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목요일언

대나무 그리는 법

구본진 진주지청장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상대방에게 잘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류의 고민을 법조인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화론(畵論)을 보면 화가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북송대의 소동파는 '운당곡언죽기'에서 대나무를 그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대나무가 처음 나오면서 1촌 정도의 싹일 뿐이지만 마디와 잎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것은 매미가 껍질을 벗고 나오고 뱀이 허물을 벗는 것과 같이 시작하여 칼을 높이 뽑아든 것처럼 길이가 8장의 높이가 되기까지는 자라나면서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재 보이는 것을 따라 마디를 그리고 잎을 쌓아가게 되면 제대로 대나무를 그릴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소동파는 대나무를 그릴 때는 반드시 먼저 마음속에 대나무를 심어 놓고 붓을 잡고서 자세히 관찰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대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 같은 시대의 곽희는 '임천고치'에서 "평화롭고 화평하며 정직하고 자애로우며 그 입장이 되어 보살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마음의 경지"에 이르면 된다고 설파한다. 그 경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펼쳐지게 되어,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붓 아래에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명대의 동기창은 '화지(畵旨)'에서 곽희가 말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그는 그런 기운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태어나면서 알고 있는 것, 처음부터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배워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제시한다. 동기창에 따르면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의 길을 가면 가슴 속에서 세속의 혼탁한 먼지가 털려나가 자연히 언덕과 골짜기가 가슴 안에서 경영되며 성곽이 성립된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뒤쫓아 손이 가는대로 그려내면 모든 것이 전신(傳神), 즉 정신을 전하게 된다고 한다.

화가는 그림으로 사물을 표현하고, 법조인은 말과 문장으로 사안을 전달하는 것이니 그 근본이치가 그리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 중국 화론을 벤치 마킹하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전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많은 독서와 여행(경험)이 필요하다. 그러면 평화, 화평, 정직, 자애의 마음으로 사건 관계인의 입장에 서서 보살피는 것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다음으로 사건을 마음속에 두고 자세히 관찰하다보면 저절로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게 되고 전달도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