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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도요타 소송이 처리되는 방식

김민조 변호사(서울지방변회 사무차장)

"지난 5월14일,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의 셀나 판사(James V. Selna, 65세)는 도요타 급발진 관련 손해배상소송의 재판전 절차(pre-trial)를 대리할 4명의 대표변호사를 지명했다" 라는 내용의 헤드라인이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주요일간지에 일제히 보도되었다. 이에 더 나아가 몇몇 법조전문지 등에서는 위 4명의 대표변호사를 지명하는 법원의 결정문 전문까지도 자세히 싣고 있었다. 흥미롭게도 기사의 하단에는 '법원이 왜 대표변호사를 왜 지명하는가? 변호사를 선택하는 것은 의뢰인이고, 대표변호사를 정하는 것은 로펌이 아니던가? 새로운 제도인가 아니면 변호사인 나도 놓치고 있었던 민사소송절차인가?'라는 식의 댓글들이 몇 개 달려있었는데, 현지 변호사들에게도 생경한 제도라면 소개해드리는 것도 좋을 듯하여 관련 자료를 정리하였다.

도요타 급발진 관련 소송 · 개별·집단소송 포함 327건

현재 도요타 급발진과 관련되어 미국 연방 및 지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개별, 집단소송을 망라하여 총 327건에 이른다. 다만, 도요타 리콜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른 지난해 말부터는 그야말로 자고나면 여기저기서 추가 소송들이 제기되는 형국인지라 정확한 소송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 현지에서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소송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급발진으로 인한 사상 등 인명피해에 대한 것과 리콜에 따른 중고차 시세하락 등 도요타 자동차의 경제적 가치하락에 대한 것이다. 위 두 종류의 소송 가운데 도요타 측에서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은 후자인 바, 그도 그럴 것이 사상 등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경우 얼핏 보면 배상액이 엄청날 것 같지만 그 배상범위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에 -2010년 4월 현재 미연방도로교통안전관리청이 밝힌 도요타 급발진 사고로 인한 미국내 사망자 수는 52명임- 오히려 1인당 500불 정도의 적은 액수일지라도 수백만명의 차량소유주에게 일일이 경제적 손해를 배상하려면, 그 금액은 회사 전체의 사운을 결정지을만한 천문학적 액수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도요타 측 변호인단의 최종목표는 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에 합리적인 선에서 원고들과 배상액에 대한 타협점을 찾고 조정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지난 2008년, 포드자동차사는 집단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원고였던 80만명의 차량소유주들에게 포드사의 신차구입 시 각 300불에서 500불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발행해주는 조건으로 조정에 성공한 바 있다. 자동차전문평가기관인 켈리블루북의 중고자동차 매매가를 살펴보면, 리콜을 전후로 하여 도요타 코롤라는 약 300불, 세쿼이아는 약 750불 정도의 가격하락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AP 통신은, 도요타 측에서 최소 30억불(약 3조6,000억원)정도는 지불한다는 각오가 있어야만 관련 사건을 조정으로 조기종결 지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펼치고 있다.

다시 현재 진행 중인 도요타 소송으로 돌아가서, 지난 4월9일 미국 MDL(multi district Litigation) 위원들은 327건에 달하는 도요타 관련 소송 중 연방법원에 제기되어 있는 228개 소송들을 캘리포니아 중앙지방법원 셀나 판사에게 이송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소송 쟁점은 크게 두 종류 · 인명피해·경제적가치 하락

동 이송결정은 엄밀히 말하여 연방법원에 제기되어 있는 도요타 관련 소송들이 정식 재판을 받기 이전인 재판전(pre-trial) 절차로써 셀나 판사에게 이송된다는 뜻이다. 즉 제조회사를 상대로 하는 대규모 손해배상사건의 경우, 원고들로서는 소송진행의 편의 뿐만 아니라 배상액을 보다 높게 청구할 수 있다는 실리적인 이유에서 집단소송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도요타 소송과 같이 이미 연방법원에 산발적으로 소송들이 제기되어 있고, 제기된 소송들의 원고들이 이를 전체 하나의 집단소송으로 통합 처리해달라는 청구가 있을 시에는 재판전 절차로서 집단소송허가여부를 우선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연방민사소송절차규정 제23조는 집단소송의 전제요건으로써 '집단 구성원 수가 너무 많아서 전체 구성원들이 공동소송으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비현실적이고(다수의 구성원), 집단 구성원들에게 법적 또는 사실관계에 대한 공통의 쟁점이 존재하며(청구원인의 유사성), 대표 당사자의 주장과 변론이 구성원 전체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것이고(주장 및 변론의 전형성), 대표당사자가 집단 구성원 전체를 공정하고 적절하게 대변할 수 있을 것(대표자의 적정성)'을 규정하고 있다.

산발적으로 제기된 소송 · 집단소송 허가여부 우선 판단

당초 위와 같은 재판전 절차를 통해 집단소송 허가여부를 최종판단할 관할법원 및 담당판사가 누구일지는 미국 법조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결국 캘리포니아 센트럴 지방법원의 셀나 판사로 결정된 바에 대해서는, 동 법원이 미국내 도요타자동차판매총판이 자리잡은 토런스에서 가깝고, 미국 서부에 위치하여 일본 본사에서도 상대적으로 이동이 용이한 점, 셀나 판사 또한 지난 2003년 부시대통령 재임 당시 연방법원 판사로 임명된 이후 브로드컴 및 퀄컴회사 관련 대규모 집단소송 등을 훌륭히 지휘함으로써 관련 분야 명망이 높은 점 등을 이유로 대부분 수긍 또는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위와 같은 긴 배경을 가지고, 셀나 판사는 비록 의뢰인 또는 로펌은 아니지만, 도요타 관련 소송의 쟁점을 크게 '사상 등 인명피해에 대한 것'과 '경제적 손해에 대한 것'으로 나누고, 각 쟁점에 대해 원고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아우르는 변론을 펼칠 대표변호사를 두명씩 지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변론의 전형성 등 인정되면 · 쟁점별 하나의 집단소송으로

물론, 이와 같이 대표변호사로 선정된 것이 슈퍼변호사로 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은 중언의 필요가 없다. 추후 대표변호사들의 변론을 통해 청구원인의 유사성과 주장 및 변론의 전형성 등이 인정된다면, 연방법원에 제기된 도요타 관련 소송은 쟁점별 하나의 집단소송으로 처리되게 된다.

그 확산에 끝이 없다하여 일명 독버섯소송으로 불리는 도요타 관련 소송이 어떠한 기념비적 기록을 남기고 종지부를 찍게 될지, 당분간은 계속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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