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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사행산업유감

송해연 변호사(법무법인 세창 대표)

몇 년 전에 서울경마공원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했다가 도로변에 줄을 이어 서 있는, 운전석이 비어 있는 수많은 택시들은 본 일이 있다. 이후 그 모습이 주말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서 운전자들은 아마도 종일 경마에 참여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렇다면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잠시 하고는 곧 잊었다.

그리고 며칠 전 강원랜드 카지노 여직원의 횡령사건에 관한 보도를 보고 과연 어느 정도의 돈을 벌기에 그러한 거액의 횡령사실을 회사는 수년 동안 모르고 있었을까 궁금하여 공시자료들을 찾아보니, 2009년도 기준 강원랜드의 카지노 부분 매출액은 1조1,000억원을 상회하였고, 마사회의 서울경마장 매출액은 약 4조7,000억원이나 되었다. 2009년 매출액 기준 상장기업 순위 42위인 (주)한화의 매출액이 약 4조6,000억원 정도였으니 재벌기업 부럽지 않다.

이와 같이 막대한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원인을 추측해보면 마사회와 강원랜드가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사행산업의 특성상 그 수익제공자들인 마권구입자 또는 칩 구입자가 이성에 따른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마사회와 강원랜드는 사행산업을 영위하면서 얻은 막대한 수입에 대하여 역시 상당한 금액의 세금을 납부하고 있어 이것이 각 지방자치단체의 주요한 재원이 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또한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고 하므로 그 수입의 활용처에 대하여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마권이나 칩의 구입대금을 지불하는 이용자들이 과연 '여가를 선용'하는 과정에서 생활에 부담이 되지 않는 일시 오락용의 소소한 금액을 사용하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만약 언론에 의해 보도되는 패가망신의 사례들이 극히 희소한 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마장과 카지노의 이용자들에게 자주 또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경우들이라면, 경마장과 카지노의 운영은 그것이 비록 법에 근거하여 허용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실질이 적법하지 않으므로 결국은 중지되어야 하는 불법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법원에 계속되어 있는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카지노 운영주체가 이용자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였는가가 쟁점으로 다투어진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고, 아마도 이것이 현행 법제도 하에서 경마장 또는 카지노 이용으로 손해를 입은 사람들이 그 피해전보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피해의 사후적 구제보다는 피해의 원인을 제거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적법한' 사행산업의 번창은 마음을 갑갑하게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