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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물(水)

서세연 법무사(서울) - 제2988호

나는 병적이리만큼 물을 아끼는 습벽을 갖고 있다. 공중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 어느 수도꼭지에서 물이 새고 있으면 꼭 그 수도꼭지를 잠궈야 마음이 편하니 말이다. 언젠가 내가 재직시절에 화장실 좌변기에다 소변을 보고 나올 때 물을 쏟아버리기가 아까워 그냥 나와버린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마침 화장실 청소하는 아줌마가 그 좌변기를 보더니 더럽게 물을 쏟지 않고 그냥 나간다고 투덜대는 소리를 듣고 내 얼굴이 화끈거렸던 일이 있었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요, 생명 존재의 요소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 불멸의 원리를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 내가 어렸을 때를 돌이켜 보면 개인이 물을 쓰는 일은 음식하는 것, 아침에 세수하는 것, 빨래하는 것, 가끔 목욕탕에 가는 것 외에는 별로 물을 쓰는 일이 없었다. 화장실은 거의가 밖에 별도로 있는 재래식 변소라 청소할 때 외에는 물을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의 실태를 살펴보자. 아침에 눈을 뜨면 물을 쓰는 일로 시작해서 물을 쓰는 일로 끝나 잠자리에 든다. 옛날에는 물을 쓰는 일도 드물었지만 물을 쓰는 사람수도 적었다. 가족제도를 보더라도, 집 구조를 보더라도,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집이 태반이라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며느리, 손자와 손녀 등 4대가 한 집에 살면서 한방에 여러 식구가 한꺼번에 기거하는 일이 많았고 재래식 변소도 한 곳 뿐인 것이 보통이었고, 마당 한가운데 또는 한귀퉁이에 수도가 있고 그 옆에 물통이 있어 물을 쓰려면 물통에 받아 놓은 물을 바가지로 퍼서 세수 또는 설거지를 했었다. 집에 목욕탕 있는 집은 드물었고 기껏해야 더운날에는 수도가에나 우물가에서 등물을 끼얹을 정도였으니…… 지금처럼 아들·딸들이 시집, 장가가면 핵가족이다 뭐다해서 집들을 한 채씩 마련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집, 아파트가 늘어났는가. 온통 산야가 아파트로 꽉꽉들어 차고 있으니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 물 문제만 보더라도 물 사용량이 몇 십배나 늘어나게 된 것은 뻔한 일이다. 이제야 물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물절약 정책을 세우느라고 법석을 떠는 것 같으니…… 인구가 늘어나고 주택이 늘어났으니 생활 용수량이 늘어나게 된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생활 향상의 여파 때문인지 몰라도 물을 쓰는 사람의 의식 또한 공기 속에 살고 있으니 무심코 숨을 쉬듯 물은 그렇게 쓰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으니 그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런 상태로 물 낭비가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물이 부족해서 먹을 물도 없어서 쩔쩔매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소변 한번보고 버튼 한번 눌러 그 많은 양의 물을 흘려 보내고 대변 한번 보고 쏴--하고 흘려보내고 목욕탕에서 샤워기의 물을 틀어 놓고 이빨 닦고 면도하고,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설거지하고,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세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들은 물에 대한 의식변화를 해야 할 때이다. 물을 아끼는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하여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에서부터 물 절약정신을 키워 주어야 하고, 밖으로는 급수시설을 상수도와 하수도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중수도시설을 하여 화장실용 물 등 허드렛 물은 중수를 쓰도록 해야하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는 비행기 화장실처럼 압축공기를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하나뿐인 지구에 자연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 한정된 자원에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문화수준은 높아만 가고 있어 물 쓰는 일은 더 많아지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물 정책을 크게 세워야겠다. 어쨌거나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이 ‘돈을 물 쓰듯 한다’라는 낭비의 비유어였던 ‘물’을 이제는 ‘물을 돈쓰듯 한다’라는 ‘절약’의 비유어로 바꾸는 절수정신의 함양, 그 이상의 더 좋은 방책이 있겠는가.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