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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돌아본 금융위기의 원인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지난 3월11일, 1년여의 조사를 거쳐 만들어진 2,200쪽 분량의 리먼브라더스 파산 관련 보고서가 일반에 공개되었다. 파산보호 신청사건을 맡은 뉴욕 남부연방파산법원에 제출된 보고서이다. 미국 수탁자사무국의 위임을 받아 전직 검사이자 현 Jenner & Block 로펌 회장인 앤톤 발루카스(Anton Valukas)가 380억 달러를 들여 만들어낸 보고서이다. 2009년 1월, 발루카스가 보고서 작성을 위한 책임자(Examiner)로 임명된 이후 다수의 변호사 및 회계사, 금융전문가로 조사팀이 구성되었다. 리먼브라더스의 주요 임원들 뿐만 아니라 시티그룹, JP 모건, 바클레이 등 리먼 사건과 관련된 기업체와 연방준비위원회(FRB) 등 정부기관들에 대한 조사가 방대하게 이루어졌다. 이를 토대로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 이전에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나아가 채권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어떠한 규제 위반이 있었는지 등을 망라한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글로벌 금융위기(financial crisis)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2006년부터 과도하게 풀린 신용과 이에 대한 적절한 관련 규제의 부재가 주된 원인이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기본적으로 저금리에 기초한 과잉 유동성과 이에 따른 자산버블 현상이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에 수익을 향한 월스트리트의 지나친 탐욕과, 파생금융상품 등 고도로 발달된 금융기법에 대해 감독과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 정부규제의 실패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일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격적 시작을 알려준 사건이 바로 미국 대형 투자은행(Investment Bank)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이었다.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신청은 국제금융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세계 4위의 투자은행으로, 2008년 1월 기준으로 주가가 65.73달러를 기록하는 등 시가총액이 3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8개월여 만인 2008년 9월12일 리먼브라더스의 주가는 4달러를 기록, 95% 가까이 급락했으며 3일 후에 리먼브라더스 홀딩스는 뉴욕 남부연방파산법원에 소위 챕터11에 의거한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미국 법원에 접수된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사건이 개시된 것이다.

그렇다면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의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 파산과정에 대해 어떠한 법률적 분석과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첫째, 리먼브라더스는 2006년부터 공격적인 성장전략을 채택하여 차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위험이 큰 상품에 투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상당부분 활용했다. 2007년 들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업이 위기로 심화되어 가는 상황에서도 신속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오히려 내부 리스크 통제수준을 완화하며 위기를 덮어버렸다. 다만,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금융산업에 관련된 사안이 비록 무분별한 투자와 큰 리스크가 가미된 사업전략을 구사하였다고 하더라도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으로 인하여 경영진이 소송 내지 손해배상청구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고수익을 목표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이러한 사업방식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금 유동성과 채무 비율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회계 부정을 통해 시장을 속이면서, 고위험·구수익 자산에 대한 직접 투자방식으로 사업방향을 변경한 것은 무모한 선택이었다.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오히려 사업 확장을 꾀한 것이리라.

둘째,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105' 방식의 회계 부정으로 대차대조표상 차입금 비율을 낮추고 규제기관, 투자자 등을 속이고 자금 차입을 계속하였다. 사실상 대차대조표 등 재무제표 조작(manipulation)에 이른 것이다. 미국에서는 엔론 사건 이후 2002년 통과된 Sarbanes-Oxley법 등에 의해 회계부정을 매우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투자은행이 이러한 변칙적 회계처리를 통해 시장을 속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왜일까?

