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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국제경제법 분야 적극적 Rule Makers 역할 확인

유지연 변호사(대한변협 사무차장)

<< 아시아 국제법학회 동경대회를 다녀와서 >>

아시아국제법학회는 2년에 한번 씩 열리는 회의로, 2년 전 싱가폴에서 첫 회의가 열렸고 올해 2번째로 동경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회의의 대 주제는 ‘다극화, 다문명화된 세계에 있어서의 국제법: 아시아의 관점, 도전 그리고 기여’였다. 아시아, 미국, EU 등 세계 각국의 국제법학회 회장들뿐만 아니라 UN, WTO, World Bank같은 국제기구 관계자들, ICJ(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국제사법재판소)의 재판관,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들, 세계 각국의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회의였다.

한국에서도 서울대의 안덕근 교수가 ‘일본, 중국 그리고 한국이 국제경제법에 있어 어떻게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인가?’라는 세션을, 이화여대의 신혜수 교수가 ‘CEDAW 협정 30주년과 여성운동가의 국제법 연구’ 주제에 대하여 주제발표를 해주셨다. 흥미로웠던 것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 일본, 중국이 국제경제법 분야에 있어서 ‘수동적인 Rule Takers 또는 Rule Shakers 위치에서 점차 “aggressive”한 Rule Makers의 위치’로 나아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한·중·일 3국이 WTO분쟁해결제도를 단순히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법적인 기반을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아갈 만큼 그들의 역량과 입지가 견고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회의장에서 만난 일본 외무성의 국제조약과장이 ‘최근 한미 FTA의 내용에 대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공격적이고도 선도적인 내용의 FTA를 체결하여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최근 한·미, 한·EU FTA가 연달아 타결되었다. 특히 한미 FTA를 체결할 때 ISD(투자자-국가 분쟁)조항을 협정내용에 포함할 것인지를 두고 국내에서 여론이 분분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ISD란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대상국 정부의 정책일관성 결여 등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었을 때 투자대상국가를 상대로 중재신청을 하여 국제 중재로 분쟁해결을 도모하는 제도인데, 이 조항을 포함한 것의 당위성이나 타당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일단 한미 FTA 및 세계 각국과의 양자투자협정(BIT : Bilateral Investment Treaty) 등 내용에 ISD조항이 규정된 이상, 이 제도를 어떻게 이용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급부상하고 있는 ‘핫 이슈’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Arbitrator인 Michael Hwang 변호사는 관련 세션에서 영국과 말레이시아 간에 체결된 투자협정에 기초하여 제기되었던 투자자-국가 중재사건을 예로 들면서, World Bank 산하 기관인 ‘ICSID’에서 정하고 있는 ‘투자’의 개념과 양 국가 간에 체결된 BIT 협정상의 ‘투자’의 개념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된 법적 문제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각 세션이 끝날 때마다 대강당에서는 참석자들이 스피커들에게 질문하기 위하여 줄을 길게 늘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컨퍼런스가 끝난 다음날 월요일에는 일본의 사업가들, 외무성의 공무원 및 변호사 200명 정도를 대상으로 ‘국제 조세’와 ‘ICSID 중재절차’에 대한 세미나가 있었다. ‘ICSID(International Centre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는 World Bank의 산하기관 중 하나로 투자자-국가 간 투자분쟁에 대한 조정 및 중재절차를 제공하는 곳인데, 일본의 비즈니스맨들을 상대로 이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 제도가 왜 일본에게 중요한 것인지를 알리는 것이 세미나의 주요 목적이었다.

마이클 황 변호사는 일본인 변호사와 함께 한 사석에서 ‘국제중재 분야에 있어서는 한국이 일본을 이미 10년 정도 앞서 있는 나라’라는 말을 하였다. 이런 평가는 결국 지금까지 우리 선배 변호사님들, 특히 김갑유겴군늘턿박은영 변호사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국제중재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결과물일 것이다.

일본은 현재까지 ICJ 재판관 3명을 포함하여 올해는 ICJ 소장을 배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껏 ICJ 재판관이 단 한 명도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물론 우리에게는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송상현 소장, ICTY(국제유고전범재판소)에 권오곤 부소장이 계신다). 1명 이상의 ICJ 재판관을 배출한 나라는 모두 46개국이라는데, 세계 15위 안에 든다는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이름에는 걸맞지 않다. 현지에서 만난 서울대의 신희택 교수님이 ‘우리나라 법조인들이 좀 더 국제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를 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신 말씀이 되새겨진다.

회의 마지막 날, 2년 후에 이 회의가 어디에서 열리게 되는지 궁금하여 이번 동경대회 조직위원인 하마모토 교수에게 물어보니, 다음 장소는 중국 베이징이란다.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냐는 반문에 내심 서울에서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래. 그것이 현실이지.

떠날 때는 여유시간이 많을 것처럼 느껴져 여기저기 둘러볼 마음이었는데, 3일 동안 너무 경건하게 컨퍼런스 참석에 열중하다 왔다. 그래도 3일간 보고 듣고 만난 사람들로 인해 나 자신도 적잖은 자극을 받았다. 특히, 일본변호사연합회와 일본외무성이 이번 행사를 적극 지원하여 일본의 각 전문분야의 인력들을 국제무대로 더 많이 진출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우리 한국을 떠올렸다. ‘대한민국?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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