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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투자 중국법률

[중국투자 중국법률] 이면계약과 시나닷컴

김종길 변호사(법무법인(유) 태평양)

중국시장이 최근 몇년 사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습니다. 매달 두번 중국전문 변호사들이 중국시장 진출시 필요한 중요 법제도와 최근 법률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중국투자업무를 하다 보면 곤혹스러운 문제가 한두 개만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이면계약(Side Agreement)'과 '명의차용'은 가장 골치아픈 부류에 속할 것이다. 최근 이 두 문제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새로 무슨 법률을 만들었다거나 새로 무슨 행정법규가 나온 것은 아니다. 그저 최고인민법원이 사법해석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것도 아직은 최종통과된 것이 아닌 의견징구본의 형태로…. 그래도 중국에서 법률실무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변화와 발전이 반갑다.

한국에서는 대법원판결을 하나하나 비교분석하는 것이 실무가와 학자에게 중요하지만, 중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거의 없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판결문을 잘 공개하지도 않지만, 판결문을 비교분석하는 학자나 실무가도 거의 없다. 그 이유를 따져보면 최고인민법원이 친절하게도 재판에서 문제된 이슈에 대하여 수시로 '사법해석'으로 정리해주기 때문이다. 바로 그 사법해석에서 우리의 골치거리인 이면계약과 명의차용에 관련한 이슈가 다루어졌다.

◇ 효력인정 못받는 이면계약  별도 보충계약으로 합법화

먼저, 이면계약을 보자. 통상적으로 이렇게 발생한다. 한국기업이 중국기업과 사업을 한다고 보자. 양측이 출자금, 지분율 등 큰 쟁점에는 합의했지만, 세부사항을 놓고 계속 협의 중이다. 이때 중국측에서 이런 말을 꺼낸다. 지방정부의 정책상 언제까지 합자기업을 설립하면 여러가지 우대혜택(때로는 세금감면, 때로는 토지가격)을 받을 수 있고 그후에는 없다. 그러니 협상은 협상대로 하면서 합자기업부터 먼저 설립해 놓자. 그러면, 한국측은 혜택이 있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 경우 합자계약서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아마도 상대방에서는 그냥 중국의 표준계약서에 빈칸만 메우자고 할 것이다. 나중에 실제로 협상을 통해서 합의한 진짜 합자계약서는 양측의 서명날인 후, 별도로 공증까지 받아두면 된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부에는 표준계약서를 제출하고 진짜 계약서는 쌍방의 서명날인 후 공증까지 받아놓았다 치자. 여기의 소위 진짜 계약서가 바로 이면계약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문제되면 이면계약은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것이 문제이다. 중국계약법은 이면계약의 효력을 정면으로 부인한다. 즉 "법률, 행정법규가 비준, 등기 등 절차를 취해야 발효한다고 규정한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제44조 제2항). "

최고인민법원은 계약법사법해석에서 "계약법 제44조 제2항의 규정에 의거하여 법률, 행정법규에 계약은 비준절차를 거치거나, 비준등기 등 절차를 거쳐야 발효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1심변론종결전까지 당사자들이 비준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혹은 비준등기 등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인민법원은 계약이 발효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래도 중국에 투자하려면 어쩔 수 없이 이면계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든지 그 내용을 합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어떤 경우는 이면계약내용을 기술이전계약이나 용역계약같이 중국정부의 비준이 필요없는 계약의 조문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합자계약서에 "본계약의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당사자간에 별도의 보충계약을 체결한다"고 규정하고, 별도의 보충계약으로 체결하기도 하지만, 중국법규상 합자계약의 변경은 정부비준을 요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정부비준을 따로 받지 않은 보충계약의 효력에 대하여 의문이 남아있었다.

최고인민법원이 2009년 11월23일에 의견징구본으로 내놓은 「외상투자기업분쟁사건심리사법해석」은 제1조에서 직접 이 점을 다루고 있다 : "외상투자기업의 설립, 변경 등의 과정에서 체결한 관련계약은 법률, 행정법규의 규정에 따라 외상투자기업심사비준기관의 비준을 받은 후에 발효한다; 비준을 받지 않으면, 인민법원은 그 계약이 발효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한다. 당사자들간에 관련계약의 일부조항에 대하여 보충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심사허가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만일 그 내용이 이미 획득한 외상투자기업심사비준기관의 비준을 받은 계약내용의 중대하거나 실질적인 변경이 아니라면 인민법원은 보충계약이 비준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효되지 않았다고 처리해서는 안된다. 앞에 언급한 중대하거나 실질적인 변경이라 함은 등록자본금, 회사유형, 경영범위, 영업기간, 주주가 납입할 출자금액, 출자방식, 회사합병, 회사분할 등 측면의 변경이나 복수심사허가기관이 관할하는 주소변경, 지분변경 등을 말한다."

◇ 명의차용으로 중국서 사업 수월한 방법이나 위험많아

이것은 중대하고도 실질적인 변화이다. 이제 보충계약은 무조건 무효가 아니다. 정부에 제출한 계약의 내용에 중대하거나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법제는 이렇게 하루하루 합리성을 더해가고 있다.

