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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과 뉴욕법조계

[유엔과 뉴욕법조계] 뉴욕 시민의 신뢰와 사랑의 상징, 뉴욕검사장

김형준 검사(주 유엔 대표부 법무협력관)

지난 6월18일 저녁, 90세의 현직 뉴욕검사장(New York County District Attorney) 로버트 모겐소(Robert Morgenthau)가 조금은 불편한 거동으로 뉴욕 대법원에 마련된 행사장에 들어서자, 그를 환영하는 청중의 기립박수는 끝날 줄을 몰랐다. 뉴욕 아시안계 검사위원회 창립 1주년 기념행사에 마련된 감사패 헌정 순서였다. 퀀즈, 브루클린 등 주변 지역의 검사장 등 현지 법조인 100여명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풍스런 장식의 특별법정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로버트 모겐소는 지난 30여년간 검사로서 일하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온 자신의 일생을 들려주었다. 국민의 사랑 속에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뉴욕의 굵직한 대형 사건을 지휘하면서 뉴욕 검찰청의 명성을 쌓아 온 그였지만,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시점에서 그날 행사는 더욱 의미있어 보였다. 필자는 브루클린 법원 대니 전 판사의 초청으로 그 곳에 참석하여 모겐소 검사장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자신과 한국과의 인연을 설명하면서 35년간의 뉴욕 검사장으로서의 자신의 검사로서의 일생을 설명하는 그에게서 나이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했다.


◇ 90세 로버트 모겐소, 35년째 검사장으로

모겐소 검사장은 1975년 처음으로 뉴욕검사장에 선출된 후 총 9회에 걸쳐 연임되었다. 믿기지 않지만 무려 35년째 검사장으로 뉴욕 검찰청을 이끌고 있다. 지난 2005년, 85세의 나이로 입후보하였을 당시 공화당 등의 상대 후보의 출마에도 불구하고 뉴욕 카운티에 거주하는 투표자의 99%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다. 뉴욕 검찰청은 500여명의 지방검사(Assistant District Attorneys)와 지원 인력 700명으로 구성된 대형 조직이다. 게다가 월스트리트를 포함한 다양한 금융범죄, 기업범죄 등 대형 화이트칼라 사건을 처리할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뉴욕의 사회 현상에 대응하여 조직범죄, 강력사건, 테러 등 다양한 국제적 범죄로부터 뉴욕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물론 현실적 분석을 해 보자면, 미국의 카운티 검사장이 기본적으로 정당의 후보로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지지세가 높은 뉴욕에서 모겐소 검사장의 연임이 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대선 이후 정권 교체에 따른 연방검사에 대한 인사 문제가 거론된다는 점에서 우리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분석과는 별개로, 국제적 흐름에 민감한 뉴욕 시민들이 다양한 사회적 변화의 물결 속에서 유독 모겐소 검사장에 대하여 30여년이 넘도록 변함없는 애정과 신뢰를 보냈던 것은 과연 모겐소 검사장에게 어떠한 비결이 있었기 때문일까?

먼저, 모겐소 검사장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 당시 연방검사로 임명되어 주가조작, 고위공직자 뇌물 등 화이트칼라 범죄를 척결하면서 국민들에게 강한 신뢰를 심어 주었다. 뉴욕 검사장이 된 이후에도, 무려 3년간의 수사를 거쳐 1991년 BCCI(Bank of Credit and Commerce International) 국제 금융사건을 밝혀내었다. 자신의 연방검사 당시 경험을 토대로 지방검찰청 차원에서 국제적 금융사건을 다루어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국제 범죄조직이 맨하튼에 소재한 BCCI 은행을 통해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수사하여 밝혀낸 후, 적극적인 관할권 해석을 통해 미국 내 은행의 자산을 몰수하고 유죄판결을 이끌어 내어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 화이트칼라 범죄 척결, 국민들에게 강한 신뢰

2005년에는 Tyco사 최고 임원을 1억 5,000만불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를 척결했다. 세계 경제의 수도라 불리우는 뉴욕에 꼭 필요한 수사였다. 또한 월스트리트에 대한 적절한 견제를 통해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활동의 신뢰를 뒷받침함으로써, 검찰의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수사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자신의 연방 검사 당시 주가조작, 뇌물 등 수사 경험을 토대로 후배들이 화이트칼라 범죄 수사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데 공을 들였고, 시스템을 확대하여 100여명의 검사가 이를 전담하도록 조직을 가다듬었다. 결국 뉴욕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검찰 수사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검찰의 사회적 역할을 묵묵히 지켰으며, 이를 위해 국제적 수준의 전문성을 꾸준히 키워 온 것이다.

둘째, 모겐소 검사장은 때로 주요 사건의 기소 당시 언론 브리핑에 나와 사건을 직접 설명하는 등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검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지명된 히스패닉계 소니아 소토마요르(Sonia Sotomayor) 전 뉴욕검찰청 검사를 지원하기 위한 언론 인터뷰를 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1979년 예일대 법대에 뉴욕검찰청 신규검사 채용을 위한 방문을 했을 당시 처음 소토마요르 대법관 후보를 만났다고 인연을 소개하면서, 그녀가 뉴욕 검찰청에서 검사로서 근무하면서 사법정의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과 노력을 갖춘 법조인임을 강조하였다. 특히 보수적 지지층을 향해 그녀가 검사로서 뉴욕에서 새롭게 도입한 아동 포르노 사건을 최초로 수사하였고 75년형을 선고받은 악명 높은 타잔 강도살인 사건을 수사하였던 경험 등을 상세히 거론하면서 그녀에 대한 급진적이고 진보적라는 비판을 막아주었다. 또한 현재 주 검찰총장을 맡고 있는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전 주지사 및 검찰총장 엘리엇 스피처(Eliot Spitzer) 등 다양한 후배 검사들이 뉴욕 검찰청을 거쳐 더 큰 영역에서 활약하도록 후원 역할을 하였다. 미국 TV 드라마인 'Law & Order' 속 검사의 실제 모델로 모겐소 검사장이 거론되면서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더욱 알려진 것도 홍보의 큰 힘이 되었다.


◇ 검찰의 임무 충실히, TV드라마 실제모델

또 하나 필자가 위 행사에서 남다르게 느꼈던 점은 모겐소 검사장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지닌 위 행사에 뉴욕 인근의 많은 판사들이 참석하였다는 점이다. 그들은 과거 뉴욕 검찰청에서 모겐소 검사장의 지휘 하에 함께 근무하였던 전 검사들로서, 과거 함께 수사하였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뉴욕의 각종 조직 범죄, 강력 사건, 화이트칼라 범죄 등을 수사하면서 동고동락한 경험을 공유한 그들만이 나눌 수 있는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과 격려가 배어있었다. 변호사, 검찰 등 다양한 법조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법원을 구성하는 미국의 사법 시스템에서 자연스럽게 연출된 장면이리라. 

뉴욕 시민들의 신뢰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지난 35년간 검찰의 수장으로서 그 임무를 마치고 이제 은퇴를 앞둔 모겐소 검사장에게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러움과 함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
우리 검찰도 변화와 쇄신이라는 시대의 화두 앞에서, 모겐소 검사장과 같이 항상 변함없는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이 과연 무언인지 다시금 되새겨보게 된다.

김형준 검사 hjkim.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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