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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중국법률

[중국투자 중국법률] 하이디스와 쌍용자동차

김종길 변호사 (법무법인(유) 태평양)

지난 달 일본의 100년 전통을 지닌 의류기업 레나운이 중국기업에 매각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거기에 더하여, 중국기업에 인수되었다는 소식에 중국시장 진출의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하여 레나운의 주가도 올랐다는 것이다. 2009년 쑤닝이 면세점 LAOX를 인수한 이래로 레노보가 IT업체 SJI를 인수했고, 올해 들어서도 닝보윈성이 자동차부품회사인 닛코전기를, BYD는 역시 자동차부품회사로 금형업체인 오기하라를 각각 인수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몇년 전까지만해도 한국기업에는 흥미를 나타냈지만, 일본기업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보였던 중국기업들이 이제는 완전히 방향을 바꾼 것같다. 그리고, 중국기업의 일본기업인수에 거부감을 드러내던 일본국내의 분위기도 많이 바뀐 듯하다.

한편, 얼마전부터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하였다는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고 있다. 몇 년전까지만해도 중국기업들이 한국기업을 인수하거나 인수하려 한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왔었는데….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중국에서는 한국정부나 국민이 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를 반기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같다. 한국은 대중국 기술유출에 대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고,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대중국 기술유출과 거의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것은 기술유출문제였다. UT스타컴의 쓰리알인수로 인한 CDMA기술유출논쟁, 비오이의 하이디스인수로 인한 TFT-LCD기술유출논쟁, 상해자동차의 쌍용자동차인수로 인한 자동차기술유출논쟁 등이 그것이다.

최근의 추세를 보면 중국기업도 한국기업 인수에 그다지 흥미를 나타내지 않는 듯하니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할 가능성, 중국기업에 한국기술이 유출될 위험성은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바라던 바를 달성했다고 환호작약하며 기뻐해야 할 것인가?

우선,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한 대표적인 두 사례인 하이디스건과 쌍용자동차건을 비교해보자. 비오이(BOE, 경동방)는 2003년 1월 3.8억 달러에 하이디스지분전부를 인수하였고, 상해자동차는 2005년 1월 쌍용자동차의 48.92% 지분을 5,900억원에 인수하고, 그 후 2.41%의 지분을 추가인수하여 모두 51.33%의 지분을 확보하였다.

하이디스건과 쌍용자동차건을 비교해보면 서로간에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는 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피인수기업은 국내시장 해당업계의 선두기업이 아니었다. 하이디스는 원래 하이닉스의 TFT-LCD사업부였는데, 하이닉스의 자금난으로 몇 년간 신규투자를 하지 못하여, 선두기업인 엘지 디스플레이, 삼성전자에 기술적으로 몇 년은 뒤쳐지게 되고 시장점유율에서도 많이 뒤지게 되었다. 쌍용자동차도 대우에 매각되었다가 다시 분리되기는 했지만 자금난으로 몇 년간 신규투자를 하지 못하였고, 선두기업인 현대, 기아, 대우, 르노삼성 등에 비해서는 기술이나 시장점유율 등이 보편적으로 뒤쳐지는 상황이었다. 둘째, 국내 선두기업들은 해당기업을 인수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다. 하이디스는 삼성, LG에서는 인수를 고려하지 않았고, 그저 대만기업 하나가 인수를 고려하다가 포기했을 뿐이었다. 쌍용자동차도 현대, 기아, 대우, 르노삼성 등이 인수를 실질적으로 고려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이 두 회사는 인천정유건과 차이를 있다. 즉, 첫 공개입찰당시에는 국내기업들이 그다지 흥미를 나타내지 아니하여 중국의 사이노켐(Sinochem)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으나, 그 이후 정유업계의 경기가 호전되면서 SK정유 등 국내기업이 인수에 흥미를 나타냈고, 결국 채권단과 정리법원은 사이노켐과의 거래를 무산시키고 새로운 공개입찰절차를 통하여 국내기업이 인수하도록 한 바 있다. 셋째, TFT-LCD와 자동차는 모두 중국정부가 전략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산업이었고, 비오이와 상해자동차는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해당업종의 중국내 대표기업들이다. 넷째, 두 건 모두 인수한지 몇년 후부터 실적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중국기업은 대주주의 지위에서 퇴출되었다. 하이디스는 다시 대만기업에 매각되고, 쌍용자동차는 현재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섯째,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이 모두 이슈화되었다. 하이디스는 CEO와 CTO를 지낸 사람들이 기술유출로 형사처벌을 받았고, 쌍용자동차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기술유출로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다.

물론, 둘 사이에는 차이점도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바로 하이디스를 인수한 비오이는 중국 북경에 10억 달러를 들여 비오이 오티를 설립하여 5세대 TFT-LCD공장을 지었고, 이후 중국 내에 투자를 지속하였다. BOE가 하이디스기술로 중국 북경에 TFT-LCD 5세대공장을 건설할 당시, 거의 동시에 상해에서는 SVA가 일본 NEC와 합작하여 5세대공장을 지었고, 심천에서는 심초광전이 해외기술자를 유치하여 5세대공장을 지었는데, BOE가 현재 TFT-LCD분야의 중국기업 3곳중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 한국의 엘지 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주에, 삼성전자는 중국 소주에 각각 최첨단 8.5세대 및 7.5세대 LCD공장의 설립을 신청하였다.

