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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교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와 한국 증시

이재봉 PB 팀장(신한은행 서초센터)

국내 시장을 보는 중요한 관점의 하나는 외국인의 매매 방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헤지 펀드에만 약 1,500조원의 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음을 볼 때 글로벌 투자가의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가들은 전 세계의 자금흐름이나 정치적 변수를 모두 고려하여 투자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가들보다 더 많은 경제 외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월 스트리트 투자가들은 미국 정부의 금융정책을 민간 차원에서 실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부 정책과 연결되어 투자를 한다. 그러므로 이들의 국제 정보는 미국 정부 차원에서 제공되는 정보하고 동급일 수 있다고 한다. 서해안에서 천안호가 침몰했을 때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전혀 흔들림 없이 증권시장에서 순매수를 이어 간 것이 중요한 뉴스가 되는 것만 봐도 외국인 투자가들의 정보력과 국내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국인 투자가들은 과연 국내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을까. 시가 총액이 1조가 넘는 국내 상장 기업 중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30%가 넘는 경우를 흔하게 찾아 볼 수 있다. 외환은행과 대구은행의 외국인 지분은 70%에 이르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 등은 48%, 현대차는 38%, 하이닉스는 28%에 이르고 있다. 단순히 지분만을 고려한다면 대구은행은 국내 지방 은행이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투자가들이 소유한 외국 은행이라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가들은 전략적 투자가가 아니라 재무적 투자가이기 때문에 실제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흔치 않지만 이 정도 비율을 보유하고 있다면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외국인 투자가들이 2월말부터 약 한 달 동안 5조 이상의 주식을 사들임으로써 1,600대의 증시가 1,700대로 상승하였다. IMF 발표 기준으로 2010년 예상 성장률이 4.5%로 세계 5위의 성장률이 예상되면서도 2010년도 예상 PER는 9~10배 수준이며 국가 부도 위험은 영국보다 낮은 국가라는 점은 매우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남유럽 국가의 경제 위기와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 대립, 일본의 경제위기설, 경제 회복 지속 여부에 대한 다양한 이견 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시점에 한국시장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이러한 외국인 지분 증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외국인 지분 비율은 엔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엔을 빌려서 고금리 국가나 고환율 국가에 투자하는 형태)가 한창이던 2007년도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했던 2007년 10월의 외국인들의 보유 시가 총액이 333조였던 것에 비해 올 1월의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274조이며 주식 보유비중도 2005년 최고 42%에서 1월 현재 32%로 줄어 든 상태이다. 이는 최근의 외국인 매수가 초기 단계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당시 외국인들은 저금리의 엔화를 차입하여 고환율 국가나 고금리 국가, 석유 등의 자원에 투자함으로써 자산 버블을 형성하기도 하였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하여 엔 캐리를 청산하면서 빠져 나갔던 외국인 투자가들이 다시 들어 오기 시작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그때하고 틀린 점은 달러 캐리 트레이드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약 1,000조원의 국채를 발행하면서 생긴 달러 초 저금리 현상으로 인하여 생긴 현상이다. 그러나 추세적으로 당분간 달러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달러로 돈을 빌려서 타 국가에 투자하면 주식매매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외국인의 매수전환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경제 상황이 타 국가에 비해 월등하게 호전되는 것도 요인이겠지만 그 투자 자금은 이러한 자금 흐름에 의하여 창출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국인들의 매수 추세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달러 캐리 자금은 단기적이며 투기적인 경향을 가질 수밖에 없겠지만 오바마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달러 초 저금리와 양적 완화 및 무역 적자의 해소 등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진다. 그러므로 최근 외국인 투자가 다시 늘어 나는 것은 비록 투기적인 요소가 있다고 해도 그 바탕에는 한국 경제의 건전성과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상당기간 한국 시장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등장할 것이며 국내 기관이나 개인 투자가들이 1,700선에서 강하게 매도하더라도 주가 하락을 저지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그리고 국내 투자가들의 환매가 커질수록 국내 주식에 대한 강한 손 바뀜 현상이 일어남으로써 외국인의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자금들이 안전자산으로부터 위험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동안 국내 투자가들은 펀드를 환매함으로써 위험 자산으로부터 은행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어느 세력이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될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이 세계의 경제 및 정치적 흐름을 중시하며 그 역학관계를 더 잘 이용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투자가들은 펀드환매에 좀 더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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