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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줍기

서세연 법무사(서울중앙)

내가 쓰는 이글은 19세기 프랑스 화가 ‘밀레’가 그린 ‘이삭줍기(1857년)’에 관한 그림 얘기가 아니다. 또 철원평야 논밭에 떨어져 있는 벼 이삭 등을 쪼아 먹기 위해서 날아든 철새 이야기도 아니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일제에 농토를 수탈당한 농민들이 추수가 끝난 논에 들어가 논바닥에 떨어진 벼이삭을 주어모아 끼니를 때우던 시절의 얘기는 더욱 아니다.

요즘 우리 업계에 이슈(issue)가 되고 있는 이른바 민사소액사건소송대리권취득에 관한 소고(小考)라고나 할까. 하여튼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우견(愚見)을 쓴 것이다.

이 문제가 불거진 이래 이해가 상충된 업계의 반응은 서로의 명분과 이유를 내세워 그 권리를 얻으려는 힘씀이 있고, 반면 그 권리를 주면 안 된다고 하는 목소리의 높임이 있다. 우리 업계는 일반서민층의 민사소액재판권을 강화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업무영역을 조금 넓혀 보고자하는 것이고 이를 반대하는 업계에서는 소송대리권은 소가의 다소를 막론하고 그들의 전문적인 독점업무이므로 비전문가인 우리업계에 그 권한을 잠식당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소송대리권을 갖고자 하는 우리 업계나 자신들의 고유권한을 유사업계에 잠식당할 수 없다고 한사코 반대하는 업계나 겉으로 보기에는 다 그 명분과 이유가 합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형식을 벗어나 실질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 업계가 소액사건에 대하여 소송대리권을 갖는다 해도 소송대리를 전문적 고유업무로 전담하는 업계의 업무영역을 결코 잠식해 들어간다고 할 수 없다. 소액소송사건이라 하더라도 비용부담능력이 있는 사건당사자 특히 원고는 고비용을 들여서라도 소송대리전문가에게 소송대리를 의뢰할 것이고 고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당사자는 이른바 ‘나홀로’소송을 할 것이다. 요사이는 인터넷의 발달로 소송에 관한 정보를 얻어 얼마든지 본인 스스로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본인이 소장 등을 작성하는 글 쓰는 재주가 없을 때는 서류작성비용이 적게 드는 법무사에게 소송서류작성을 의뢰하고 법원에 제출까지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를 찾아오는 사람은 대게 소송을 거는 사람보다 소송을 당하는 사람이 더 많다. 법원으로부터 보내온 원고의 소장을 들고 와서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물으며 답변서 등을 써달라고 한다.

우리는 결코 소송대리전문법조인이 맡아 할 사건을 넘보자는 것이 아니고 그들에게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어쩌면 계륵(鷄肋)같은 대접을 받아 ‘이삭’같이 버려진 사건당사자의 입장을 아주 적은 심부름값만 받고 대변해주자는 것이다. 반대하는 입장에서 방편으로 내세우는 거리는 로스쿨(Law School)출신 전문법조인이 다수 배출되므로 아주 저렴한 수임료로 소액사건을 흡수하여 서민들의 부담을 덜도록 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비교법적 현실성이 있을까?

우리들을 보고 대리로 소송수행을 할 능력이 없다고 우려한다. 어려운 국가시험에 합격을 해서 전문가의 자격을 갖춘 입장에서 보면 우월감을 가질 만하고 그러한 걱정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수긍된다. 그러나 그 어려운 국가시험에만 통과를 못했을 뿐 그에 준하는 시험을 거치기도 하고 또 재직시 치르는 각종 연수와 각급 승진시험을 거쳤기 때문에 이론적인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우리가 내세울 만한 건더기는 수년간 민사재판 참여업무를 보면서 경험으로 얻은 산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서당 뭐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다.

교과서 안에 있는 문자적 지식보다는 재판참여업무를 보며 오랜 기간 동안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쌓아온 법정실무 경험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법정에서 소송대리를 함에는 하등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법무사에게 소액사건에 한하여 사자(使者)의 지위에서 대리인(代理人)으로의 지위격상을 시켜주면 법원으로서도 고액비용 부담능력이 없어 본인소송을 수행하는 법정변론에 무지한 당사자를 상대로 지지부진한 절차진행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현행법제하에서 자격이 없어 법정에 들어가지 못하고 법정 밖에서 당사자에게 일일이 변론방법을 가르쳐주는 번잡함을 불식시켜 속된 말로 누이(당사자) 좋고 매부(우리들) 좋아지는 형편이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법무사 사무소만 있는 고을(시군법원 소재지)에 사는 사건당사자가 받는 편익은 더 따져 무엇하랴. 그것은 전문법조인이 아무리 많이 배출된다 하더라도 대도시 집중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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