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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언

법학교육적성시험에 대한 의문

김동훈 교수(국민대 법대)

지난 일요일에 두 번째로 치르는 법학교육적성시험, 이른바 ‘LEET’라는 것이 시행되었다. 작년의 제1차때보다 약 사분의 일 정도 응시자가 줄었다고 한다. 더운 여름에 응시자들은 학원에서 모의문제를 풀어보며 땀을 흘려야했고 적지 않은 응시료를 지불해야 했다. 나의 동료교수는 거의 3주 가까이 합숙출제에 들어갔다 나왔으니 여러 사람이 참으로 고생이 많다. 이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법학공부에 적성이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 적성이라는 것이 있다면 과연 몇 시간의 지필시험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인가. 적성시험의 높은 점수는 법학공부 나아가 법률가로서의 성공도와 과연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법학교수로서 20년을 지낸 나로서도 솔직히 말하면 과연 내가 법학에 적성이 있는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권장될 만한 몇 가지 성향은 말할 수 있을 듯하다. 우선 지성적인 측면에서는 기본적으로 논쟁을 좋아하고 시비를 가리고자 하는 성향이다. 모든 분쟁에서 당사자들은 저마다의 입장과 근거가 있는 것인데, 이 중 누가 더 옳고 더 설득력이 있는지를 끝까지 가려보고자 한다. 분쟁을 적당히 절충하는 양비론(兩非論) 내지 과실상계(過失相計)적인 사고는 법률가가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의지적 측면이 아닐까. 불의함, 불공정함, 무원칙함 등을 보고 참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킬 수 있는 에너지, 크고 작은 정의의 실현을 위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손해를 감수하고자 하는 정의감, 그러면서도 약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심 등등.

이러한 법학도나 법률가로서의 적성이나 자질을 과연 지필시험 그것도 객관식 선다형 시험에 의하여 평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에 대해 나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시험 내용 중 언어이해라는 것은 고급 국어시험인 듯하고 추리논증이란 고급 아이큐테스트와 비슷한 듯하다. 몇 해 전 이 시험의 도입에 관한 토론회에서 담당 공무원이 이 시험은 일반 지식시험과 달라서 오래 준비하여도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며 개개인의 법학적성을 판정하는 시금석이라도 되는 듯 선전하는 것이었다. 이에 법학이라는 고급학문분야에 대한 적성을 한 번의 지필시험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유치한 일종의 유물론적 사고라고 비판한 기억이 난다.

올해 적성시험 응시자의 대폭 감소가 말해주듯 로스쿨 입학이란 지원자들에게 매우 불안정한 진로선택이고 그 사정은 앞으로도 별로 나아지지 않을 듯하다. 몇 해 안에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로스쿨들은 신입생이라는 고객유치에 발벗고 나서야 할 사정이 될 듯한데, 미래의 고객에게 번잡스런 부담만을 지우고 사교육 수요만을 만들어내는 법학적성시험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재고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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