먼저 리먼브라더스는 당시 약 7,0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었지만 자기자본(equity capital)의 규모는 250억 달러 정도였다. 그러나 투자자산은 장기로 운용되는 데 반해, 이를 조달하기 위한 부채는 주로 단기자금에 의존하고 있었다.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 단기 환매조건부채권 매매(Repo, Repurchase agreement)이었는데, 사업 유지를 위해 매일 수백억에서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해야 했다. 이를 위해 리먼브라더스는 신용평가회사로부터 우수한 등급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었고, 현금 유동성과 자기자본 대비 차입 규모 수치를 개선해야 했다.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차입금 비중을 낮추려 했으나 당시 시장상황으로는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리먼브라더스는 자신이 보유한 유가증권을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차입하면서 변칙적인 회계처리를 택했다. 거래상대방에게 차입금의 105%에 달하는 유가증권을 담보로 제공하고 회계적으로는 차입거래가 아닌 '매각'으로 처리하여 대차대조표상 차입금을 줄인 것이다. 예를 들어, 현금 100달러를 빌리면서 채권 105달러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정상적인 회계처리로는 현금 유입과 차입금을 적어야 하지만, 이를 채권 매각처리로 둔갑시켜 유가증권을 팔아 현금을 조달한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결과적으로 리먼브라더스는 분기말에 집중적으로 이러한 거래를 이용하여, 2008년 1·2분기에 490억 달러, 500억 달러의 차입금을 숨겼다.

보고서에 의하면, 회계감사기관인 Ernst & Young은 이 사실을 알면서 묵인하여 주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감사 소홀로 인한 전문직 과오(Professional Malpractice) 혐의를 언급하고 나아가 위법행위로 인한 민사소송 내지 형사소송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리먼브라더스는 이러한 회계방법을 쓰면서 필요한 변호사 의견을 얻기 위해 영국 런던의 Linklaters 로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리먼브라더스 유럽법인으로 증권을 이전한 후 거래를 하면서 '정상 매각(True Sale)' 의견을 받아내는 편법을 쓴 것이다. 미국 변호사들은 정상 매각에 대한 소견을 낼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미국 로펌으로부터 필요한 법률 의견을 받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리먼브라더스가 재무제표(financial statement)에 회계부정을 통해 투자자, 정부기관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보고 내지 공개한 것은 소송이 가능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전 임원 리차드풀드(Richard Fuld) 등에 대하여도 신인의무(fiduciary duty)를 위반한 증거가 있어 소송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 Exchange Commission) 및 투자자의 민사소송 뿐만 아니라, 이러한 행위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에 따라 연방검찰에서 형사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은 투자은행 내부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가 누적되어 생긴 결과일 것이다. 외견상 그럴듯한 내부견제 장치와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 운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2008년 상반기, 우리 법조에서도 리먼브라더스 내부의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을 경고한 바 있다. 코스닥주 주가조작과 관련하여 서울지점 임원이 작전세력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소위 블록딜을 성사시켜 준 것이었다.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의 피해를 남긴 작전주 주식을 리먼브라더스에서 매입해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았음을 검찰 수사로 밝혀냈다. 증권사 직원에게 금지된 개인적 주식투자를 한 것까지 밝혀져 더욱 실망스러웠다. 결국 검은머리 미국인이던 임원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급기야 아시아 총괄 감독부서(compliance) 책임자가 귀국하여 내부통제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들고 재발방지를 약속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세계 4대 투자은행의 파산의 징후는 이미 서울에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리먼브라더스 파산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문제는 아직 미국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4월에는 연방하원 금융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소집될 정도로 정치권과 일반인의 관심이 아직 뜨겁다. 파산 사건과는 별도로 향후 SEC와 법무부의 법적 조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리먼브라더스 임원들은 혐의에 대하여 함구하고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경영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한들, 이는 피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의 위험과 후유증이 아직 월스트리트를 떠나지 않았음을 이번 사건이 일깨워 주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정부규제의 실패가 부른 리먼브라더스의 몰락을 살펴보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규제 개혁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시장의 투명성 부족, 자기규제(self regulation)에 대한 지나친 의존, 금융시장의 청렴도(finance integrity) 저하 등의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제시되기를 기대해본다.

영국 글래스고대학의 교수이자 경제사상가였던 애담스미스(Adam Smith)는 저서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등에서 고전적 자유주의를 강조했다. 그 이론의 바탕은 공정한 규칙 없이는 자유로운 운동경기가 불가능한 것과 같이, 시장의 자유를 위해서 공정한 질서가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경기 중에 다른 선수의 발을 걸지 말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미국의 금융규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도 절실한 충고이다. 편법과 부패, 비리의 반칙을 모니터링하고 정의(justice)를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시장과 공공의 이익의 적절한 균형을 갖추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정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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