도 그 행사와 관련된 마크 또는 상표를 사용할 수 없으며, 경기장 등 특정지역 안에서의 상업 활동 및 후원업체로 오인할 만한 광고활동이 엄격히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동법 제20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R10,000(초범은 1/2)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되는데, 이를 피하여 편법으로 월드컵 특수효과를 보고자 하는 기업들의 '엠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 매복 광고)은 매해 업그레이드 되어가고 있어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FIFA의 고민이 만만치 않다.

후원업체 오인 광고 금지 · 기업들, 편법 마케팅전략

엠부시 마케팅과 관련하여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사건은 바바리아 맥주회사의 게릴라 응원작전이었다. 6월14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덴마크 예선경기 관람석에 오렌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등장한 36명의 8등신 금발미녀군단은 현지 관람객과 스포츠기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이들이 입은 미니스커트는 네덜란드 맥주회사 바바리아의 행사 사은품으로, 바바리아 맥주 로고가 스커트 안쪽에 tag으로 붙여있었을 뿐 표면에 나타나 있지는 않았다. FIFA 운영위 측은 공식후원업체인 버드와이저 이외의 경쟁회사 관계자가 경기장 내에서 특별한 광고행위를 벌이는 것이라 주장하며 이들을 후반전 도중 경기장에서 퇴출시켰고, 응원 단장격의 두 여인은 곧바로 위 상품상표법 위반혐의로 요하네스버그 월드컵법원에 기소되었다.

이에 대해 막심 베르하겐(Maxime Verhagen)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전례없이 강하게 반발하며, "FIFA는 바바리아 맥주회사 자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거나 과징금 부여방안 등을 강구하면 될 것이지 네덜란드 국가색이라 할 수 있는 오렌지색 옷을 입은 개개인에 대하여 형사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공식 논평했다. 결국, FIFA는 바바리아 측과 모종의 합의를 마친 후 고소를 취하하였으며 담당검사는 6월22일 공소를 취소하였다. FIFA와 바바리아 간의 합의내용이 무엇인지는 끝내 비밀에 부쳐졌으나, 바바리아로서는 노이즈 마케팅효과까지 덤으로 얻으며 전 세계적으로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은 것이 사실이다.

和蘭맥주회사 게릴라 응원 · 기소한 후 결국 告訴 취소

2010년 6월 한국, 월드컵을 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TV를 켜면 나오는 붉은 색의 CF물결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미소 짓는 전면광고들.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주의 깊게 살펴보면 그 중 대부분에는 '남아공 월드컵'이라는 단어와 FIFA 마크가 등장하지 않는다. 16강, 8강 기원, again 2002, 태극전사, 大~한민국 등의 감성단어와 귀에 익은 박수 멜로디가 있을 뿐이다. 이로써 수십조원의 월드컵효과를 누리는 기업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으니 법은 진화할 것이고, 판례는 더욱 축적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어찌됐든, 월드컵이 있어 진정 행복한 여름이었다.

쪹엠부시 마케팅 : 교묘히 규제를 피해가는 마케팅 기법으로, 스포츠 이벤트에서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면서도 광고문구 등을 통해 이벤트 주최 측과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주어 고객의 시선을 모으는 판촉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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