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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나라의 고상한 사람들

양상섭 서기관(인천지검)

복사골의 고장 부천에서는 매년 다문화인들의 '펄벅축제'가 열린다. 나는 새삼 펄벅 여사가 생전에 남긴 '인류애(人類愛)'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곤 한다.

펄벅(Pearl S. Buck, 1892~ 1973)은 소설 「대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류소설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녀가 10여 년간 한국에서 갈 곳 없는 전쟁고아들과 혼혈인들을 위해 사회활동을 펼쳤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벽안(碧眼)의 한 여성이 꽃 피운 박애정신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그녀가 활동한 '소사희망원'이 있었던 그 자리에는 '펄벅기념관'이 세워져 그녀의 아름다운 유지(維持)를 이어가고 있다.

펄벅 여사의 한국사랑은 특히 유별났다고 한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그녀의 소설 「살아있는 갈대(The Living Reed)」의 첫머리에는 '한국은 고상한 사람들이 사는 보석 같은 나라' 라는 찬사의 글이 실려져 있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이 무엇이었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빈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늙은 농부의 모습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농부가 자신의 지게에 짐을 싣고서 소와 함께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한 소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고 싶었던 농부의 마음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한낱 미물인 짐승에게까지 배려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야말로 이 위대한 소설가가 한국을 사랑한 가장 큰 이유였다.

지금 우리 땅에는 좀더 나은 삶을 위해 찾아온 100만명이 넘는 다문화인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60년대 우리 선배들이 외화획득을 위해 해외로 떠났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어떤가? 자신보다 약하고 약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다문화인들이 우리 한국 땅에서 차별 속에 살아가고 있다면 각성(覺醒)해야 할 일이다. 먼저 우리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편견의 벽을 허물고, 그들이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성숙한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우리의 마음이 전해질 때, 한국이라는 한 울타리 속에서 인류화합의 작은 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사회 곳곳에서 다문화 화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펄벅 여사에게 받았던 큰 사랑을 다문화 가족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보석 같은 마음씨가 아닐까? 펄벅 여사의 삶을 통해서 인류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