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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법률가의 소양

박영재 사법연수원 교수(부장판사)

지난 1년간 사법연수원에서 강의를 하며 '말하기'와 '듣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법원에서 재판을 하면서, 또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늘 깊게 생각해오던 주제였다.

효과적인 말하기란 무엇일까. 최근 크게 느낀 점은, 효과적으로 말하려면 먼저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를 하는 것은 마치 말하기 뿐인 것 같지만, 정말은 잘 들어야 잘 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다. 강의시간 연수생들의 눈빛을 읽고, 반응을 듣고, 가끔은 그들의 침묵을 듣기도 해야 한다.

그런 말이 있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신이 '꼭 알아야 하는 것'을 가리고 있다."

재판을 할 때도 그러했지만, 연수원에서 강의를 하거나 대화를 할 때에도 어떤 편견이나 자의에 좌우되지 않기 위해,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려 눈을 크게 뜨고, 정확히 들으려고 귀를 기울이며, 가슴을 열어놓으려 노력한다.

다른 얘기를 잠시 하자면, 며칠 전 우리나라 유수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님께서 사법개혁에 관해 쓰신 시론을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사법부와 재판의 문제점과 그 대책에 관한 여러 제안이 담긴 글이었다. 최근 법조 내외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가끔 사람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볼 필요가 있다. 판사이며 연수원에서 강의를 맡고 있고, 법조의 일원인 내가 보기에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되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예컨대 "'재판의 질'을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부분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재판은 어떠해야 하는가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주장을 위한 합리적 근거자료나 법률 이론적 토대를 제시하지 않은 채, 너무 강한 표현을 사용하여 생경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무런 근거 없이 "경험상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매우 저조하다"고 비판한다거나, '사법파시즘', '사법독재', '사법부 내 권력투쟁', '만신창이' 와 같은, 매우 추상적이고 정치적인 어휘들을 사용하여 읽는 이의 마음에 씁쓸함과 함께 불편함을 주었다.

잘 들어야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품위있게 말하여야 설득력과 신뢰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는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고자 이곳에 모인 사법연수생들과, 나 자신에게도 늘 해주고 싶은 말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