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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토론

[찬반토론] 보호감호제 도입 필요한가 - 반대

하태훈 교수(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법무부가 최근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살해사건을 계기로 흉악범 관리대책의 일환으로 보호감호제도 재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중처벌로 여러 기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는 반대론과 흉악범죄자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는 찬성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보호감호제 도입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찬반의견을 들어본다.

권위주의 시대가 누구에게는 악령일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추억거리인가 보다. 지금의 정부와 여당은 흘러간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 10년 넘게 쓰지 않아 녹슬어 버린 사형집행이라는 칼을 꺼내 들고, 폐지된 지 5년이나 된 보호감호를 되살리려 한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흉악범죄와 아동성폭력범죄의 원인을 지난 좌파정권의 편향된 교육 탓으로 오진하니, 정부와 여당이 내놓은 성폭력대책도 분노한 시민 달래기에 급급한 단기효과 챙기기다. 이 같은 언어폭력에 군부독재에서나 가능했던 '조인트 까기'같은 물리적 폭력까지 등장하니 혼란스럽다. 힘 있는 분들도 불려가 조인트도 까이는 세상이니, 범죄자인들 사형시키거나 산골오지에 가둬 두는 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최근 흉악범죄 근절 대책으로 사형집행을 검토 중이며 폐지된 보호감호제를 다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989년 헌법재판소가 적법절차 위반과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근거로 일부위헌결정을 내린 후 오랜 논란 끝에 이중 처벌적 기능과 격리위주의 운용실태, 법제정의 절차적 정당성 결여 등을 이유로 2005년 사회보호법이 폐지되면서 사라진 보호감호제를 다시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위헌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행 형법에서 법정형의 2분의 1 내지 2배까지 가중할 수 있는 상습범·누범 가중처벌 조항을 없애고, 교화와 치료를 목적으로 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호감호의 취지를 살리겠다고 한다.

그러나 보호감호제도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위헌요소와 오랜 시행경험에서 드러난 반인권적 요소는 제거되거나 치유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무부가 내세운 부활의 전제조건은 실현가능성도 없다. 과연 형사정책 담당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던 상습범·누범 가중처벌조항을 폐지할 수 있을 것인지도 공론화가 필요하지만, 일반 교도소에서도 제대로 실시하지 못하는 교육과 개선프로그램을 흉악범만 가두어 둔 보호감호시설 내에서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더욱 더 의문스럽다. 당장 보호감호 도입의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던져 본 진정성이 결여된 조건 제시로 보인다. 상습범·누범 가중처벌조항을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보호감호는 격리수용을 통한 사회방위라는 1차적 목적을 추구하는 한 본질상 형벌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이중 및 과잉처벌이라는 위헌적 요소는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보호감호시설 내에서 교정과 교화에 힘써 제도의 취지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교도소 운영과 다름없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보호감호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 수용하여 직업훈련과 근로 작업을 통해 사회 적응과 복귀를 돕는다는 취지로 도입되었지만 집행현실은 수형생활의 연장이자 사회로부터의 추방이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보호감호제도의 개선론자들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강력범을 중심으로 재사회화 기능을 강조하여 운용하자고 했던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보호감호제도의 폐지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2005년 보호감호제를 여야 합의로 폐지할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이를 당론으로 정해 국회통과에 적극적이었다. 그 때 한나라당 인권위원장이던 이주영 의원은 보호감호제 폐지에 대해 "보호감호는 위헌 논란이 있는 만큼 보호관찰로 대체해 정신질환자 등에 대해 치료보호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형 집행과 보호감호제도 등 반인권적 제도들을 되살리는 것이 흉악범죄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이번 부산여중생 사건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범인은 어릴 적 소년원을 시작으로 일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살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기간 동안 끔찍한 흉악범으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부는 흉악범죄 이면에 숨어있는 문제의 본질과 범죄발생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프로그램 중심의 교정정책을 강화하는 등 보다 근본적이고도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범죄로부터의 사회방위는 강력한 형사처벌과 격리위주의 형사정책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 사회복지정책과 교육정책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흉악범죄자를 따로 가두어두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의 목적대로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