다음은 명의차용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외국인에게는 허용하지 않거나, 허용하더라도 인·허가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업종이 있다. 온라인게임, 인터넷사업, 모바일사업, 홈쇼핑사업, 교육사업이 그러하다. 외국인이 직접 투자하여 사업을 수행하려면 ICP니 문화사업허가증이니 무점포소매업허가니 하는 것들이 필요한데 이를 발급해주지 않아서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외국인이 그래도 그 사업을 굳이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중국인의 명의를 빌리는 것이다. 명의차용은 가장 간단한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그에 따른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우기거나, 몰래 지분을 팔아버리면 대책이 없다. 어떤 사람은 중국인 명의로 중국 IT기업에 지분투자를 해두었는데, 어느 날 한국의 전자신문에서 중국내에서 모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어느 IT기업을 인수했다는 뉴스가 나와 있었는데, 바로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었다. 황급히 중국으로 날아와 보았으나 자신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이미 지분을 팔고 사라졌다. 도지요요(逃之夭夭). 찾을 수도 없다.

중국법은 외국인이 중국에 투자하여 외자기업을 설립하는 경우에 업종제한(금지류는 투자금지, 제한류는 투자제한)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그 외자기업이 다시 중국내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업종제한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자기업도 중국기업이다. 중국기업이므로 중국내의 다른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외자기업이 중국내에서 업종에 관계없이 마음대로 투자하게 허용하면 외국인들은 투자금지업종에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먼저 외자기업을 고립하고, 다시 그 외자기업으로 다른 중국기업에 투자하면 그만이다. 외자기업이 중국내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업종제한을 받는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 외국인이 중국에 투자 외자기업 설립해도 업종제한

천려일실이랄까? 외국인이 투자하는 경우와 외자기업이 투자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업종제한이 적용됨을 명확히 하면서 재투자기업(즉, 외자기업이 투자한 중국기업)이 투자하는 경우는 규정하지 않았다. 허점을 찾아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중국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들은 바로 '중중외(中中外)'라는 투자구조를 만든다. 즉, '중국기업A-중국기업B-외상투자기업'의 순서로 투자구조를 만들어 중국기업A로 하여금 외국인투자가 제한된 업종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다. 중국연통(Unicom)을 설립할 때, 바로 중중외 모델을 사용하여 외국투자자들이 진입했는데, 나중에 중국정부가 중중외 방식을 불법으로 규정하여 외국자본을 모두 철수하게 한 바 있다. 그 후로 중중외 방식은 쓰지 않게 된다. 새로운 방안으로, 명의차용의 효과가 나도록 정교하게 고안한 것이 시나닷컴(Sina.com) 모델이다. 시나닷컴은 랭킹1위의 포털사이트이다. 2000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해외에 상장주체를 만들자니 중국자회사인 사업체는 외자기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법률상 인터넷사업은 외자가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해외 상장주체의 100% 자회사인 외자기업(관리회사)을 설립하면서 외자기업이 개인들에게 회사설립자금을 대여해주고 개인들이 내자기업(사업회사)을 설립했다. 그리고 사업회사가 사업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사업회사는 관리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여 이익을 100% 이전시킨다. 관리회사는 개인들과 대출계약, Call Option계약, 의결권위임계약, 지분질권설정계약 등을 체결한다. 이렇게 하여 관리회사가 개인들과 사업회사를 계약으로 꽁꽁 묶어두기 때문에 계약통제방식이라고도 하고 최초 사용한 회사명칭을 따서 시나닷컴 모델이라고도 한다.

◇ 중국법률법규의 우회 투자 대부분 '시나닷컴' 모델로

이 방식은 중국기업의 해외상장에 지금까지도 계속 활용된다. 미국과 홍콩에 상장된 기업에는 포털의 시나닷컴, 소후닷컴, 넷이즈, 톰닷컴, 온라인게임의 샨다, 텐센트, 거인, 검색사이트의 바이두, 교육의 신동방, 홈쇼핑의 아콘 인터내셔널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관련업종에 진출하는 한국기업들도 이 모델을 사용한다. 온라인게임, 홈쇼핑, 모바일, 인터넷 업종에 투자한 한국계 기업들은 모두 이런 구조이다.

시나닷컴 모델의 경우, 전체적으로 보면 중국법률법규를 우회하여 투자하는 것이므로 향후 집행가능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구심이 남아있었다. 또한, 중국정부에서는 업종별로 시나닷컴 모델을 규제하려는 조짐도 있었다.

최근 들어 온라인게임분야에서 블리자드의 WoW 중국내 사업자를 변경과정에서 블리자드의 계약통제 모델이 문제된 바 있고, 홈쇼핑분야도 내자기업의 자본금이나 방송국의 지분비율 등이 강화되었다. 「외상투자기업분쟁사건심리사법해석」은 이와 관련해서도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당사자들간에 일방이 실제투자하고 주주권익을 향유하고, 다른 일방은 외상투자기업의 명의주주가 되기로 약정한 경우, 중국법률, 행정법규의 강행규정이나 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거나 회피한 것이 아니면 당해 계약은 유효하다", "실제투자자가 외상투자기업명의주주에게 쌍방의 약정에 따라 관련의무를 이행하라고 청구하면 인민법원은 이를 인정한다" 이것도 적지않은 변화와 발전이다.

중국은 이제 법률제도의 겉모습만이 아니라 속까지도 충실하게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