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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특별기고] 초유의 검찰총장 후보자 사퇴사태를 보면서

김기석 변호사(서울, 전 법제처장)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산형성과정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전격 사퇴했다.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지 23일 만이고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생긴 이후로 검찰총장 후보자가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밝혀진 천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대략 다음 몇 가지로 요약되는 듯하다. 첫째는 천 후보자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고급아파트를 28억 7,500만원을 주고 샀는데 그 자금출처에 관하여 천 후보자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으나 잘 알지 못하고 지내던 유통업자 박모씨로부터 15억5,000만원을 빌렸고 동생으로부터 5억원, 처형으로부터 3억원을 빌려서 매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 알지도 모르는 박씨로부터 15억5,000만원을 빌렸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어떻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으로부터 15억5,000만원이라는 큰돈을 빌릴 수 있다는 말인가? 5억원을 빌렸다는 친동생은 주민세 160여만원을 체납하여 주민등록까지 말소된 상태인데 어떻게 5억원을 빌릴 수가 있느냐는 의문제기에 천 후보자는 자기는 그런 줄 몰랐다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친구, 은행 등으로부터 23억5,000만원을 빌렸다는 것인데 이자만도 월 500만원이 넘는데 어떻게 그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그치지 않는다.

그 둘째는 부인이 타는 고급승용차 문제다. 부인이 타는 고급승용차는 지인 석모씨로부터 리스계약을 승계 받은 것이라고 하였는데 한달 리스비만 170여만원이 넘을 뿐만 아니라 리스계약은 2009년 6월인데 승용차는 리스계약 승계하기 전인 작년부터 아파트주차장에 등록되어 있었으니 리스계약승계가 허위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친구 아들 차인데 집에 가끔 놀러 오기 때문에 아파트주차장에 등록하였고 부인이 가끔 탔다고 해명한 모양이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어린 아이 장난 하는 곳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가? 이런 해명을 믿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소가 다 웃을 노릇이다.

그 다음은 15억5,000만원을 빌렸다는 사업가 박모씨와 부부동반으로 골프여행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하여 천 후보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하는 한편, 우연히 같은 비행기에 탔을 수 있다고 아주 기막힌 변명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위 답변은 위증으로 드러났다. 정말 법률가로서 가증스럽고 어찌 보면 불쌍하기까지 한 변명이다. 이렇게 거짓말을 태연하게 하는 자가 수사의 중추기관인 검찰의 총수가 되겠다고 감히 마음을 먹을 수 있단 말인가?

도덕성에 대한 자기 판단기준이 마비되었는가.

천 후보자의 변명은 국민으로서 믿기 어렵다. 아니 조금이라도 지각이 있는 사람이면 믿을 수 없는 내용이다. 총 재산이 14억에 불과한 고위공직자가 월 이자만 500여만원 넘게 나가는 빚을 져가면서까지 고가의 고급아파트를 구입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무릇 고위공직자는 모든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삼아야 함은 고위공직자의 첫째가는 덕목이다. 있다고 함부로 호화 사치생활을 일삼는다면 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요 지도자의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고위공직자는 사생활을 한 점 부끄럼 없이 투명하게 해야 하고 몸가짐을 조심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천 후보자는 지금까지 나타난 사실을 놓고 볼 때에도 문제가 많다. 재산보다 훨씬 많은 빚을 져 가면서까지 고급아파트를 구입할 필요가 어디 있었으며 고위 공직자 부인으로서 1,000달러가 넘는 명품 구두와 3,000달러가 넘는 명품 핸드백을 사야했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천 후보자는 사업가 박씨와 친구, 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빌렸다는 변명을 하고 160여 만원의 주민세를 납부하지 못하여 주민등록이 말소된 동생으로부터 5억원을 빌렸다고 주장하며 처형으로부터 3억원을 빌렸다는 변명만 하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만 답답할 지경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천 후보자의 부인이 타고 다녔다는 고급승용차에 관한 변명이다. 지인 석모씨의 리스계약을 승계했다는 변명이 허위로 들어나자, 친구 아들 차인데 천 후보자의 집에 가끔 놀러오기 때문에 아파트주차장에 등록했고 부인이 가끔 탔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차라리 울고 싶어졌다.

