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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교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

정영리 PB 팀장(신한은행 서초PB센터)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각종 경제서적, 신문, 강연회 등등에서 투자에 관한 여러 조언들을 심심찮게 접해 보았을 것이다. 개중에는 처음 들었을 때는 솔깃하지만 이런 저런 경험을 쌓고 나면 오히려 폐기 처분해야 할 것들도 적지 않은 반면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흘려 듣거나 오히려 살짝 반발심까지 들었던 조언들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새록새록 가슴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라는 주식 투자에 관한 유명한 격언을 처음 접했을 때, 필자는 대체적으로 무난하고 온당한 충고라고 수긍하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무능력한 자들의 자기 변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할 수만 있다면 바닥에서 사서 꼭지에서 파는 것, 즉 가능한 최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진정으로 뛰어난 투자자이며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것은 그럴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의 적당한 타협 내지는 자기 변명이 아닐까 하는 약간의 의심 그리고 그런 생각은 주식투자를 업으로 택한 이후에도 한참동안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어떤 종목을 최저가에 사서 최고가에 팔고 나왔을 때의 그 짜릿한 승리감, 마치 시장을 내가 지배하는 듯한 그 뿌듯한 성취감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그런 생각을 정당화해주곤 했다.

그런 필자의 생각에 일대 전환을 가져다 준 것은 평생을 무역업에 바쳐 자수성가 하신 어느 나이 지긋하신 고객이었다. 그 고객은 적당한 선에서 수익실현을 원하셨고 좀더 높은 가격(최고가)에 충분히 팔 수 있다고 아쉬워하는 필자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었다. 자고로 거래란 상대방도 이득이 나는 거래를 해야 좋은 거라고. 내가 최고가에 팔고 나오면 나에게서 그 주식을 사간 사람은 무조건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데 그런 식으로 업을 쌓아서 좋을 게 없다고. 평생 무역업을 하시며 거래를 할 때마다 늘 상대방도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도록 배려했고 돌이켜보면 그것이 자신의 성공의 원천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는 말씀을 차분히 들려주셨다. 뒤통수를 한대 얻어 맞은 듯한 깨달음의 순간이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중 어떤 분들은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역업이야 구체적인 거래상대방이 있는 것이고, 거래선이라는 것이 중요한 사업인 만큼 그러한 배려가 당연한 것이지만 주식매매는 특정한 거래상대방이라는 것이 없는 익명성의 일회성 거래이므로 그런 배려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말이다. 알지도 못하는 익명의 누군가를 배려했다는 또 다른 일종의 자기만족을 위해 현실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라고 할지도 모른다.

현상적으로만 보면 물론 그러한 반론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주식투자가 궁극적으로 심리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그 고객이 가르쳐준 그러한 마음가짐은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주식투자에 임하면 이전에는 없던 여유와 평온함으로 시장을 대하게 되고 결국 각각의 전투에서는 약간의 승리를 양보하더라도 전체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을 이후 필자는 경험으로 확인했다. 최고수익률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시절보다 ‘기꺼이’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겠노라 마음 먹은 이후 오히려 더 편안하고 쉽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물론 아직은 젊은 혈기에 가끔씩 시장을 지배(?)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불끈 치솟기도 하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마음가짐만은 그 고객이 가르쳐 준 교훈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자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가 되고 싶은가? 후자를 원한다면 ‘기꺼이’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겠다는 마음가짐이 든든한 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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