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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법조계의 학벌주의

김동훈 교수(국민대 법대)

새 대법관의 임용과 관련하여 일간신문에 난 한 기사에는 대법관 열네분의 간단한 이력을 적은 표가 실렸는데 첫 눈에 띄는 것은 단 한 분을 빼고 대법관 열세분의 출신교가 서울대라는 것이었다. 한 나라의 대법관회의가 대학동문회를 방불케하는 하는 것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데, 정작 우리 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절망감이 든다. 또 지난 달의 법률신문에는 올해 6대 로펌의 신규변호사 채용에서 서울대 출신이 70%에 육박하며 그 중 한 곳은 전원을 서울대 출신만으로 채용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런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돌아오는 답은 항상 같다. 오로지 능력있는 분만을 모시고자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는 것을 어찌 하겠는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 과연 누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까. 그 의식과 제도의 심층에는 우리사회의 학벌주의라고 하는 것이 또아리를 틀고 있음이 분명하다.

얼마 전부터 학벌주의라고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의 하나라는 인식하에 관련되는 여러 문제제기가 이어져왔다. 한때는 정부종합청사의 전광판에 “학벌주의 헌옷벗고 능력주의 새옷입자” 등의 구호가 흐르기도 하였다. 여러 통계자료는 법조계의 학벌주의가 가장 심하고 일극중심의 독점현상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바로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성찰해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학벌주의란 말처럼 애매한 개념도 없고 이와 관련하여 사람들은 학연에 따른 연고주의나 맹목적인 서열의식, 간판문화 등을 떠올리지 싶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학벌주의의 핵심은 국가를 등에 업은 강력한 국가학벌이 엘리트시장을 독점하는 공포스런(?) 현상에 대해 변변한 힘도 없는 민간학벌이 저마다 생존차원에서 대항학벌을 형성하는 구조라고 비유하고 싶다. ‘서울대학교설치령’이라는 특별법에 근거한 국립서울대학교라는 것은 하나의 대학이라기보다는 국가기관의 일부로서 국가의 엘리트를 자체조달한다는 개념에서 생겨난 것이고 그 뿌리는 물론 일본이 근대화초기 관리양성을 위해 급조한 제국대학 체제이다. 문제는 오늘날 민간에서 많은 인재를 양성하여 배출함에도 이러한 국가 후견의 특권이 그대로 살아있어 고등교육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봉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립대학은 국립대학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면서 민간 고유의 활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 교육의 경쟁력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도 세계적 흐름에 맞추어 이른바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란 것을 입안하여 국립대의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에 대해서 서울대의 귀족화를 위한 특별법이란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 갈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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