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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누가 새로운 맨하튼 검사장이 될까?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지난 9월15일 뉴욕시에서는 민주당 예비선거가 개최되었다. 뉴욕시장, 감사원장(Comptroller), 맨하튼 검사장(Manhattan District Attorney) 등 공직에 나설 민주당 후보를 결정하는 선거였다. 현 브룸버그 뉴욕시장이 무난히 3선을 할 것으로 짐작되는 탓에, 민주당원이 다수인 뉴욕에서도 시장 후보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히려 현 검사장 로버트 모겐소(Robert Morgenthau, 필자의 2009. 8.17.자 '뉴욕 시민의 신뢰와 사랑의 상징, 뉴욕 검사장' 참조)에 뒤이어 35년 만에 새로운 검사장을 선출한다는 점에서 뉴욕 언론과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날 저녁 8시경, 카터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으로 이름을 떨친 사이러스 밴스의 아들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Cyrus R. Vance Jr.) 변호사가 그 지명도를 토대로 총 44%의 지지율로 당선이 최종 확정되었다. 500여명의 검사, 예산 7,500만불(한화 9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거대 맨하튼 검찰청의 새로운 얼굴이 탄생한 것이다.

◇ 치열한 민주당 예비 선거전 - 사이러스 밴스 변호사 당선

이번 검사장 예비선거에는 모두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하였다. 11월로 예정된 본 선거에서 공화당측이 검사장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한 터라, 이번 민주당 예비선거의 승자가 곧바로 현 검사장의 후임으로 결정되는 선거였다. 사실상 역대 검사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우세를 놓친 적이 없는데다가, 유력 후보 모두가 이번 예비선거에 출사표를 던져 곧바로 본 게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중 밴스 변호사와 끝까지 접전을 벌인 후보는, 유일한 여성 후보였던 리슬리 신더(Leslie Snyder) 전 판사였다. 그녀는 1968년부터 8년간 맨하튼 검찰청 검사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당시 뉴욕 검찰사에 수많은 '최초'의 수식어를 남겼다. 살인사건을 최초로 맡았던 여성 검사, 성범죄수사부 초대 부장 역임 등이다. 뉴욕시에서 강간범죄의 피해자가 자신의 성적 경력(sexual history)을 증언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는 피해자보호법안의 입법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1983년 이래 뉴욕형사법원의 판사, 뉴욕주 대법관 등을 역임하면서는 엄격한 양형을 토대로 비교적 강성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필자는 선거 당일 아침 투표의 현장 분위기를 살필 겸 맨하튼의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방문하였는데, 마침 골목 어귀에서 마지막까지 유권자와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하는 신더 변호사를 만날 수 있었다. 비록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최초의 여성 뉴욕 검사장을 기치로 열띤 선거전을 이끌던 그녀였기에, 최선을 다하는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신선하게 기억된다.

아쉽게도 신더 변호사는 지난 2005년 민주당 예비선거에도 출마하여 현 모겐소 검사장에게 석패를 당하였다. 당시 현 검사장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였는데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화근이 되었다. 모겐소 검사장이 상대 후보인 밴스 변호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실제 이번 선거기간 지켜본 바로는, 신더 변호사가 지나친 네거티브 전략으로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과 기존 검찰 수뇌부의 지지를 받는 밴스 변호사를 수구세력(old boy's network)으로 줄곧 강도높게 비판하였는데, 이는 뉴욕시민을 상대로 효과적인 캠페인이 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쟁점보다는 보다 효과적인 검찰권 행사로 뉴욕 검찰의 얼굴이 되어 줄 새로운 주인공을 민주당원들은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뉴욕 검사장으로 선출이 사실상 확정된 사이러스 밴스 변호사는 이러한 뉴욕시민들의 바람을 꿰뚫고 있었다. 맨하튼 검찰청에서의 경력이 비록 수년에 불과하지만 부친의 이름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신의 대중적 지명도와 함께 다양한 법조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여 뉴욕검찰청의 명성을 이어줄 인물로 낙점을 받은 것이다.