천 후보자 자신은 삼척동자도 못 믿고 소가 웃을 정도의 해명으로 청문회에서 무사통과될 줄로 생각했단 말인가? 그 정도의 해명으로 국민이 그대로 넘어갈 줄 알았단 말인가? 적당히 하면 국민이 이해하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단 말인가?

만약 천 후보자의 인식이 그 정도였다면 정말 큰 일 날 뻔 했다고 생각된다. 자기 스스로 거울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 정도의 흠이 있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총장 후보 지명을 사양했어야 양심적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자기비판의 의식도 없이 검찰총장 할 허황된 꿈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하였다면 그것은 진짜 자질 부족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어떻게 자기 자신을 그렇게 모른단 말인가? 기가 찰 노릇이다. 참고로 김영삼 정부 초기 고위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시작되었을 때 검찰에 누를 끼칠까 두렵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한 고검장이 있었다. 당시 그 고검장은 재산형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공개된 재산에 대한 마녀 사냥식 공격이 싫었고 자기로 인하여 피해를 입게 될 검찰조직을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자리를 사퇴하였던 것이다.

천 후보자가 끼친 해독

이번 천 후보자가 끼친 해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선 자기 자신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 모독, 인격 파탄을 가져온 것은 차치하고라도 검찰 조직에 크나큰 파탄을 가져왔다. 천 후보자로 인하여 애꿎은 많은 훌륭한 선배. 동기들이 본의 아니게 검찰을 떠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검찰 자체에 씻을 수 없는 명예훼손을 가져왔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에 조직을 추슬러야 할 검찰 조직에 크나큰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검찰조직은 지금 지휘부가 텅 비어 있는 완전 패닉상태이다. 검찰에 큰 망신을 안겨 주었다. 검찰로서 이러한 망신이 또 어디에 있단 것인가?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은 금방 씻어지지 않을 것이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은 잠자고 있었는가.

천 후보자 자신은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청와대 인사 검증팀은 잠자고 있었다는 말인가? 천 후보자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된 때로부터 20여일간의 여유가 있었고 국회의원들이 천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밝혀낼 때까지 청와대 인사 검증팀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청와대 인사 검증팀은 국회의읜들이 밝혀낸 만큼의 의혹도 검증할 능력이 없었다는 말인가? 아니면 아예 검증할 생각조차 없었다는 말인가?

여기에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이번 천 후보자의 추천이 정상적인 인사라인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인사검증 팀에서도 알 수 없는 비선조직을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제대로 검증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는 의혹이다. 세간에 떠돌던 소문도 그럴싸한 것이 많이 있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고위공직 후보자 추천제도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한 인사검증팀에 문제가 더 많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설사 정상적이 추천 라인이 아니고 비선조직을 통하여 올라온 추천이라 하더라도 인사검증 팀은 철저하게 검증하여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떠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번 인사검증 팀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고위공직자의 인사 검증시스템의 정비

어쨌든 이번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파문은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후보자 자신뿐 아니라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에 많은 문제점을 던져 주었다. 고위공직자가 되려는 본인은 자신을 거울에 비추어보아 한 점 부끄럼이 없는가? 공직을 맡는데 정말 부끄럼이 없는가 스스로에게 물어서 조금이라도 떳떳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스스로 공직 수임을 사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엉뚱한 변명으로 호도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며 한낱 요행수를 바라는 후보자에게는 언감생심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을 깊이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청와대 인사검증팀은 비선조직을 타고 추천되어 올라온 인사라 하더라도 철저하게 검증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분명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비선조직을 타고 올라온 후보니까 그저 괜찮다고 넘기는 인사 검증팀이라면 그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시는 자기 자신도 돌아볼 줄 모르는 인물이 검찰 총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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