이에 반하여, 상해자동차는 쌍용자동차의 기술로 중국에 공장을 결국 설립하지 못했다. 그러나, 상해자동차는 영국자동차기업인 Rover를 인수하여 남경에 Rover의 기술로 공장을 지었고, 2010년 2월에는 GM과 50:50으로 합작하여 운영 중이던 상해GM의 지분 1%를 GM으로부터 추가인수하여, 51%지분으로 지배주주의 지위도 확보하고, 이사회의 다수도 장악했다. 그외에 한국기업인 현대자동차는 북경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웨다자동차와 합작으로 중국내에 자동차생산공장을 설립하여 자동차제조기술을 중국에 이전하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손익계산을 한번 해보자. 한중기업간의 M&A가 제로섬게임이라고 본다면 하이디스건의 경우에는 중국기업이 이를 인수하여 그 기술로 중국내에 공장을 짓고 계속 발전시켰으므로 중국이 +100, 그러므로 한국은 -100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쌍용자동차건의 경우에는 중국기업이 많은 돈을 들여 인수하였지만 그 기술로 중국내에 공장을 짓는 데 실패하였으므로(기술유출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중국내에서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므로) -100, 그러므로 한국이 +100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단순하게, 하이디스는 기술이 유출되었으므로 한국의 손실, 중국의 이익, 쌍용자동차는 기술유출을 방지하였으므로 한국의 이익, 중국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단순한 게임이라면 의사결정하기 편해서 좋겠지만 경제문제는 아주 복잡한 듯하다. 하이디스의 사례를 살펴보자. 하이디스는 중국 북경에 5세대 공장도 지었고, 사천성 성도에 4.5세대 공장, 안휘 합비의 6세대 공장, 북경과 안휘에 8세대 공장 등을 연이어 건립하고 있으며 투자금액도 엄청나다. 북경의 8세대 공장의 투자금액만 280억위안(한화 약 4조6,000억원)이다. 그렇다면 BOE가 한국기술로 중국내에서 계속 신규투자를 진행함에 따라 한국측이 얻은 이익은 없을까?

첫째, 하이디스는 북경 비오이 오티의 25%지분을 받았고, 지금도 지분율은 희석되었지만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비오이그룹의 기술진은 여전히 한국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비오이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다. 셋째, 비오이그룹이 한국기술을 사용하므로 공장신설시 설계, 클린룸공사 등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공사는 한국계 회사들이 수주받는 경우가 많고 일부 기계 설비 등도 한국에서 공급되었다. 넷째, 일부 소요부품들도 한국계 협력회사들이 공급하고 있다.

비오이가 하이디스를 인수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아마도 지금쯤 중국시장은 일본 NEC와 합작한 상해의 SVA 및 대만과 일본의 은퇴한 기술자를 모아서 5세대 공장을 지은 심천의 심초광전이 주도하고 있을 것이고, 한국의 TFT-LCD와 관련한 부품업체, 협력업체들은 중국내에 발을 붙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비오이그룹은 한국계기술로 무장된 중국국유기업이다. 중국국유기업이므로 중국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혜택을 누리며 한국계기술을 지녔기 때문에, 한국계회사들과 사람들에게도 많은 사업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중국에 한국계기술로 무장한 중국기업이 등장하는 것을 '기술유출'이라는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무조건 저지하는 것이 능사일까, 아니면 최대한 활용하여 한국기업들의 중국진출 발판으로 삼는 것이 좋을까.

기술유출이슈와 관련하여 창홍의 오리온PDP 인수도 음미할 만하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그 산하의 오리온PDP는 구미계펀드에 먼저 인수되었다. 그 후 구미계펀드는 다시 중국의 창홍그룹에 지분을 팔아버렸고, 창홍은 오리온PDP의 기술로 사천성 면양에 PDP공장을 건립하였다. 그런데, 창홍의 오리온PDP 인수와 관련해서는 기술유출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다(창홍이 다른 회사에서 스카우트한 임직원의 기술유출문제는 있었지만). 하이디스나 쌍용자동차와의 차이점이라면 구미계펀드를 거쳤다는 것뿐이다. 구미계의 신원도 불분명한 펀드가 인수할 때는 기술유출이 문제되지 않으면서, 중국기업이 인수할 때는 기술유출이 문제되는 것일까?

하이디스와 쌍용자동차의 경험을 통하여 배울 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몇가지일 것이다. 첫째, 구미계기업과 중국계기업을 차별대우해서는 안된다. 상해자동차가 중앙정부에 쌍용자동차 인수 실패원인을 보고하면서 주요하게 언급한 것이 한국정부의 구미계투자자와 중국투자자간의 차별취급이라고 한다. 차별할 이유도 없고, 피인수된 기업의 장래발전을 생각하면 중국기업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 둘째, 기술유출과 M&A는 구분해야 할 것이다. 개별적인 기술유출은 엄격히 단속해야 하겠지만 M&A를 통하여 정당한 대가를 주고 기업지배권을 취득한 외국투자자가 당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당해 외국기업의 경영판단에 맡겨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해외에 공장을 설립할 때도 다른 한국기업들에 비하여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야 할 것이다. 셋째, 핵심기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핵심기술을 보유한 경우에는 외국기업에 의한 M&A 자체를 허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기술의 가치를 따지지 않고 모든 기술을 보호하려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이득도 없다. 물론, 핵심기술의 문턱을 너무 높게 설정해도 곤란할 것이다. M&A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기술에 관련된다고 판단하면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한국에서는 핵심기술이 아니지만, 중국기업에게는 가치있는 기술인 경우에는 중국기업에 과감하게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기술이라면 중국은 한국이외의 국가에서도 충분히 도입할 수 있고(TFT-LCD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한국기업으로서는 중국기업에 양도하는 것이 가장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고, 향후 한국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는 데도 유리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한국과 중국이 서로 윈윈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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