◇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 '경제정의 실현' 공약으로

특히 밴스 변호사는 자신이 부패 및 기업범죄를 전담하는 맨하튼 검찰청의 특별수사부(Rackets Bureau) 출신으로, 금융위기 이후에 흔들리는 월스트리트의 청렴성을 되찾아 경제 정의를 세우겠다는 각오를 강조하였다. 모겐소 검사장부터 이어온 맨하튼 검찰청의 본연의 임무 수행을 통해 뉴욕 시민들이 바라는 금융위기 극복이라는 화두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그의 홈페이지에, 맨하튼 검찰청에서 금융위기 이후 2건의 대형 경제사범 수사를 통해 3억 5,000만 달러의 벌금을 거두었으며 이는 결국 뉴욕시민들의 이익으로 귀착될 것임을 지적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동시에, 그는 공적 영역의 부패에 초점을 맞추는 전담수사부의 신설을 내세워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겠다는 포부도 내놓았다. 자신의 오랜 변호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지역 기반의 사법정의(community-based justice)'를 모토로 내세운 공약도 눈에 띈다. 지역별 검사 전담을 강화하여 특화된 범죄유형 분석을 통해 검찰의 살아있는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테러, 자금세탁, 조직범죄 등 비교적 대형 이슈가 많은 맨하튼 검찰청이지만, 뉴욕시 곳곳의 지역별 특성에 부합하는 검찰권 행사로 체감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약에서 보듯이 밴스 변호사는 다양한 법조 직역을 경험하면서 유연한 사고로 시대의 흐름을 읽는 법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6년간의 검사직을 던지고 시애틀로 이주하여 'McNacul Ebel Nawort Helgren & Vence, PLLC'라는 중소로펌을 공동 창설한 후 중견 송무로펌으로 키워나갔다. 보잉사를 상대로 2만9,000명의 여자 고용원을 대리하여 여성에 대한 차별적 관행에 대해 집단소송을 제기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었다. 그와 함께, 시애틀 심포니와 동물원의 이사를 맡는 등 지역 문화 현안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였다.

◇ 시애틀에서 중견로펌 설립 형사변호사로 전국적 명성

밴스 변호사는 뉴욕을 16년간이나 떠나 있었다는 비판을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받았다. 아버지의 그늘이 상존한 뉴욕을 떠나 미국의 반대편 시애틀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 것은 왜였을까? 뉴욕 출신의 전 국무장관이던 부친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싶었다던 그의 인터뷰 내용이 뉴욕시민들에게는 더욱 신뢰를 주었다. 전문성을 토대로 자신의 로펌을 운영하며 두 발로 굳건히 선 성공한 법조인으로 뉴욕에 재입성한 것이다.

9월16일자 뉴욕 타임즈 1면은 사이러스 밴스 주니어 신임 검사장 내정자와 로버트 모겐소 현 검사장이 당선 축하연에서 환한 웃음으로 악수하는 사진이 장식했다. 맨하튼 검사장의 교체가 34년만에 확정되는 순간이였다. 밴스 내정자는 "이번 선거의 승리는 나의 것이 아니며, 당신의 것입니다"라며 모겐소 검사장의 축하인사에 화답했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 모겐소 검사장은 적극적으로 밴스 변호사를 지원했다. 이는 4년 전 자신에게 도전했던 신더측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지만, 더 큰 고민은 자신이 추구해 왔던 뉴욕 검찰의 역할을 계승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거대 맨하튼 검찰청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을 밴스 변호사로부터 찾은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검사장에게 모겐소 현 검사장은 부친에 이어 자신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그늘이 될 수 있다. 500여명 검사를 이끌고 새로운 맨하튼 검찰청의 신화를 써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남다른 고민이 있을 것이다. 화이트칼라 범죄수사의 굳건한 전통 위에서 여성, 아동, 이민자, 환경 등 새로운 아젠다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로 성공적으로 검찰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1941년 맨하튼 검찰청이 출범한 이래 4대째 검사장의 취임을 앞두고 있다. 11월 본 선거라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기는 하나 밴스 변호사의 업무 인수 작업은 사실상 시작되었을 것이다. 맨하튼 청사 주변에서는 벌써 정권 교체기를 앞둔 설렘과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리라. 전임자가 3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변함없이 뉴욕 시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받아온 만큼, 밴스 내정자도 그 포부가 남다를 것이다. 검사로서 접어두었던 사법정의에 대한 그의 열정이 뉴욕 검사장으로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