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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벽 허물기

이상철 대검찰청 공판송무과장

최근 대검찰청과 대법원 사이에 조그마한 변화가 하나 있었다. 그 동안 대검찰청과 대법원 사이에 놓여져 있던 철망으로 된 담과 문이 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철망으로 된 문이 있어 공익요원이 지키고 있다가 문을 열어 주었고 저녁이 되면 아예 문을 잠가 버렸는데, 이제는 언제든지 건너오고 가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나는 없어진 문을 보면서 언젠가 저녁 때 열린 회의참석을 위해 대법원으로 갔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 나는 나름대로는 지름길로 갈 생각에 문을 통과해서 대법원으로 갈려고 하였는데 시간이 넘어 버렸는지 이미 문이 잠겨있었고, 할 수 없이 대검찰청 정문으로 나와 서초역으로 향하는 길을 걸어,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둘러 둘러서 대법원 정문으로 들어가 회의에 참석하고 다시 그 길을 그대로 돌아왔었다. 그 때의 느낌은 ‘참 멀다’는 것이었다. 법원과 검찰, 검찰과 법원은 서로 대립과 견제, 긴장의 관계를 가지면서도 협조와 지원, 공존의 시간을 만들어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검찰과 법원은 상호간 거리를 점점 넓혀가고 마음의 벽을 높이 쌓기 시작했다.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법원과 검찰, 변호사 사이의 전통적인 ‘법조 3륜’용어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어 빛이 바래지고, 그 용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의 발생은 아마도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같은 시기에 연수원을 다녔더라도 서로 잘 알지 못하게 되어 개인적·직업적 상호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음에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갖추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과거의 행태에 안주해 있었던 것에도 그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법조 3륜이라는 말은 법조에 속하는 3개의 바퀴가 균형을 맞추어 굴러가야 전체가 잘 굴러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의 전체라는 것은 법조 전체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위한 사법서비스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법조인 자격은 국민을 위한 자격이지 개인의 영업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사법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법조 3륜의 3바퀴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속력을 맞추어 잘 굴러가야 하며, 이를 위하여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보다는 몰이해와 불신이 점점 높아져 가는 것 같다. 이는 곧 국민을 위한 사법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법조에 대한 국민신뢰 또한 실추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검찰과 법원, 변호사 모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허심탄회하고 솔직해짐으로써 상호간 믿음과 신뢰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국민으로부터의 소명일 것이다. 대검찰청과 대법원 사이에 담이 없어진 것처럼 법조 3륜 사이에 놓여져 있는 ‘마음의 벽’이 빠른 시간내에 허물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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