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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우간다 캄팔라회의는 국제형사사법의 미래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 "2010년 5월, 우리는 우간다 캄팔라에 모일 것입니다." 지난 1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신년 7대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곧 개최 예정인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재검토회의(Review Conference)를 언급한 것이다. 반 총장은 자신이 직접 위 회의에 참석하여 개막을 주재할 것임을 밝히면서, "불처벌(impunity)에 대한 싸움에서 우리의 결심을 보여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형사사법 시스템의 중추인 국제형사재판소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강조하였다.

◇ 5월 ICC 재검토회의 개최 2007년 케냐 유혈사태 다뤄

매년 새해 초 사무총장의 유엔 신년 과제를 설명하는 브리핑에는 많은 관심이 집중되지만, 임기 3년차를 맞는 반 총장의 이번 브리핑에는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특히, 60년만의 유엔본부 건물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 공사로 유엔총회장 등이 폐쇄된 상태에서 임시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여기서 사무총장은 2010년을 '지속가능한 개발의 해'로 규정하고, 유엔의 7대 중점 추진 과제로 ① 지속가능한 개발 ② 기후변화 ③ 여성, 인권보호 및 권익신장 ④ 비핵화 ⑤ 지역분쟁에 대한 대응 능력 강화 ⑥ 인권존중과 법의 지배 ⑦ 유엔 시스템 강화 문제를 제시하였다. 그 중 이례적으로 국제형사사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국의 고위급 참석을 직접 요청한 것이다. 덧붙여 유엔 전 회원국이 국제형사재판소의 당사국으로 가입하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하여 출범 8년차를 맞는 재판소의 위상과 기대에 더욱 힘을 실었다.

# 2010년 3월31일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5번째 사건이 개시되었다. 케냐의 2007년 12월말 대통령 선거 이후 개표 부정 의혹에 따른 종족 분쟁 성격의 유혈 사태를 다루겠다는 것이다. 작년 11월경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Luis Moreno Ocampo) 검찰관의 수사 착수 요청에 대하여, 전심재판부가 수사 허가를 결정한 것이다. 당시 케냐에서는 1,500여 명이 사망하고 30여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는 참상이 벌어졌다. 이에 대하여 로마규정상 살인, 강간, 추방 등의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다만, 3명으로 구성된 전심재판부에서도 독일 출신의 한스 피터 칼(Hans Peter Kaul)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제시하였다. 칼 재판관은 케냐 사태의 책임을 '국가 또는 조직적 정책'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므로 ICC 관할권 행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앞으로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수사 및 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지켜볼 일이다.

이번 케냐 사건은 ICC의 독자적 수사 개시에 따른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존의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내전 사건 3건은 모두 그 해당국이 사건을 회부한 것이었다. 그리고 작년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로 국제적인 이슈가 되었던 수단 다르프르 사건은 유엔 안보리에서 사건을 회부한 것이었다.

◇ ICC 독자적으로 수사개시 정치적인 판단은 최소화

통상 당사국에서 회부한 사건의 경우, 해당국의 정권 교체 등으로 범죄 혐의자가 권력에서 추출된 이후 사건이 개시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유엔 안보리의 회부를 거친 사건은 상임이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치적인 영향이 작용할 여지가 크다. 결국 독자적인 ICC의 내사 과정을 거쳐 사건번호를 부여받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형사절차에 비유하면, 피해자의 고소 또는 기관 고발사건만을 다루던 ICC가 비로소 독자적 인지사건의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케냐 사건에 대한 직권 수사 개시는 정치적 판단을 최소화하고 국제사법기관의 독립적 판단으로 사건이 개시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형사사법 정의를 통한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켜나가려는 재판소의 역할과 활동이 더욱 주목된다.

# 2009년 11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총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비당사국인 미국 대표단이었다. 2002년 국제형사재판소 체제가 출범한 이래, ICC에 부정적 입장을 갖던 미국이 전쟁범죄 담당 대사인 스테픈 랩(Stephen Rapp)을 공식 파견한 것이다. ICC 당사국은 아니지만 옵저버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여 비당사국으로서 최초로 발언을 한 것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 변화된 미국 외교의 한 장면이었다.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유엔 등 다자외교를 통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구하는 모습이었다. 랩 대사는 ICC의 그동안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미국이 국제형사사법을 통한 정의 구현에 항상 앞장 서 왔음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2002년 부시 행정부에서 ICC 로마규정을 서명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래, 미국 군인보호법(ASPA, American Servicemembers Protection Act) 등을 통해 재판소에 반대 입장을 계속해 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미국의 참여는 역사적 변화의 순간이었다. 앞으로 미국의 ICC 정책의 변화는 국제형사사법의 중요한 변수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 국제형사사법의 최대 분수령 침략범죄 처벌 최종합의 도출

# 이번 우간다 ICC 재검토회의는 국제형사사법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먼저, 2002년 발효된 ICC의 헌법에 해당하는 로마규정의 개정을 다루기 때문이다. 로마규정상에는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 및 침략범죄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침략범죄(crime of aggression)에 대해서는 처벌한다는 원칙만 합의되었고, 정의 및 관할권에 관하여는 정치적인 민감성으로 추후에 재논의하기로 미루어 두었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한 최종 합의 도출이 이번 회의에서 다루어질 예정이다. 다양한 국제법적 쟁점과 함께, 우리의 안보 상황과도 관련된 문제이므로, 앞으로 최종 합의과정이 주목된다.
더불어, 이번 회의에서는 ICC를 포함한 국제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현황평가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평화와 정의, 피해자와 피해 지역사회에 대한 영향, 보충성, 협력이라는 4가지 주제로 나누어 그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고위급 및 실무가들의 열띤 토론을 통해, 우간다 캄팔라에서 국제형사사법에 대한 미래 비전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본다.

◇ 국제형사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현황 평가도

필자는 '전망(The Reckoning) - 국제형사재판소를 위한 투쟁'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시작을 잊을 수 없다. 아프리카로 추정되는 초원에 홀론 선 남자의 손에는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두개골이 들려있었다. "정의가 없이는 사람들은 서로를 전혀 존중할 수 없어요. 처벌되지 않고 남는다면, 이것은 반복될 것입니다." 최근 인류 역사상 수십만 명 이상이 집단살해된 콩고, 르완다, 캄보디아 내전 등의 사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ICC의 설립과정과 우간다, 수단 내전 등에 대하여 검찰관이 진상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비장하게 그려진다. 국제범죄에 대한 최후의 보루(last resort)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앞으로 재판소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 앞에 놓여진 국제형사사법의 미래이다. 불처벌(impunity)의 종식을 통해 심각한 인류에 대한 범죄를 척결하고, 이를 통해 국제 평화와 안전을 모색하는 국제형사사법의 과제에 대하여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기여가 긴요한 때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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